음악교육신문

체코 프라하에서 1947년 처음 시작돼, 매년 5월에 열리고 있는 프라하의 봄 음악 페스티벌 ‘프라하 봄 국제음악콩쿠르’ 가 있다. 이 콩쿠르는 만 30세 이하의 젊은 음악인을 대상으로 진행되며, 젊고 전도유망한 음악가들의 국제적 도약을 위한 발판이 되고 있다. 매년 서로 다른 두 개의 악기 부문을 번갈아 개최하며, 같은 종목이 다시 열리기까지 보통 5년의 시간 차가 있다. 올해 5월에 개최된 ‘제74회 프라하 봄 국제음악 콩쿠르’에서는 트롬본과 비올라 부문이 진행됐고, 5월 8일부터 14일(현지시간)까지 진행된 트롬본 부문에서 서울대 음악 대학에 재학 중인 트롬보니스트 서주현이 프라하 스메타나 홀에서 진행된 결선 무대에서 프라하 필하모니아와 협연하며 2위를 수상했다. 준우승 입상의 쾌거를 전한 서주현의 인터뷰를 본지에 담아봤다.

“아직도 제가 훌륭한 콩쿠르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것이 실감이 안나는 것 같습니다. 특히 ‘한국인 최초’라는 부분이 앞으로도 저보다 훨씬 뛰어나신 한국의 트롬본 음악가분들이 더 많은 콩쿠르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영광스러운 길에 첫 발자국을 남긴 것 같아 너무 기쁩니다.”

서주현은 이번 콩쿠르에서 I. Kurz의 <A Soloist´s Sustenance>와 J. Filas의 <Sonata “At the end of the century”> 두 작품을 선택했다. 연주는 영상이나 무대로도 접하지 못했던 I. Kurz 곡 선정은 다양한 레퍼토리를 경험해 보기 위함이었고, 2011년에 개최된 ‘프라하 봄 국제음악콩쿠 르’를 위해 창작된 곡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큰 흥미로 움을 느꼈다. J. Filas 곡은 3년 전 동아음악콩쿠르에서 입상했을 때 파이널 지정곡으로 큰 의미가 되는 작품이라고. “I. Kurz의 곡은 ‘트롬본 연주자들이 전업으로 삼기 얼마나 힘든지를 보여주기 위해 작곡된 곡’이라는 재미있는 의도를 가진 곡인 만큼, 정말 다양하고 어려운 연주기법과 오히려 나타냄 말이 안 적혀있는 악보가 가져오는 무수한 음악적 해석의 경우의 수가 나올 수 있는 곡이라는 점이 흥미로웠던 것 같습니 다. 마치 하나의 연극처럼 기승전결을 설계하는 것이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J. Filas의 곡은 세기말의 순간에서 바라본 인간의 유한한 시간을 밤하늘에 빗대어 나타낸 곡으로 피아 노가 전개하는 밤하늘은 아름다운 별이 쏟아질 듯이 떨어지다가도 수명이 다하고 다시 탄생하기를 반복하고, 그 위에서 트롬본이 마치 밤하늘을 관망하는, 세기말에서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는 이 세상과 유사하게 느껴졌습니다.”　

서주현과 트롬본의 만남은 그가 초등학교 3학년 때 시작됐다. 제일 신기하고 멋지게 생긴 트롬본을 선택했고, 그렇게 만난 트롬본에게서 특유의 따뜻하고 부드러운 소리와 슬라이드로 음고를 조절하는 점에 매력을 느껴 전공을 결심하게 됐다.

이렇게 시작한 트롬본은 그가 나고 자라온 고향에서의 홍보대사로 선정되도록 하는 인연을 만들어줬다. 바로 지난 6월 2일 (금) 진주시 홍보대사로 위촉된 것. “꿈을 키워나갔던 소중한 보금자리에서 이젠 누군가에게 귀감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정말 소중하고 감사한 경험”이라며, “아직도 스스로 누군가의 본보기가 될 정도로 뛰어나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이 자리에 어울리는 사람이 되도록 열심히 노력하고 진주를 문화예술의 메카로 자리 잡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며 소감을 전했다.

그의 음악을 쉽게 들을 수 있도록 유튜브나 음반 등 다양한 매체로 찾아올 것을 예고한 서주현은 내년부턴 매년 다양한 음악적 시도를 하고자 하는 독주회 개최를 계획하고 있다. 정교하고 형식적인 고전적인 곡부터 도전적인 현대곡까지, 다양한 음악으로 접근하고자 한다. 청중들이 깊은 감정을 경험하는 음악과 다양한 감정을 담은 음악을 생생하게 전달해 주는 마치 훌륭한 이야기꾼 같은 음악가가 되고자 하는 포부도 전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의 겸손함과 섬세함이 느껴지는 소감을 전해왔다.

“제가 이러한 결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저를 끝까지 지원해 주시고 응원해 주셨던 부모님, 음악과 인생에 있어 아버지와 같은 정대환 선생님, 짧은 시간 동안 정말 최선을 다해 가르쳐주시고 정말 진심으로 기뻐해 주셨던 차태현 선생님, 자신의 독주회처럼 준비해 주시고 함께 고생해 주신 이다애 반주자 선생님, 독주회 기회와 많은 편의를 제공해 주신 성재창 교수님, 전혀 몰랐던 새로운 관점에서 음악을 가르쳐주신 김홍박 교수님, 고전곡 해석에 도움을 주신 배석원 선생님, 기술적인 부분에서 영감을 주신 김태훈 선생님, 저를 큰 세상으로 보내주신 하지민 선생님 외에도 준비하는 동안 큰 도움을 주시고 부족한 저를 이 자리에 조금이나마 어울리는 사람으로 만들어 주신 분들의 은혜에 조금이라도 보답하기 위해 더 열심히 성장해 저의 이상적인 음악을 많은 사람들에게 제공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서주현이 이번 콩쿠르에서 이뤄낸 준우승은 앞으로 더 높은 정상으로 올라가기 위한 발돋움이 될 것이다. 그의 입에서 불어지고 손끝에서 연주되는 트롬본과의 호흡은 앞으로 그가 선보일 음악에 대해 기대하게 만든다. 상상하라. 서주현이 이제까지 보여줬던 그 이상이 펼쳐질 것이다.

(이성은 기자/musicnews@musiced.co.kr)

|트롬보니스트 서주현|

• 선화예술중·고등학교 실기 우수 입학 및 졸업

• 2023 프라하 춘계 국제 음악콩쿠르 2위, 2020 동아 음악콩쿠르 최연소 1

위, 금호 영아티스트 콘서트, 국제 트롬본 협회(ITA) 독주&앙상블 콩쿠르 입상, 2019 오사카 국제 음악 콩쿠르 관악 부문 3위, 현대차 정몽구 재단 문화예술 인재 장학생 선발, 한국음악대학 관악협회 주최 전국 관악 콩쿠르 1위, 2018 금호 영재 콘서트 독주회, 티앤비 국제 아티스트 콩쿠르 1위, 2017 제14회 전국음악대학 윈드오케스트라협회 주최 전국 관악 콩쿠르 1

위, 2016 제13회 전국음악대학 윈드오케스트라협회 주최 전국 관악 콩쿠르 1위, 신동아 음악신문 전국 장학 콩쿠르 준대상, 제29회 한음 음악 콩쿠르 관악 부문 전체 우수 및 입상자 연주회, 음악교육 신문사 콩쿠르 1위,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관악 동문회 주최 전국 관악 실기 경연대회 1위

• 현)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1학년 재학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