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교육신문

매회 참신한 기획력과 비르투오소적인 연주력으로 관객들에게 끊임없이 철학적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그가 준비한 본 공연은 ‘강효지 어드아미어 시리즈 Ⅲ’이며 <Ce n’est pas BACH(이것은 바흐가 아니다)>란 주제를 가지고 펼쳐질 예정이다. 이에 그가 준비한 본 공연에는 어떠한 메시지를 담고 있을지, 그와 나누었던 이야기들을 본지에 담아 보려 한다.

Transformation: (완전한)변화[탈바꿈], 변신

“나는 그의 특별한 개성과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이자 즉흥연주가, 그리고 창작가로서 탁월한 음악성에 깊이 감동했다” 

- Arie Vardi

‘개념의 변환’이란 주제 아래 미디어와 사물, 현상 등의 변형과 교환으로 새로운 예술 장르를 창조해나가고 있는 강효지. 이에 그는 매 공연마다 다양한 분야와의 협업을 통해 종합예술의 장으로서의 가능성을 선보이고 있어 많은 이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개념의 변환’, 어찌보면 어렵게 생각할 수도 있는 주제일 수도 있지만, 우리가 현재 살아가면서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감각이 어쩌면 인생 전체가 ‘개념의 변환’의 연속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예를 들어, 기존의 작품을 연주하고 감상하는 행위는 연주자가 자신의 해석을 담아 자신만의 색깔로 연주하기에 같은 작품일지라도 새롭게 들릴 수 있고, 이를 받아드리는 관객의 가치관과 상황에 따라 각각 다르게 해석될 수 있기에 하나의 개념이 연주자란 매개체를 통해 변환된다고 할 수 있지요. 이에 본 공연은 ‘Ce n’est pas BACH(이것은 바흐가 아니다)’란 주제를 가지고 허철녕 영화감독님과 함께 준비한 <Ce n'est pas moi- le prologue(이것은 내가 아니다-프롤로그)>와 J. S. Bach <Goldberg Variations, BWV 988>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Ce n'est pas moi-le prologue

이미 국악, 무용과의 협업으로 선보여진바 있는 <Ce n'est pas moi(이것은 내가 아니다)>가 본 공연에서는 영화감독 허철녕과의 협업으로 새롭게 재탄생한다. 이에 ‘영상’으로 표현될 본 작품에는 어떠한 메시지를 담고 있을지 궁금해졌다.

“제가 무대에서 연주하는 행위는 이미 개념의 변환이 끝난 작품을 보여드리는 것이라는 점에서 늘 아쉬운 마음이 있었습니다. 이에 하나의 개념이 어떠한 방향으로 변환되어 가는지 세세한 과정을 보여드리고자 ‘다큐멘터리’가 떠올랐습니다. 우연히 접하게 된 허철녕 감독님의 작품을 본 후 <Ce n'est pas moi(이것은 내가 아니다)>란 작품의 협업을 제안드렸고, 지난해 10월부터 찍기 시작해 본 공연에서 ‘프롤로그’ 영상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본 작품은 ‘나’라는 사람에 대해, ‘강효지’라는 사람을 담은 작품으로 무대 위의 피아니스트이자, 세 아이의 엄마, 공연 기획자, 교육자 등인 저의 삶을 표현하고자 하였습니다. 작업을 진행하면서 느낀 것은, 내가 생각하는 나는 어떤 사람인지, 타인이 보는 나는 어떠한지 등 ‘나’라는 사람에 대해 접근한다는 것이 무척 어렵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도 스스로에게 물음표를 던지고 있는 상황인데요(웃음). 아직 완성된 단계는 아니여서 ‘프롤로그’라 덧붙였으며, 아마 내년쯤이면 완성작을 보실 수 있을 것이니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 주시길 바랍니다.”

Goldberg Variations, BWV 988

바흐의 <Goldberg Variations, BWV 988>를 반복하지 않고 전곡연주에 걸리는 시간은 약 50분 정도로, 건반악기를 위해 작곡된 단일 작품으로는 유례없는 긴 연주 시간과 큰 형식을 가지고 있다. 특히, 바흐가 창작한 마지막 건반악기를 위한 작품답게 자신의 모든 작곡 기교를 이 곡에 쏟아부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본 공연의 프로그램을 구성하며 <Goldberg Variations, BWV 988>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을 때, 작품에 얽힌 이야기를 들으시던 허철녕 감독님께서 오히려 이 작품을 적극 추천해주셨어요. 그 이야기는 1802년, 포르켈(Johann Nikolaus Forkel)이 펴낸 바흐의 전기 속 이 작품의 작곡 배경에 대한 이야기인데요. 18세기 초 작센의 영주 이자 신성 로마 제국의 주 러시아 대사였던 헤르만 카를 폰 카이저링크 백작의 불면증이 극심해져 평소 잘 알고 지내던 바흐에게 밤에 들을 음악을 작곡해 줄 것을 요청하였고, 그 요청을 받아 작곡된 것이 바로 이 변주곡이라는 것이죠. 이 이야기는 신빙성과 사실성에 의혹을 받으며 현재에 들어 정설이 아니라고 알려졌지만, 이러한 이야기가 담긴 본 작품이 감독님에게는 흥미롭게 다가갔던거 같아요. 감독님께서 설명하시길, 스트레스로 인한 육체적, 정신적 괴로움이 일상화된 현대사회에서 불면증 환자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는 것처럼 그때와 지금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 같다며 본 작품이 현재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위로로 다가가길 바란다고 하셨습니다. 더불어 본 작품을 연습할 때 하나의 주제를 마칠 때마다 묘한 긴장감이 일렁이는 눈빛과 변주곡이란 폼이 무척 흥미롭다고 하셔서 흔쾌히 선정하게 되었습니다.”

음악을 대하는 모든 감각을 일깨우다

이처럼 피아니스트, 기획자, 창작자, 퍼포머 등 다양한 이름의 무게를 감내하며 매회 새로운 공연을 선보이고 있는 강효지는 현재 한국교통대학교에 재직하며 학생들을 가르칠 때 어떠한 부분에 가장 중점을 두고 가르치고 있을지 궁금해졌다.

“현재 제가 학교에서 맡고 있는 수업은 [감각과 표현], [크로스오버 트렌스포메이션]인 데요. 본 수업은 모든 감각을 사용하여 현재 자신이 느끼는 감정과 기분을 색다르게 표현하는 수업으로 사고력과 창의력을 돋굴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커피를 마셨던 느낌을 노래로 불러보는 것’, ‘방금 들은 음악을 그림으로 그려보는 것’ 등 색깔, 소리, 맛 등의 감각을 일깨우며 ‘나’에 대해 알아가고 표현하는 수업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한, 음악학부 학생들과 함께하는 [공연기획 프로젝트]는 직접 문화재단에서 요구하는 양식과 서식에 맞춰 공연을 기획해 보는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양식 작성은 물론, 프로그램 구성, 장소 섭외, 프로필 사진 촬영 및 브로셔 제작 등 ‘실전’을 경험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학생들이 어려워하긴 하지만(웃음), 그만큼 많은 것을 깨닫는 수업 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실기가 아닌 학생부 등으로 들어올 수 있는 입학정원을 마련하여 공연기획, 미디, 음향 등을 전공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으며, 독일 트로싱엔 음대와 충주음악창소와의 MOU를 통해 실기의 깊이와 국제교류, 실용적 학문으로서의 음악교육에 힘쓰고 있습니다. 이처럼 본교는 학생들이 졸업 후 사회에 나가 다양한 영향력을 펼칠 수 있도록 학교란 울타리 안에서 최대한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한편, 어느 잡지의 인터뷰에서 밝힌 ‘어드마이어·디스커버리 시리즈를 10년 이상 지속하겠다’란 그의 목표처럼 그는 끊임없이 음악적 도전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본 공연 이후 6월 30일(목) 롯데콘서트홀에서 ‘강효지 어드마이어 시리즈 Ⅳ, 거대한 만화경’이란 주제로 혼합현실에서 전 세계 연주자들과의 협업으로 새롭게 재탄생할 M. Ravel <Bolero>을 선보일 예정이라며 본 인터뷰를 마쳤다.

(서지나 기자/musicnews@music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