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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2-24 13:55
<시사평론> 조대현 경상대 사범대학 음악교육과 교수
 글쓴이 : 음악교육신문사
조회 : 505  

여러분은 세상의 질문에 답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까?

 
필자가 10년이 넘는 독일 유학을 마치고 한국으 로 돌아왔을 때 꽤나 자주 듣게 된 질문이 있다. 첫 번째는 독일에서 학위 받는데 걸린 시간에 대 한 물음과 유학에 필요한 경제적 지원에 관한 질 문이다. 비교적 오래 걸리고 돈도 상당히 필요했 다는 필자의 대답에 다음과 같은 두 번째 질문이 뒤따른다.

~ 그렇게 오랜 시간과 돈을 투자해야 했는 데... 선생님은 왜 음악을 전공하셨나요?”

아쉬움이 듬뿍 묻어있는 이 질문에서 그 시간 에 그 돈으로, 음악보다 더 나은 것을 전공했더라 면 더 좋지 않았겠느냐는 질문자의 조용한 핀잔 이 느껴진다. 필자는 이러한 경험에서 우리 학과 에 진학한 신입생들에게 꼭 이런 질문을 한다. ‘여 러분 중에 혹시 의대나 법대를 진학하려다가 우리 학과에 온 사람, 또는 졸업 후에 의학전문대학원이 나 법학전문대학원으로의 진학 계획을 갖고 있는 사람이 있습니까?’ 만약 모두가 아니라고 대답한 다면, 추가로 이렇게 묻는다.

여러분은 왜 세상이 좋다고 말하는 의학이나 법 학이 아닌 음악(교육)을 전공으로 선택했습니까? 여러분은 이러한 세상의 질문에 답할 수 있습니 까?”

우리는 자주 갈등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의견이 서로 다른 친구 사이에서 고민하게 되고, 사고자 하는 물건을 결정하지 못해 우왕좌왕하기도 하며, 심지어 중국집 단골메뉴인 자장면과 짬뽕을 선택 하지 못해 짬짜면이 탄생했다는... 그저 웃고 넘기 기엔 심각한 결정 장애를 앓고 있다. 사전적으로 갈등이란, 개인의 정서나 동기가, 다른 정서나 동 기와 모순되어 그 표현이 저지되는 현상을 뜻한다. 심리학적으로 볼 때 이러한 현상은 인간의 정신생 활을 혼란하게 하고 내적 질서와 조화를 파괴하는 결과를 야기하며, 결과적으로 이러한 갈등상태에 놓인 사람은 두 개 이상의 상반되는 경향으로 인 해 어떤 행동을 결정하는데 큰 어려움, 즉 위에서 언급한 결정 장애를 겪게 된다.

미국 프래그머티즘 시카고 학파의 창시자로 알 려진 철학자이자 교육학자인 듀이(Dewey)의 관점 에서 볼 때, 이러한 결정 장애의 원인은 경험(an experience)’ 양식의 부재에서 찾을 수 있다. 듀이 는 우리의 경험이 삶 속에서 지속적으로 이루어지 는 경험의 연속선상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특정한 경향성을 갖고 있고, 이러한 경향은 개개인의 고유 한 성격의 특성을 결정하게 된다고 말한다. 이러한 이유에서 듀이는 경험을 완전한또는 이미 완성 된 의미의 경험으로 보지 않고 현재의 경험양식이 새로운 경험에 영향을 준다는 의미에서, 그리고 이러한 과정이 지속적으로 반복된다는 이유에서, 뿐만 아니라 남과는 다른 나만의 경험양식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an’이라는 부정관사를 비 물 질명사인 ‘experience’에 덧붙여 설명하고 있다. 이를 독일의 음악교육심리학자인 그룬(Gruhn) 교수가 ‘individuelle Grunderfahrung’, 개 별적인 기본경험으로 표현하면서 내가 주체가 되 어 반복적으로 관여하게 되는 인지의 과정까지 개 념 속에 담고자 시도하였다.

우리는 흔히 언어사용에 있어서 우리가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입으로 말하지만, 이를 내 눈이 본다’, 또는 내 귀가 듣는다, 내 입이 말한다고 표 현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가 보고, ‘가 듣고, ‘가 말하기 때문이며, 이 과정을 행하는 주체가 바로 자신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가 무엇 을 보고, 듣고, 그리고 이를 이해하고 반응하는 모 든 인지과정에서 자신자신의 배경이 주체적 으로 충분히 기능할 수만 있다면, 우리는 오늘날 세상이 우리의 결정에 대해 질문하는 ?’라는 물 음에 충분히 답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앞에서 설명한 이러한 개념을 소명이 라는 말로 대신하고자 한다. 독일어에서 소명은 ‘Berufung’이라는 단어로 표현되는데, 이는 직업 이라는 뜻을 가진 단어인 ‘Beruf’와 같은 어원을 갖고 있다.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자신의 적성과 능력에 따라 일정 기간 동안 계속하여 종사하는 일이라는 뜻을 가진 직업이라는 단어와 임금() 이 신하()를 부르는 명령이라는 의미의 소명은 언뜻 다르고 상관없는 단어로 보일 수 있다. 그러 나 두 단어가 같은 어원을 갖고 있다는 점은 삶 속 에서 언어가 만들어지고 다듬어진다는 관점에서 볼 때, 그리고 그 관계 형성에 자신이 주체적으 로 관여한다는 점에서 볼 때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

혹시 지금 나와 상반되는 경향, 예를 들어 사회 적 경향과의 갈등 상황 속에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 갈등의 균형을 깰 수 있는 자신만의 확고한 신 념이 필요하다. 신념은 그냥 생기지 않는다. 또한 지식으로 얻게 되는 것도 아니다. 그저 단지 좋아 서 시작한 그것이, 반복되는 긍정적 경험 속에서 성숙이라는 과정을 겪게 될 때, 비로소 우리는 그 대상에 대한 신념, 우리 행동에 대한 신념을 갖게 될 것이다. 개인적 경향은 남과 비교할 때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사회적 경향에서 오는 실망과 낙담보다는 내가 원하는 일의 소명과 신념을 찾아 가는 하루가 되고, 새 학기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