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교육신문

​16세기부터 18세기에 걸쳐 유럽 궁정음악의 황금기를 이끈 하프시코드는 피아노가 보급되기 이전 가장 사랑받던 건반악기였 다. 해머가 현을 때리며 소리가 나는 현대의 피아노와 달리 플렉트럼이 현을 튕겨 소리를 내는 독특한 매커니즘을 지닌 이 악기는 시간이 멈춘 듯한 고즈넉한 울림과 은은한 음색으로 바로크 음악의 진수를 전달하는 데 더할 나위 없는 악기로 평가받는다. 오는 3월 21일(금) 오후 7시 30분, 하프시코드의 진정한 매력을 만날수 있는 특별한 무대가 일신홀에서 펼쳐진다. 섬세한 터치로 영혼을 울리는 하프시코디스트 조성연의 이번 연주회는 바로크 시대 궁정음악의 정수를 오늘날의 감성으로 풀어낼 예정이다.

고악기, 하프시코드로 피어나다

바로크 시대를 수놓은 다양한 악기들의 레퍼토리를 하프시코드만의 특별한 음색으로 재해석하는 이번 연주회의 1부는, 16세 기에서 18세기 유럽에서 깊은 사랑을 받았던 발현악기 류트의 매력적인 음악으로 문을 연다. 바로크 시대 최고의 류트 작곡가 이자 연주자로 칭송받는 S. L. Weiss의 걸작을 J. Salvestrini가하프시코드를 위해 편곡한 <Lute Sonata in d minor Weiss SW 34>이다. 원곡의 부드럽고 둥근 류트의 울림은 하프시코드에서 한층 더 명료하고 가벼운 터치로 탈바꿈되어 음 하나하나가 수정 처럼 맑게 반짝이는 새로운 생명력을 얻는다. 프렐류드와 6개의 춤곡(알르망드, 쿠랑트, 부레, 미뉴에, 사라방드, 지그)으로 구성된 이 소나타는 18세기 독일 류트 음악의 정수를 보여주는 동시 에, 하프시코드의 세밀한 아르페지오와 다성적 흐름이 만들어내는 우아한 음악적 풍경을 선사한다.

 이어지는 A. Forqueray Transcription by J. B. Forqueray “Piece de Clavecin Suite No. 1 d minor”는 프랑스 바로크 시대를 대표하는 비올라 다 감바 거장 A. Forqueray의 작품을 그의 아들이 하프시코드를 위해 편곡한 특별한 작품이다. 비올라 다 감바 특유의 깊고 따뜻한 음색은 하프시코드에서 투명한 크리스탈과 같은 청량감으로 변모하며, 감바의 묵직한 저음부 공명 대신 정교한 장식음과 섬세한 리듬의 춤사위가 한층 더 돋보이게 된다. 마치 르네상스 시대의 정교한 조각 작품처럼 기하학적 패턴으로 정제된 음향의 향연 은, 같은 곡이지만 전혀 다른 매력으로 청중들의 귀를 사로잡을 예정이다.

하프시코드로 만나는 바흐의 걸작

2부에서는 바로크 음악의 거장 J. S. Bach의 불멸의 걸작들이 하프시코드의 섬세한 음색을 통해 새롭게 태어난다. G. Leonhardt가 편곡한 <Cello Suite No. 6 in D Major, BWV 1012>는 바흐의 첼로 모음곡 중에서도 가장 화려하고 기교 적으로 도전적인 작품으로, 원래 5현 첼로를 위해 작곡되었다. 첼로의 풍부한 성량과 긴 호흡으로 노래하던 선율은 하프시코드에서 더욱 입체적인 구조로 재탄생되어, 빠른 음의 움직임과 대위법적 흐름이 한층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특히 양손이 빚어내는 음형들의 대비가 강조되면서 작품의 구조적 아름다움이 새로운 빛을 발한다.

피날레를 장식하는 <Chaconne from Violin Partita in d minor BWV 1004>는 바흐의 바이올린 작품 중 최고의 걸작으로 꼽히는 역작이다. 주제와 64개의 변주로 이루어진 이 웅장한 작품은 하프시코드의 독특한 음향적 특징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준다. 바이올린의 다이내믹한 표현 대신 하프시코드의 일정한 음량 속에 서 화성적 변주가 마치 정교한 태피스트리처럼 다층적으로 펼쳐 지며, 각 변주는 더욱 또렷하게 구분되면서도 하프시코드 특유의 화려한 울림으로 하나의 거대한 음악적 흐름을 완성한다. 류트, 비올라 다 감바, 첼로, 바이올린이라는 각기 다른 현악기 들의 음악이 하프시코드라는 하나의 악기를 통해 재해석되는 이번 연주회는 명확한 선율과 정제된 음향, 그리고 섬세한 리듬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바로크음악의 세계로 청중들을 초대한다. 각 악기의 고유한 특성과 음악적 표현이 하프시 코드의 건반 위에서 어떻게 피어날지, 하프시코 디스트 조성연이 만들어 낼 그 특별한 순간을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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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크 음악의 새 지평을 여는 하프시코디스트 조성연

연세대학교와 동 대학원을 졸업한 하프시코디 스트 조성연은 헤이그 왕립 음악원에서 만점 및전체 수석의 영예로 졸업하며 일찍이 그녀의 탁월한 음악성을 인정받았다. 유럽과 미국, 아시아, 남미의 주요 음악 페스티벌과 연주홀에서 초청 연주와 마스터클래스를 이어온 그녀는, 모교인 헤이그 왕립 음악원에서 자크 오그 클래스의 조교수를 역임하며 국제적인 음악인으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현재, 대전 바로크 음악 제와 아니마코르디 바로크 앙상블의 음악감독을 맡고 있는 조성 연은 한국바로크협회 회장으로서 바로크 음악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으며 연세대학교 교회음악과에서 학생들과 마주하고 있다.

(이영주 기자/musicnews@music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