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교육신문

가끔 한 마디 위로의 말 보다 한 소절의 소리가 마음에 와 닿을 때가 있다. 삶이라는 꽃을 피우기 위해 열심히 달려온 이들에게 음악은큰 위로와 용기를 선물한다. 지난 1월 18일(토) 오후 5시, 19일(일) 오후 5시, 25일(토) 오후 5시 구리아트홀 코스모스 대극장에서 개최된 2024 지역대표예술단체 육성 지원 사업인 ‘클래식 페스티벌’은 오케스트라, 성악, 해금, 바이 올린 선율이 조화를 이루며 다채로운 감동을 전한 시간이었다. 3일에 걸쳐 진행된 클래식 페스티벌은 각 공연마다 다른 프로그램으로 세계적인 수준의 최고 기량을 가진 연주자들이 무대에 오르며 완성도 높은 무대를 선사했다. 1월 18일(토)에는 지휘자 김상훈이 이끄는 바싸르 오케스트라와 함께 세계적인 소프라노 조수미, 테너 장주훈, 해금 박수아가 다채로운 무대를 선보였다. 공연은 김상훈이 이끄는 바싸르 오케스트라의 경쾌하면서도 박진감 넘치는 러시아의 대문호 푸시킨의 서사시를 원작으로 한 글린카의 오페라 ‘루슬란과 류드밀라’ 서곡으로 문을 열었 다. 이어진 시간은 세계적인 소프라노 조수미의 무대였다. 이날 조수 미는 아름답고 서정성 넘치는 목소리로 전장에서의 유쾌하고 사랑스러운 주제를 담은 도니제티의 오페라 ‘연대의 딸’ 중 ‘모두가 알고 있네’를 특유의 맑고 섬세한 목소리로 전해주었다. 레하르 오페레타 ‘미 소의 나라’ 중 ‘그대는 나의 모든 것’ 무대 역시 국경을 넘는 사랑이 그녀의 애잔한 목소리 속에 녹아난 순간이었다. 화사한 소프라노 음성 으로 들을 수 있었던 아름다운 싯구와 서정적인 선율의 현대가곡 윤학준의 ‘마중’ 무대 역시 특별했다. 조수미와 함께 풍성한 음색으로 청중을 압도한 테너 장주훈과의 김효근이 작곡한 ‘첫사랑’ 듀오 무대도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룬 연주였다. 그 후 이어진 무대에서는 안드레아 빅시오를 비롯해 포레, 정환호, 그리고 모노의 ‘사랑의 찬가’ 등 다양한 작곡가의 작품을 만날 수 있었다. 조수미의 화사한 음색과 장주훈의 풍성한 음감의 조화도 인상적이었다.

 후반부에는 클래식의 고전적인 매력이 대중음악의 편안함 속에 스며든 무대였다. 동화처럼 아름다운 선율의 ‘인어의 전설’은 세련되게 다듬어진 사운드가 돋보인 바싸르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청중을 사로잡았다. 특히 지휘자 김상훈의 활력 넘치고 노련한 리더십은 오케 스트라의 사운드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냈다. 이어서 소프라노 조 수미와 해금 박수아의 듀오로 빨간머리앤의 ‘민들레야’, 박지훈의 ‘흔 들리며 피는 꽃’이 연주되었는데, 드라마와 시 속의 음악들을 서양 음악과 국악의 절묘한 조화로 빚어낸 순간이었다. 피날레는 소프라노 조수미가 노래하는 엔드류 로이드 웨버의 ‘사랑은 영원히’ 뮤지컬 음악으로 달콤한 ‘사랑’의 메시지가 영롱한 음성에 녹아 클래식 페스티 벌의 첫날 무대를 아름답게 수놓고 있었다. 1월 19일(일) 펼쳐진 두 번째 무대는 바싸르 오케스트라와 성악가 김주택의 깊고 풍부한 목소리가 돋보인 시간이었다. 김주택은 성악가로서 뿐 아니라 뮤지컬 배우로도 큰 성과를 거둬 새로운 영역을 넓혀간 음악가로 잘 알려져 있다. 김주택은 이날 청중들이 편안하게 음악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해설도 함께 진행했다. 비제의 ‘아를르의 여인’ 모음곡 2번 중에서 ‘파랑돌’은 바싸르 오케스 트라의 역동적인 사운드와 다이내믹함이 돋보이는 무대였고 이어진 김주택의 뮤지컬 ‘맨 오브 라 만차’ 중에서 ‘임파서블 드림’은 성악가들도 사랑하는 뮤지컬 넘버로 이날 김주택은 풍성한 울림과 생동감 넘치는 표현으로 무대를 압도했다. 서정적인 선율이 아름다웠던 마스카니의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간주곡, 김주택의 몽환적이고 감미로운 음성으로 들을 수 있었던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중에서 ‘뮤직 오브더 나잇’은 여주인공인 크리스티나에게 자신의 내면의 세계를 강렬하게 표현했던 주인공 유령의 복잡한 마음을 잘 담아냈다.

 2부에서 이어진 엘가의 ‘위풍당당 행진곡’과 김주택이 노래한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중에서 ‘지금 이 순간’ 무대는 웅장하고 클래식한 멋이 낭만 가득한 축제의 분위기와 어우러져 페스티벌을 한층 뜨겁게 달군 시간이었다. 그 후 이어진 로저스의 ‘너는 혼자 걷지 않을 거야’를 통해 음악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갖춘 최고 성악가로서의 변함 없는 면모를 보여주었다. 바싸르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마무리 된 엘가의 ‘수수께끼 변주곡’ 중에서 9번 ‘님로드’에서 느낄 수 있었던 가슴 벅차오르는 감동, 열정과 에너지가 가득했던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천둥과 폴카’ 연주는 공연이 끝난 후에도 축제의 특별한 여운을 남겼다.

1월 25일(토) 마지막 날에는 2021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제9대 총장으로 선출되어 예술 행정가로 활동 중인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 김대진이 이끈 바싸르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주목을 끌었다. 뛰어난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로 한국 음악계를 이끌어 온 리더답게 그는 음악의 흐름을 정확히 파악 하고 곡마다의 다양한 표정의 변화를 소리로 완성시키며 오케스트라를 이끌었다. 또 한명의 특별한 연주자는 서정적인 음악성과 모험 적인 프로젝트로 자신의 음악적 스펙트럼을 넓혀가고 있는 바이올리 니스트 대니구였다. 그의 세련된 감각의 스타일과 생동감 넘치는 연주 역시 이날 무대를 빛내기에 충분히 매력적이고 아름다웠다. 바싸르 오케스트라의 희망찬 사운드와 웅장함이 돋보인 주페의 ‘경 기병 서곡’에 이어 바이올리니스트 대니구의 베토벤 ‘바이올린 로망스 2 번’, 마스네의 ‘타이스의 명상곡’, 몬티의 ‘차르다시’가 연주되었다. 자유로운 형식의 로맨틱한 멜로디가 정교하면서도 안정된 테크닉 속에 빛났던 베토벤의 로망스, 과하지 않은 서정미로 차분하고 부드 러운 진행이 돋보인 마스네의 ‘타이스의 명상곡’, 자유롭고 활기 넘치는 정교한 테크닉이 돋보인 몬티의 ‘차르다시’까지 대니구는 긴장감 넘치는 소리와 활력을 뽐내며 무대를 사로잡았다.

 2부 무대는 바싸르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장식되었다. 축제의 분위 기와 가장 어울리는 작품으로 선곡된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박쥐 서곡’, ‘관광열차 폴카’, ‘트리치 트라치 폴카’에서는 속도감과 다이내 믹함에서 오는 경쾌함이 짜릿한 쾌감을 전해주었고 특히 고음부 현악기의 울림이 산뜻하게 펼쳐져 인상적이었다. 이어서 계명대 성악과 교수로 재직중인 소프라노 강혜정은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봄의 소리 왈츠’를 통해 따뜻하고 서정적인 음성으로 밝고 화사한 봄의 선율을 선사했다. 마지막 곡이었던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에서는 생동감 넘치는 왈츠의 아름다움이 펼쳐졌고 음악적인 충만감을 만끽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3일 동안 구리아트홀 코스모스 대극장에서 펼쳐진 ‘클래식 페스티벌’의 다채로운 선율 속에는 새해를 여는 ‘희망’의 메시지와 우리 삶의 희로애락이 녹아있었다. 수준 높은 연주 역시 많은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열정으로 빚어낸 음악이 삶이라는 꽃을 피우기 위해 진심을 다해 노력하고 있는, 2025년의 시작 앞에 서 있는 이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안아주고 있었다.

글·국지연(음악 칼럼니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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