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교육신문

​최근 교육부가 추진해 온 AI 디지털 교과서의 지위가 교육자료로 격하되면서 교육부, 제작업체, 그리고 교육 현장 간에 많은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이번 발표에서는 AI 디지털 교과서가 무엇인지, 그동안 어떤 일이 벌어졌 는지, 그리고 음악 교과와 음악 교육에 어떤 영향을 미치 는지 간단히 논의하고자 한다.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 방안’(2023. 02. 23)에서 교육 부는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AI 디지털 교과서를 개발하여 2025년부터 도입할 계획을 발표하였다. 에듀 테크 프로그램을 활용함으로써 교사의 역할을 지식 전달에서 학습 멘토·코치 및 사회·정서적 지도자로 확대 하고 학생은 맞춤형 교육을 통해 자기주도적 학습자로 성장하는 ‘교육 본질의 회복’을 기본 방향으로 설정한 것이 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이 시작되며 교육부는 2023년 부터 AI 기지털 교과서 도입을 준비하기 시작하여 2025 년 3월부터 적용 및 확대를 목표로 하였다. 디지털 시대 교육의 대전환 방향으로 교육부의 대대적인 홍보 노력과 함께 디지털 교과서가 인공 지능 디지털 교과서 (Artificial Intelligence Digital Textbook, AIDT)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질 만큼 대한민국 교육계의 큰 변화를 이끌어 왔다. 이 때, 주지교과에 밀린 음악 교과를 포함한 미술, 체육 등 예체능 교과는 AIDT 개발에서 제외 되었다.

 하지만 불과 1~2년 안에 준비-개발-적용을 이루려는 AI 디지털 교과서 개발은 많은 국민의 우려 속에 문제점 들을 드러내었다. 우선, AI 디지털교과서 개발에 참여한 대다수의 제작업체가 사교육업체로 사교육 카르텔의 강화라는 의혹이 제기 되었고 또한, AI 디지털 교과서 교사연수 연구를 총괄하는 인사가 ‘학위위조’라는 사실이 밝혀지며 국가사업에 신뢰감을 상실하였다. 국제교육연 맹 (Education International, EI) 의 헨리 연구총괄은 “AI가 (교육에) 효과적이라고 입증할만한 아무런 증거를 찾지 못했다는 것이 우리의 결론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한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AI교과서 사업은 AI와 관련된 OECD 가이드라인, UNESCO 가이드라인도 모두 어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AI와 기술의 해악으로부터 학생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https://www.educhang.co.kr) 이렇게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한국의 AI 교과서에 대해 우려하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사교육업체 등에 의해 학생들의 개인정보가 무차별적으로 상업적으로 수집되기 때문이다. 또한, 정책 추진 과정에서 교사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 점, 그리고 공적 교육 자금이 민간업자들에게 흘러들어가 다시금 사교육을 강화시 키는 문제점 등 수없이 많다. 이는 궁극적으로 교육의 자주성을 훼손하고 공교육을 후퇴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있다. 이에 따라 대다수의 교사들이 AI 교과서의 사용과 채택을 거부하기 시작하였으며 결국 지난 해 말 국회 본회의에서 AI 디지털 교과서가 교과서가 아닌 교육자료로 규정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의결되었다. 이는 AI교과서 사용여부를 의무가 아닌 학교장 재량에 따르는 선택사항이 된 것이며 신학기부터 일부 학년에서 AI 교과서를 일괄 도입하려던 교육부 계획에 상당한 차질이 생긴 것이다.

 교육부가 추진한 AI 디지털 교과서 개발 목록에 음악 교과가 빠진 점을 아쉬워해야 할지, 아니면 다행이라고 생각해야할지 고민이 되는 순간이다. 하지만 AI디지털 교과 서의 개발이 무산되었다 하여도 AI 활용이 증대됨에 따라 2022 개정 음악과 교육과정의 창작 영역 성취기준에는 ‘디지털 매체’를 포함하여 ‘여러 매체로 표현한다’는 내용이 기술되어 있다는 것과 교수학습 방법 내용 중 ‘인공지능 융합 학습’ 등이 포함된다는 점에서 인공지능이 음악교육에 활용되는 여지가 확대되었다고 볼 수 있다.

 2022 개정 음악과 교육과정에 따라 올해부터 새롭게 도입된 초등학교 3·4학년 검정 음악 교과서와 중학교 인정 음악 교과서에는 이미 생성형 AI 저작 도구를 활용한 음악 창작 학습 활동들이 대거 포함되어 있다. 반면, 국내에서 AI 저작 도구를 활용한 음악 교육 연구는 철학적 방향성 탐색이나 문헌 연구에 치중되어 있어 실제로 이러한 생성형 AI 저작 도구를 활용한 음악 교육의 실질적 효과를 검증하는 연구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현재 로서는 이러한 매체를 활용한 음악 수업에 참여한 학생 들이 음악을 재미있게 경험하고 학습 동기를 고취시키는데 기여한다는 수준의 인식 조사 연구에 머무르고 있다.

해외에서도 디지털 매체를 활용한 음악 교육이 음악 이론, 감상, 그리고 일부 창작 활동에서만 효과적이라는 제한된 연구 결과로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는 데 반해 우리나라에서는 시대적 요구라는 흐름에 맹종맹신하여 AI 도구를 사용한 음악 교육을 받아들이는 것은 아닌지 상당히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많은 자본과 연구비가 ‘AI를 활용한 것’에 쏠리다보니 음악 교육적 효과, 학생의 음악적 성장의 본질을 간과한 채, 단지 수월성, 흥미, 동기 부여 측면의 이유만으로 부화뇌동한다면 음악교과를 통한 교육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을지 심히 염려되는 바이다.

 세상에 어느 학습과 성취도 최소한의 어려움과 고통이 필연적으로 따르며 이를 극복해야 교육적 성장이 이루어 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교육적 효과에 대한 연구가 아직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진정한 음악적 성장을 이끌어낼 수 있는 음악 교육 방법이 무엇인지에 대해 우리 모두가 함께 깊이 고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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