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교육신문

​구약성서에 나오는 바벨탑 사건 이후 흩어졌던 언어가 0과 1이라는 수학적 언어인 디지털로 통일되면서 정보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기술은 비약적으로 발달하였다.

2016년에 있었던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 대전 이후 인공지능의 바람은 예술계에도 불어 닥쳐왔고 어느 미술 대회에서도 ‘미드저니 (Midjourney)’라는 AI 프로그램이 그린 그림이 우승을 하며 예술계에큰 충격을 주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이 작곡한 곡이 작곡 경연 대회에서 우승하는 등 음악 분야에도 충격을 주고 있다. 요즘 들어서는 많은 사람이 Suno나 Udio와 같은 생성형 AI 작곡 프로그램으로 손쉽게 곡을 만들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인공지능 서비스가 음악계에 축복일까, 아니면 저주일까? 우리는 인공지능의 긍정적인 면만 보는 것 같다. 이에 대한 어두운 면도 고민해야 할 것이다.

최재봉 작가는 그의 책 [포노 사피엔스]에서 24시간 스마트폰을 놓지 않는 신인류를 포노 사피엔스로 정의했고 스마트폰을 단순히 도구가 아닌 사람의 ‘뇌’이고 ‘손’이라고 하였다. 즉, 우리 몸의 확장(Extension)인 것이다. 그렇다면 수많은 영역에서 사용되는 인공지능은 어떠한가? 아마도 곧 우리의 몸의 확장(Extension)으로 여겨질 것이다.

작곡의 영역에도 인공지능은 엄청난 효율성으로 작곡의 능력을 확장 (Extension) 시켜 준다.

지난 학기 필자는 상명대 뉴미디어음악학과 대학원생들과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하였다. 인간 작곡가와 AI 작곡가의 대결이었는데 프로 그램을 시작한 첫날 AI 작곡 프로그램인 Suno는 제시된 가사로 불과 몇 초 만에 곡을 만들었다. 작곡 전공인 학생들의 반응은 우리가 음악을 계속해야 하는지 고민이 된다고 했다. 인간 작곡가 그룹의 학생들은 1주일 후에 작곡한 곡을 가져왔고 그 후 몇 주 동안 편곡, 녹음, 믹싱, 마스터링 과정을 거쳐 한 달이 지나서야 결과물을 가져왔다. 하지만 Suno는 공장에서 물건을 찍어 내듯이 수없이 많은 곡을 한 달 동안 만들어냈다.

한 달이 지나서 Suno가 만든 작품들과 학생들이 만든 곡을 일반인들에게 블라인드 청취를 진행한 결과 대부분 인공지능이 만든 곡과 사람이 만든 곡과의 차이를 잘 구분하지 못하였다. 물론 전체적인 통계에서는 사람이 만든 곡의 선호도가 높았지만, 인공지능의 수준은 무시할 수 없는 경지에 왔다는 것이 공통된 견해였다.

스마트폰 보급 이후 누구나 사진을 찍고 영상을 제작하는 콘텐츠 크리에이터 시대가 된 것처럼 이제 인공지능 작곡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누구나 곡을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 물론, 인공지능이 패턴 인식에 강점을 보이기에 대중음악과 같이 패턴을 가진 음악에 더욱 발굴의 실력을 보이는 것 같다. 하지만 클래식 장르에도 일반인이 판단하기에 나름 훌륭한 결과물을 내고 있다. 결국, 인공지능 작곡 프로그램은 일반 인이나 작곡가에게 그 능력을 확장시키는 ‘Extension’이 될 것이다. 하지만 전문 작곡가가 아닌 누구나 작곡을 하는 시대가 된다면 작곡가라는 직업은 점차 소멸(Extinction)의 단계로 들어갈 것이 분명하다.

심지어 작곡가들도 인공지능의 편리함을 알고 차츰 인공지능을 도입해 급기야 90% 이상까지 사용한다면 그 곡을 자신이 작곡했다고 말할수 있을까? 전문 작곡가가 AI를 적극적으로 쓰는 순간부터 그 사람은 자신보다 AI가 낫다고 인정하는 꼴이 되지 않을까? 물론 자신의 주 영역이 아닌 믹싱이나 마스터링 쪽에서 사용하는 것은 허용될 것이다. 하지만 믹싱이나 마스터링 엔지니어가 AI를 이용해 믹싱이나 마스터링을 하는 것이 일상화되면 엔지니어로서 그 사람은 이제 다른 직업을 선택 해야 할 것이다. 운동하기 싫어 계속 자동차만 타고 다니다 보면 결국 근력을 잃어버 리는 것처럼 편의성과 효율성을 위해 인공지능만을 의존하게 되면 작곡 가도 작곡의 능력, 근력을 잃어버릴 것이다.

궁극적으로 인공지능 작곡 프로그램들은 일반인들을 상향 평준화된 작곡가로 만들 것이며 아우라가 있는 상위 1%의 작곡가가 아니면 전업 작곡가가 되기 어려운 시대가 될 것이다. 이것이 초래하는 것은 작곡 입시 분야, 예를 들어 학원, 대학 등에서 작곡과의 축소 및 소멸, 그리고 점차적인 전문 작곡가의 소멸이라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결국, 작곡가를 졸업한 학생들은 작곡 외에 경영, 교육, 연주, 믹싱, 마스터링, 제작, 영상 등 관련된 모든 분야를 망라하는 종합 예술가, 혹은 1인 기업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에 반해 수없이 많은 보컬 전공자들과 기악 연주자들은 진입 장벽이 낮아진 작곡 영역을 테크널러지, 나아가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싱어송라이터, 프로듀서로 활동할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일종의 레트로(Retro) 현상이 아닐까 생각한다. 프란츠 리스트, 요한 세바스챤 바흐, 쇼팽과 같이 작곡과 연주를 겸하는 것이 보편화 될 것으로 예측된다.

독일의 철학자 발터 베냐민은 디지털 복제의 시대에 복제된 콘텐츠는 아우라가 상실된다고 말하였다. 즉, 수많은 디지털 콘텐츠는 상대적으로 가치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인공지능의 약점인 감정적 공명(Emotional Resonance)의 결여로 인해 사람을 대하고 사람들과 교류하는 공연이나 연주 쪽이 더 주목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음악가는 아우라가 상실된 디지털 콘텐츠 생산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처럼 연주하는 작곡가, 작곡하는 연주자가 되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공명과 교감이 이루어지는 분야에 더 집중하여야 할 것이다.

미래는 만드는 것이기에 예측하는 것이 의미가 없을 수 있으나 인간의 탐심과 편해지려고 하는 본성 때문에 일반인들에게 인공지능 작곡은 확장(Extension)의 개념으로 다가와 적극적으로 혹은 무분별하게 활용될 것이고 전문 작곡가에게는 소멸(Extinction)로 가는 판도라의 상자가 될듯하다.

최근 노벨 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의 말처럼 한 작품을 만드는 데는큰 고통이 따르고 몸도 상한다. 작곡가도 위대한 작품을 내는데 해산의 고통이 있다. 하지만 인공지능 작곡에는 해산의 고통도, 과거와 지금의 스토리도 없다. 너무 쉽게 생성하니 가치와 의미가 빈약하다. 적절하게 사용되면 문제가 없다고 하겠지만 자본주의 사회는 대규모의 자본이 몰리는 쪽으로 대기업이 진출하여 양극화를 이끈다. 유튜브 배경 음악이나 영상 매체의 기능 음악, 음성 서비스는 돈이 되기에 음원 생성 서비스는 활발하게 개발될 것이고 인공지능이 이 부분을 대부분 담당할 것이다, 기술의 발전이 누구에게는 유토피아로, 누구에게는 디스토피아로 이끌고 가는 듯하다. 대형 유통 서비스가 생기면 구멍 가게들이 설 곳이 없듯이 작곡 분야도 이러한 흐름을 막기는 힘들어 보인다. 그래서 인공지능 작곡의 출현이 반갑지만은 않다.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 대전에서 이세돌 앞에서 바둑을 둔 사람을 보며 앞으로 예술계의 어두운 그림자를 보았다. 내가 생각하기에 이세돌 앞에서 바둑을 둔 분은 프로 바둑기사였을 것이다. 하지만 당시 본인의 수를 둔 것이 아니라 알파고의 명령을 듣고 그냥 수동적으로 바둑을 두는 역할을 하였다. 앞으로 작곡가도 거대한 인공지능이 제시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수동적으로 작곡할 날이올 것이다. 즉, 창작 주체의 변화(Switch)이다. 수많은 실수와 과정을 통해 한사람이 자라고 멋지게 성장하듯 인간은 시간과 공간 속에 우리의 이야기 텍스트를 담아간다. 그 과정에 수많은 사람과 환경이라는 컨텍스트(Context)가 있었을 것이고 그러한 것들이 모여 나의 스토리가 되고 히스토리가 된다. 인공지능 시대 나는 누구인가, 인간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기능과 결과만이 중요하게 판단되는 시대에 윤동주의 시처럼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하고 신이 나에게 부여한 길을 걸어가야 하지 않을까?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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