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교육신문

국내 튜바 연주자로서는 전무후무한 독주회 경력과 수상이력을 가지고 있는 튜비 스트 허재영(중앙대 교수)이 오는 11월 11 일(토) 오후 8시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에서 관객들을 맞이한다. 특히, 이번 공연은 오랜 시간에 걸쳐 연주자로서, 그리고 교육자로서 온 힘을 다해온 그의 46번째 독주회이며, 활동영역을 끊임없이 확장해온 허재영의 독주회는 회를 거듭할수록 시간의 흔적을 겹겹이 쌓아 깊은 나이테를 만들어 왔다. 그렇기에 더욱 특별하게 느껴질 이번 연주에서는 대표적인 고전음악 작곡가 L .v. Beethoven, 그리고 3명의 현대음악 작곡가 C-H. Joubert, R. Newton, J. Koetsier의 작품이 펼쳐질 예정이다. 이에 튜바의 낮고 장중한 소리로 ‘고전과 현대를 잇는 대화’를 들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되는 바. 예술의전당에서 펼쳐질 그의 독주회 프로그램에 귀 기울여 보고자 한다.

웅장한 사운드, 다채로운 음색

튜비스트 허재영의 독주회는 C-H. Joubert <PETITE SUITE pour Tuba Seul>으로 막을 연다. 본 작품은 튜바 솔로를 위한 작은 모음곡으로 1악장 <전주곡과 푸가>, 2악장 <사라방드>, 3악장 <미뉴엣>, 4악장 <지그>로 이루어져 있다. 이에 허재영은 튜바가 소유한 중후한 보이스로 객석의 분위기를 사로잡은 뒤 저마다의 형식에 따라 때로는 대위법적으로, 때로는 춤을 추는듯 개성을 드러낼 것이라 기대된다. 작곡가 주베르는 1948년에 태어나 현존하는 프랑 스의 비올리스트, 작곡가, 지휘자이자 교사 로, Aulnay-sous-Bois 음악원에서 화성 과 대위법, 푸가, 작곡을 중점적으로 가르쳤 다. 따라서 본 작품은 그가 너무나도 잘 이해하고 있는 음악적 형식으로 작곡되어졌기 에, 더욱 촘촘한 선율의 밀도를 느낄 것이라 예상된다. 1악장에서 4악장까지 점점 고조 되는 분위기를 감상하며 특히, 마지막 <지 그>에서 펼쳐지는 그의 화려한 테크닉에 집중해보길 바란다.

다음 연주곡은 J. Koetsier <CONCERTINO für Tuba und Streichorchester>으로 피아노의 강렬한 화음이 1악장의 시작을 알리면 튜바 또한 그에 맞춘 장중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후 분위기를 전환해 튜비스트 허재영의 지칠 줄 모르는 에너지와 열정을 대변하는 듯, 두 악기의 화려한 패시지가 이어진다. 이에 관객 또한 극도로 몰입하여 온몸이 무대로 쏠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들 것이다. 이와 대조되는 2악장은 <로맨 스와 스케츠로>라는 제목과 같이 곡의 앞뒤로 아주 낭만적인 선율이 물결을 그리고, 중간부분에서는 익살스러운 음형이 빠르게 연주된다. 마지막 3 악장은 1부의 마지막을 알리듯 고도의 테크닉을 요구하는 화려한 음악과 분주하게 뛰어다니는 음을 감상할 수 있으며, 허재영은 이를 모두 소화해내는 원숙한 기량을 마음껏 펼칠 것으로 기대된다.

튜바의 매력을 듬뿍 느낄 수 있는 무대

잠깐의 휴식을 취한 후, 튜바의 매력이 더욱 빛을 발할 무대로 R. Newton <CAPRICCIO for Tuba and Piano>가 이어진다. 즉흥곡의 소품을 부르는 말인 Capriccio(카프리치오)는 규칙이나 관습에서 벗어난 음악을 말한다. 즉 본질적으로 ‘자유로움’이 담긴 본 작품은 리듬의 변화가 많고 불규칙한 간격 으로 주선율이 반복되는 양상을 보인다. 튜바와 피아노의 즐거운 느낌을 담고 있는 이 작품에서 허재 영은, 빠른 템포 속 긴장감이 감도는 선율를 완벽히 소화해내며 여운을 남길 예정이다. 또한 현대 작곡가 뉴턴이 바로크 후기와 초기 고전주기 시대에 발굴된 카프리치오 스타일을 유쾌하게 각색했다는 점이 관객들의 흥미를 유발할 것이다. 이에 역동적인 선율이 이어지는 장면에서 능수능란하게 움직 이는 그의 손가락을 주목해보자.

마지막으로, 이번 독주회를 화려하게 장식할 음악은 L. v. Beethoven <SONATE für Pianoforte und Horn>이다. 베토벤이 관악기를 위해 유일하게 작곡한 작품이며, 3악장 형식으로 구성되어있는 본 작품은 ‘알레그로 모데라토 - 포코 아다지오 - 론도:알레그로 모데라토’로 이루어져 있어 완벽한 소나타의 형식미를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모든 악장이 못갖 춘마디로 시작한다는 것이며, 2악장이 완전히 끝맺어지지 않고 attaca(악장의 끝에서 쉬지 않고 바로 다음 악장으로 넘어갈 것을 지시하는 용어)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베토벤의 제자인 페르디난트 리스에 의하면 이 곡은 연주회 전날부터 하루 만에 완성했다고 전해지는데, 베토벤은 자신이 연주할 피아노 부분을 알아볼 수 있을 정도의 스케치만 그려 무대에 올라갔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연은 아주 성공적이었다는 유쾌한 에피소드가 얽혀있는 작품이다. 이 일화처럼 유독 빛이나고 가벼운 느낌이 드는 소나타이기에, 청중들도 그 음악적 흐름을 원활하게 따라갈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된다.

또한, 수십 년간 학생들을 마주하며 주입식 반복 교육으로 좋지 않은 습관이 고착되는 것에 안타까 움을 느낀 그는 ‘꾸준한 노력보다는 지혜로운 노력이 필요하며, 실력을 향상하기 위해서는 악기를 다루는 행위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라는 그의 교육 론과 함께 후배들을 위한 조언 또한 전했다.

이에 고전과 현대를 아우르는 프로그램을 통해 튜바의 중후한 음색을 제대로 느껴보고 싶다면 튜비스트 허재영과 낭만적인 가을밤을 함께 하는 것은 어떨까.

(김지홍 기자/musicnews@musiced.co.kr)

｜튜비스트 허재영｜

•중앙대, 독일 쾰른 국립음대, 체코 브르노 음악원 지휘과 최우수과정 졸업

•제5회 한국음악협회 주최 전국콩쿠르 금관부문 일반부 입상

•국내 최초로 튜바&유포니움 독주회 개최 이후 45회의 독주회 성료, 라이브 앨범 발매 이후 4장의 음반 공개

•세계적인 관악기 작곡가인 Barton Cummings로부터 ‘Suite for Tuba No. 4’를 헌정 받음

•프랑스 파리 튜바 사중주단 멤버 제의 받음

•서울시향, 대구시향, 천안시향, 광주시향 등 국내·외 교향악 단과 윈드 오케스트라 다수 협연

•음악대학 연구업적 최우수교수 선정, 제2회 대한민국 사회 공헌 대상, 예술인 대상, 제28회 서울음악 대상, 제1회 대한 민국 문화대상, 제5회 대한민국 미래창조 경영 대상, 혁신한 국인&Power Korea 대상, 대한민국을 이끄는 혁신리더 대상 수상

•서울시향 단원, 제주국제관악콩쿠르 심사위원, 한국 Tuba협회및 한국튜바유포늄연구협회 회장 역임

•현)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음악학부장 독일 미라폰 튜바 아티스트 활동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