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교육신문

옥 같이 그윽한 향기 묻힌 지 몇 해이며 누가 그대의 원한을 하늘에 호소하랴 황천길 아득한데 누굴 의지해 돌아 갔을꼬 짙은 피 깊이 간직한 죽음 인연 으로 남았네 천고에 높은 이름 열문에 빛나리니 한 집안 높은 절개 두 어진 자매였네 아름다운 두 떨기 꽃 글로 짓기 어려운데 푸른 풀만 무덤 앞에 우거져 있구나.

-홍윤애의 비문 中

제주 최고의 사랑 이야기를 모티브로 하는 공연, 창작오페라 <홍윤애> 하이라이트가 10월 22일(토) 오후 7시 30분 관덕정 제주목 관아 연희각 야외무대에서 관객들을 찾아온다. 이에 실화를 기반으로 200여년 전의 사랑 이야기를 다룰 본 오페라를 소개하려 한다.

문화예술로 승화된 ‘제주’만의 콘텐츠

창작오페라 <홍윤애>는 올해로 창립 60주년을 맞은 (사)한국음악협회 제주 특별자치도지회(지회장 오능희, 이하 제주음협)가 제주특별자치도의 후원으로 주최하는 ‘2022 제주음악제’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제주음협과 제주국제자 유도시개발센터(이사장 양영철, 이하 JDC)가 함께 선보이는 본 오페라는 지속 가능한 ‘제주’만의 콘텐츠를 발굴하기 위해 옛 제주에서 있었던 실제 사건을 문화예술로 재현하고자 기획되었다.

이번 공연은 조선시대에 건립된 제주목 관아 문화재 내부에서 진행되는 대형 공연으로, 공연에 앞서 제작발표회가 10월 7일(금) 제주시 소통협력센터에서 이뤄지고, 10월 21일(금)은 공개 리허설, 10월 22일(토) 본 공연이 예정되어 있으며 JIBS 방송사와의 협업으로 전국에 송출될 예정이다.

한국의 로미오와 줄리엣

‘홍의녀’ 또는 ‘홍 랑’으로 알려진 ‘홍윤애’는 사랑하는 연인의 생명을 지키려 목숨을 바친 의녀로 알려져있다. 선비 ‘조정철’은 1777년 정조시해 음모사건에 연루되어 제주로 유배를 가게 되고 적적하게 지내던 중 시중을 들던 20살 홍윤애와 사랑에 빠졌다. 하지만 1781년 제주목사로 부임한 ‘김시구’는 집안 대대로 숙적이었던 노론의 조정철을 죽이려 증거 찾기에 혈안이었던 중 그와의 아이를 낳은 지 100일도 안된 홍윤애의 자백을 받으려 모진 고문을 가했다. 사랑하는 낭군의 목숨이 자신에게 달려있다고 여긴 홍윤애는 죽음으로 그를 지켰고, 연인을 살리려 목숨 바친 그녀의 순애보가 더욱 가슴을 아프게 한다. 이후 조정철은 유배된 지 29년 만에 사면 복권되어, 제주목사로 부임하게 되고 자신을 위해 죽은 홍윤애의 무덤을 찾아 묘비를 세운다. 그가 그녀를 위해 바친 시는 ‛유배문학의 꽃’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현재까지 전해져오고 있다.

이처럼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희생한 홍윤애의 이야기에 대해 본 오페라의 총감독이자 제주음협 오능희 지회장은 “서양 최고의 사랑 이야기에는 ‘로미오와 줄리엣’이 있다면 동양에서는 ‘홍윤애’를 꼽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제주의 이야기, 제주인에 의해

특히, 창작 오페라 <홍윤애>의 제작진과 출연진은 모두 제주 출신 예술인으로 구성되어 제주지역의 문화예술 능력을 한껏 선사할 예정이다. 총감독에는 제주음협 오능희 지회장이, 작곡에는 홍요섭 작곡가가, 대본은 제주민인협회 장을 역임한 고훈식이 참여했다. 이어 ‘홍윤애’ 역에는 소프라노 고지연, ‘조정철’은 테너 고용준이 맡게 되어 최고의 연기를 펼칠 예정이며 이를 뒷받침할 반주에는 제주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제주체임버오케스트라(음악감독 김인규)가 협연을, 상임지휘자 임대흥이 지휘봉을 잡는다. 이처럼 창작오페라 <홍윤애> 는 제주에서 일어난 실화를 제주 출신의 예술인들이 꾸며 더욱 많은 관심이 모이고 있으며 공연예약은 별도로 이루어지지 않으나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관람객 수가 한정되어 있으므로 이에 대한 자세한 안내는 제주음협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jeju_music)에서 확인 가능하다.

(유지현 기자/musicnews@musiced.co.kr)

｜창작오페라 <홍윤애> 출연진｜

•예술총감독: 오능희

•작곡: 홍요섭

•원작, 대본: 고훈식

•연출: 강명숙

•지휘: 임대흥

•협연: 제주체임버오케스트라

•홍윤애: 소프라노 고지연

•조정철: 테너 고용준

•김시구: 바리톤 김성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