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교육신문

  신세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정기연주회,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 방송교향악단 특별연주회, 2002 부산아시안게임 경축 삽량 한마음 야외음악회, 문화관광부 주최 한·러 수교 15주년 기념음악회, 한·독 문화 교류 음악회, 외국인 노동자 진료돕기 위한 사랑의 음악회, 소외지역과 청소년을 위한 찾아가는 음악회 지휘 등 매년 20여회의 다양한 무대 활동을 통해 그만의 음악세계를 보여주고 있는 지휘자 박성은. 부산에서 자신의 오케스트라 연주단체를 창단하고 올해 있을 첫 연주회 준비로 바쁜 그를 만나보았다(관련기사 8~9면).

1.  섬세한 음악적 카리스마 뒤에 숨어 있는 따뜻한 인간미 
   
2.  클라리네티스트에서 지휘자로 변신 부산서 오케스트라 창단,
3.   첫 번째 연주준비 한창 지휘자의 자질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성’
4.  의지와 열정으로 프로를 꿈꾼다

  “지휘자란 음악선생님과 같습니다. 음악선생님이 학생 개개인을 살피며 전체를 이끌고 가야 하는 것처럼 지휘자도 단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음악을 정돈해주면서 전체를 끌고 가야 하기 때문에 지휘란 결코 쉬운 것이 아니지요. 그러기에 더욱 매력적인 일이라 할 수 있지만요.”

  국내 음악계를 새롭게 이끌어나가겠다는 굳은 각오로 서서히 음악계에 발을 내딛고 있는 지휘자 박성은. 그의 첫 인상은 강렬했다. 듬직한 체구만큼이나 넘치는 카리스마. 그 뒤에 숨겨 있는 순수함과 따뜻함 인간미. 연주일정 때문에 부산에서 서울로, 눈코틀새 없이 바쁜 그를 주목하게 되는 이유이다.

  지난 9월 6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서울대병원 주최 백혈병 어린이 돕기 자선음악회 지휘를 맡았던 그는 자신감 넘치는 지휘로 객석을 휘어 감았으며, 협연자 한명 한명이 등장할 때마다 무대를 먼저 양보하는 매너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연주자를 위한 작은 배려일 수 있으나 그 모습은 참으로 아름다워 보였으며 그날 보여준 모습이 그의 전부는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뛰어난 통찰력과 자신감으로 지휘자의 길 데뷔 성공
그가 지휘봉을 잡게 된 때는 2000년 무렵이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탄탄한 연주기량과 풍부한 음악적 표현력을 자랑했던 그는 대학에서 클라리넷을 전공하고 클라리넷 연주자로 활동했다. 교회에서 합창 지휘를 하며 차츰 지휘의 매력을 느껴가고 있던 그는 1999년, 동의대학교 대학원 오케스트라 지휘전공으로 입학, 그곳에서 지휘자로의 변신을 꾀하게 된다. 후에 러시아 그네신 음악대학교 석사, 미국 조지아 크리스찬 대학교에서 연주학 박사과정을 마치며 지휘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넓혀갔다.

  그러나 그가 지휘자로서 제2의 음악인생을 살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연주회에서 명지휘자가 지휘하는 모습에 반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자신의 음악항로를 바꾸는 중요한 일을 쉽게 결정할 수는 없었을 터.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해준 것은 그가 가지고 있는 뛰어난 분석적 통찰력과 음악적 감각 그리고 다양한 경험에서 나오는 자신감이었다.

    “대학교 때 총학생회장을 하면서 대중 앞에 서는 것에 익숙해져있어서인지 남들 앞에 선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몰랐어요. 그래서 학생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행운을 누렸지요. 일반적으로 대학원 지휘과 졸업연주회 때는 오케스트라 대신 피아노 연주를 지휘하지만 저는 직접 오케스트라 지휘를 했어요. 베토벤 교향곡 1번과 협주곡 3곡을 지휘했는데, 그 때 쌓은 지식과 경험은 제가 지휘자의 길을 가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답니다.”
그는 그 당시 졸업연주회에서 좋은 평가를 얻으며 지휘자로서 성공적인 데뷔를 하게 된다.

자신의 오케스트라 창단, 단원들 이해하고 화합 유도하는 것은 지휘자의 덕목

  신세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정기연주회,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 방송교향악단 특별연주회 2회 지휘, 2002 부산아시안게임 경축 삽량 한마음 야외음악회, 문화관광부 주최 한·러 수교 15주년 기념음악회, 외국인 노동자 진료돕기 위한 사랑의 음악회, 사랑의 도시락보내기 자선음악회, 소외지역과 청소년을 위한 찾아가는 음악회 등 매년 20여회의 다양한 무대 활동을 통해 그만의 음악세계를 보여주고 있는 지휘자 박성은. 많은 무대를 경험하는 것이 좋은 연주를 이끌어 내는데 도움이 된다는 신념하에, 여러 연주무대에 서며 자신의 지휘 역량을 넓혀가고 있는 그는 지난 6월 독일에서의 ‘한·독 문화 교류 음악회’ 지휘에 이어 7월에는 국제오페라단 갈라콘서트 지휘 등 국내외를 오가며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이제는 부산에서 자신의 오케스트라 연주단체를 창단하고 올해 있을 창단연주회 준비가 한창이다.
“뜻을 같이 하는 음악인들과 좋은 음악을 하고 싶어 오케스트라단을 창단하게 되었어요. 단원들은 대부분 유학파로, 실력 있고 뛰어난 음악적 기량을 가진 숙련된 연주자들로 구성돼 있지요. 아직 부족한 파트단원은 곧 오디션을 통해 충당할 계획입니다.”
지휘자 없이 연주자마다 나름의 해석을 하고 자신의 주장대로 연주를 한다면 좋은 연주가 이루어질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지휘자가 오케스트라 위에서 군림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단원들은 자신들의 음악적 기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 채 분열이 일어날 것이 자명한 일이다.  

   그는 “오케스트라를 잘 이끌어가려면 음악적 카리스마도 있어야 하지만 그것보다 우선인 것은 단원들을 잘 이해하고 포용하여 단합이 잘 이뤄지게 하는 것”이라고 얘기한다. 단원들의 잠재력을 깨워 꽃피게 해주는 것 그리고 그 단원들의 잠재력과 재능을 조율하여 좋은 음악을 이끌어내는 것이 바로 지휘자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음악을 이끌어내기 위해서 단원들의 실력향상과 화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요. 지휘자는 단원들에게 음악적인 가르침은 물론 인격적인 감화도 줄 수 있어야 합니다. 연주단원들을 압도할만한 강한 카리스마도 필요하겠지만, 저는 진정으로 단원들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함께 고민하며 풀어나가는 그런 지휘자가 되고 싶습니다.”
그는 카리스마 넘치는 명지휘자가 되기를 꿈꾸기보다는 뜻맞는 연주자들과 함께 좋은 음악을 만드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두고 있다.

그의 교육철학은 ‘칭찬’
클라리넷 연주에 대한 미련이 아직 남아 언젠가는 자신만의 클라리넷 독주회 무대를 만들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치는 지휘자 박성은은 못다한 연주자로서의 길을 보상하려는 듯 학생들의 클라리넷 교육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부산고신대, 동의대, 부산교대 등에서 클라리넷과 지휘를 가르치며 후학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대학 때부터 꾸준히 레슨활동을 해 온 그의 교육철학은 ‘칭찬’이다.
“러시아 유학시절, 교수님은 클라리넷을 다시 시작하며 힘들어하는 저에게 ‘다시 한번 해봐라, 소리와 음악성은 좋은데 테크닉이 조금 부족하구나... 잘할 수 있을 거다’라며 제가 포기하지 않고 한곡 한곡 완성해 나갈 수 있도록 계속 힘을 돋구어 주셨지요. 그런 격려와 칭찬이 저에겐 더욱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전 학생이 못한다고 또는 열심히 안한다고 야단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하는 걸 깨달았어요. 포기하지 않고 학생이 끝까지 음악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이끄는 것이 선생의 역할이라고 생각하게 된 거죠. 항상 그 교수님의 가르침을 되새기며 학생들에게 야단보다는 칭찬을 많이 해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끊임없이 고민하고 연구 지속해 나갈 터
아직 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음악적 소신이 확고한 그는 스스로 노력하는 자세를 잃지 않으려 음악에 대한 고민을 계속하고 배움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특히 러시아음악에 관심이 많아 러시아 작곡가에 대한 공부를 계속하고 있다. 존경하는 지휘자도 러시아의 므라빈스키(Evgeny Mravinsky)라고 한다.

   “러시아 음악은 한국 정서와 맞는 것 같아요. 2악장에서 나타나는 감성적 선율, 4악장에서 느껴지는 다이내믹의 급격한 변화 등 러시아 작곡가 작품을 다루다 보면 한국적인 맛이 많이 느껴지거든요.”
러시아 음악에 관심이 많다고 하여 그의 레퍼토리가 러시아 음악에 국한되지는 않는다. 그는 다양한 레퍼토리를 소화해 내기 위해, 동시에 새로운 레퍼토리 개발을 위해 끊임없이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아직도 부족한 것이 많습니다. 전문적인 음악적 제반지식, 작품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해석, 연주시 발생하는 문제점 등 앞으로 더 공부해 나가야 할 것이 많지요. 끊임없이 고민하고 연구를 거듭해 나가는 것이 지휘자의 자질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매번 성숙된 음악을 청중들에게 들려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김금화 기자/musicnews@music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