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교육신문

부드러움과 강함의 조화, ‘리릭 드라마틱 소프라노 이선주’
스스로의 존재의식을 살리고 싶어 음반 제작
독창회 실황과 한국가곡 음반을 통해 음악인생에 새로운 전환점 맞아

계속되는 열대야를 뒤로하고 여느 때보다 서둘러 찾아온 가을의 문턱에서 흔들림 없는 열정으로 자신의 음악세계를 구현하고 있는 성악가를 만나보았다. 지난 해 11월 영산아트홀에서 가졌던 독창회 실황과 한국가곡을 각각 2장의 음반에 담아냄으로써 음악인생에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게 되었다는 소프라노 이선주가 그 주인공이다.

아직은 빛나는 연주를 할 수 있는 때
“녹음실 기계로 여과되어 정제된 음악을 담기보다는 살아있는 소리를 그대로 전달하고자 독창회 실황을 음반에 담았다”는 소프라노 이선주는 “스스로의 존재의식을 살리고 싶어 지금이 시작이라는 생각에 음반을 내게 되었어요. 또 다른 한 장의 한국가곡 음반은 듣는 누구에게나 편하게 접근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발음전달은 물론 곡 하나하나에 세심한 배려를 기울였어요"라며 말문을 연다. 무대에서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청중에게 다가가는 음악을 연주하고자하는 그는 음악과 소리에 내재된 참된 의미를 깨닫는데 주력을 다했으며, “내 노래를 통해 듣는 이들이 영혼의 안식을 찾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을 줄 수 있기를 바란다”며 “이것이 음악을 하는 이유요 목표”라고 힘주어 말한다.

동양적으로 작은 체구임에도 서정적이면서도 강한 리리코 스핀토와 무거운 음색의 드라마틱한 음색을 지니고 있는 이선주는 “대학시절에는 리리코 레지에로를 공부했지만 이태리에 유학 가서는 나이를 더 먹게 되어서인지 점차 무거운 톤의 리리코 드라마틱 색깔이 훨씬 자연스럽게 나타나더군요. 하지만 드라마틱 음색을 제대로 소화해내기에는 몸도 왜소한데다가 기량은 물론 연륜이 없이는 참다운 색을 내기 어려운 조건이었죠. 그런 면에서 이제 불혹을 훌쩍 넘어선 나이지만 아직은 빛나는 연주를 할 수 있는 때라고 생각해요”라며 활짝 웃는다.

자신에게 기회주고 싶어 유학길 올라
단지 음악이 좋아서 성악을 시작한 그는 연세대학교 음악대학 성악과를 졸업하고, 다른 학생들처럼 예술고교를 나온 것도 아니고 늦게 시작한 노래기에 자신에게 기회를 주고 싶어 원없이 공부해보자는 욕심에 이탈리아 유학길에 올랐다. 피렌체 국립음악원을 졸업하고도 뻬스까라 아카데미아, 로마 첸트로 스투디 무지칼레(C.S.M) 아카데미아에서도 공부를 하며 각각 졸업장을 따냈다. 더불어 피렌체에서 엔리코 카루소 음악협회가 주최하는 지노베끼 교수의 오페라 연구과정과 아씨씨에서 오또리노 레스피기 음악아카데미가 주최한 캄포갈리아니 교수의 오페라 연구과정도 수료했다. 13년이라는 긴 세월을 이탈리아에서 수학하고 활동하면서 그는 무엇보다 성악을 학문으로서 정립하고자 했고 성악가로서의 수련은 물론이거니와 이탈리아 고유의 빛을 발하는 음악세계를 추구하고자 노력했다.

이탈리아에서의 독창회(로마 바르베리니홀)를 비롯해서 베리첼리시의 ‘오페라 아리아의 밤’ 출연 등으로 활동하다가 두 아이의 어머니가 되면서 육아와 연주를 병행하기 어려워 귀국을 결심했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예술의 전당 리싸이틀홀과 영산아트홀 등에서 독창회를 가졌으며 우크라이나국립오케스트라와의 협연, 콘서트오페라 <아를르의 여인>초연출연과 오페라 <외투> 출연, 체코오케스트라와의 <야냐첵> 초청협연, 러시아카잔국립오케스트라와의 협연, 오페라 아리아와 중창의 밤, 해설이 있는 오페라 갈라 콘서트 등의 연주활동과 더불어 한국예술가곡연합회의 신작가곡 CD녹음에도 참여한 바 있다. 연세대와 숭실대, 국민대를 거쳐 현재는 서경대학교에 출강 중이다.

캄포갈리아니 같은 교수되고파
무엇보다 소프라노 이선주는 이탈리아에서 안토니엣따 스텔라, 알도 프롯디, 주세페 모렐리, 카탈디 따쏘니와 파바로티의 스승으로 유명한 캄포갈리아니 등, 그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교수들을 만나 하고픈 공부를 실컷 할 수 있었던 13년 동안의 유학생활을 지금도 감사한다.

특별히 지난 봄, 운명을 달리해서 더욱 그의 마음에 깊이 남아있는 캄포갈리아니는 연로했음에도 불구하고 열정적으로 직접소리를 내주며 지도해주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고.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노래하라’는 캄포갈리아니의 가르침은 항상 세부적인 기교연습이나 발성에 치중하던 이전의 노래성향에서 벗어나 ‘음악’이라는 커다란 숲을 보게 해주었단다. “성악이 나무이고 노래를 숲이라 하면 하나의 나무에만 치중하지 말고 숲을 생각하라”는 단순한 이 진리를 몸소 강조하며 지도해주었다. 즉, ‘목소리만을 자랑하는 기교장이가 아닌 진정한 음악가로서 노래에 접근하도록’ 하는 그의 교수법이 이선주에게는 커다란 전환점이 되었던 것. 그래서인지 타고난 재능은 부족할지라도 열심히 도전하려는 학생들을 만나게 되면 지도하는 입장에서 ‘가능성 1%에 도전하는 열정 99%가 우리 인생에 절대 필요한 것이다’라는 신념을 불어 넣어주며 자신도 캄포갈리아니 같은 교수처럼 제자들의 기억에 남는 그런 좋은 스승이 되고자 최선을 다한다.

감사 그리고 미래를 향한 행보
되돌아보니 철없던 어린 시절, 음악이 좋아서 육영재단의 성악부에 들어가 노래만 부르던 그가 지금의 성악가가 되기까지 묵묵히 뒷바라지를 해주신 부모님께 무한히 감사를 드리고 싶단다. 13년간의 유학생활에 단 한 번도 부정적인 말 한마디 없이 딸이 소원하는 것을 위해 모든 것을 쏟아주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미 두 아이의 어머니가 되어있는 그로서는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래서 누구보다도 자신 있는 모습으로 남편은 물론, 부모님께 더 인정받는 성악가이고 싶단다.

“처음 노래를 시작할 때, 내가 남에게 들려주기 위해 선택한 것이 아닌 만큼 지금도 노래하는 나 자신이 즐겁지 않으면 무대에 서기가 두렵다”는 그는, 그래서 무엇보다도 듣는 사람들이 자신의 노래에서 편안함과 안식을 찾게 되길 바란다.
음반을 내게 된 것도 자신이 그동안 쌓아온 음악을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어서였고 또 자신의 음악은 ‘어떻게 보여질까?’라는 궁금증에 대한 답을 구하고자 함이었다고 고백한다. 자신의 목표를 위해 가정주부로서 두 자녀의 어머니로서 학생들의 스승으로서의 몫을 다하면서 열정을 태워 지금에 이르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으로도 자신만의 소리를 가지고 무엇보다 우리나라 가곡의 영역을 넓혀가려는 비전을 갖고 있다. 숙성한 장맛처럼 우리고유의 정서가 묻어나는 우리만의 노래를 마음껏 불러보고 또 그것을 듣고자 하는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어 음반작업에도 더 심혈을 기울일 계획이다.
“그저 내가 좋아서 무대에 섰고 그 연주가 아까워 실황음반을 낸 것뿐인데도 많은 분들의 격려로 시중에 내놓게 되었다”며 “너무나 평범하고 내세울 것 없는 사람이라 그저 감사할 따름”이라며 겸손해한다. 특별히 “한국 성악가로서 우리나라 노래만으로 된 음반을 내고자하는 마음에 한국가곡도 출반했는데 이런 작업들은 앞으로도 계속할 것이며 가능하면 잊혀져가는 옛 가곡들을 끌어내어 원작곡자의 의도대로 연주해 보이는 것이 나의 앞으로 남은 과제”라고 각오에 찬 목소리로 강한 의지를 밝힌다.
(김애연 전문기자/musicnews@music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