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교육신문

우리 주변에는 클래식 음악과 깊은 연관을 맺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많이 접할 수 있다. 특히, 클래식 음악매니아로 통하는 비전공 클래식 음악애호가들의 다양한 활동은 종종 전공자들 이상의 지식과 수준, 열정 등을 포함하고 있어 사뭇 놀라움을 더해 주고 있다. 최근‘베토벤의 삶과 음악세계 - 고난을 헤치고 환희로(조수철 著/서울대학교출판부 刊)라는 책을 펴내 화제가 되고 있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조수철 교수 역시 국내에서 손꼽히는 대표적인 클래식 매니아. “클래식 음악을 들을 때면 친근한 벗과 함께 있는 느낌입니다. 그동안 클래식 음악감상은 저에게 스트레스 해소의 역할을 하며 부드러운 심성과 높은 집중력도 전해주었답니다. 뿐만 아니라 환자들에 대한 이해를 우선 시 하는 의사로서 지녀야 할 청취력과 감성도 음악감상을 통해 자연스럽게 함양시킬 수 있었지요."

고교 2년 때 산만한 정신을 바로잡고 공부에 집중하기 위해 라디오 청취를 시작한 조수철 교수는 대중가요는 물론 팝, 클래식 음악 등 다양한 장르를 듣다가 가장 효과가 좋았던 클래식 음악을 선호케 됐다고 한다. “바로크부터 현대음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음악을 들었다"는 조교수는 “가장 선호했던 클래식 음악은 균형미가 돋보이는 바흐, 헨델, 모차르트, 베토벤 등의 고전주의 작품들이었다"고 설명한다. 고전주의 작곡가들 중에서도 조교수가 유난히 좋아하는 인물은 바로 ‘베토벤. 그가 베토벤의 광(狂)이 돼버린 계기는 베토벤 탄생 200주년이었던 1970년에 국내·외에서 열렸던 대규모 음악행사들에서 받은 깊은 인상 때문이었다. 이번에 선보인 ‘베토벤의 삶과 음악세계는 당시 조교수가 품었던 베토벤 음악에 대한 오랜 탐구 열정의 결실이기도 하다. “음악은 인간 심성의 표현인데, 베토벤의 음악은 인격발달과정과 깊은 연관성을 갖고 있지요. 평소 베토벤과 관련된 국내 서적을 비롯해 번역서, 해외 원서를 많이 찾아서 탐독했고, 학회 참가 차 유럽을 방문했을 때 베토벤의 생가와 유적들을 직접 찾아봤던 것이 책을 내는데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베토벤에 대한 조교수의 남다른 애정은 1997년도에 독일 그라모폰에서 창사 100주년을 기념해 전 세계적으로 특별 한정판매 했던 베토벤 전집(CD 97장)을 구입한 것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소아·청소년 정신의학을 전공한 조수철 교수는 평소 음악과 인간의 발달에 대하여 깊은 관심을 드러낸다. 조교수는 이런 관심을 글로서 구체화했는데, ‘모차르트 이펙트(황금가지, 1999)와 ‘아이들을 위한 모차르트 이펙트(황금가지, 2000) 등의 서적과 ‘베토벤의 생애와 음악, ‘베토벤의 아홉 교향곡들 - 발달학적 측면, ‘베토벤의 후기 현악 4중주곡 - 인격적 발달과 음악적 표현과의 관계, ‘음악과 정신의학 등 논문이 바로 그것들.

“모든 학문의 목적은 인간의 삶과 연계돼 있다"며 “인간에 대한 좀더 진지하고 성실한 자세를 가지기 위해서는 음악적 요소가 필요하다"고 조교수는 강조한다. 인간에게 있어 신체, 정신, 사회, 영혼 등의 4가지 요소가 다 건강할 때 비로소 참된 건강이라 할 수 있는데, 4가지 요소들의 공통점은 하모니(Harmony)이며, 이는 음악을 통해 구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요즘은 다양한 분야에서 클래식 음악이 활용되고 있는데, 서양이나 동양을 막론하고 교육에서 음악이 빠진 적이 없습니다. 모든 분야의 바탕에는 음악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특히 의학은 음악교육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답니다." 예전에 ‘태교음악회에서 해설을 맡았었던 조교수는 당시 좋은 클래식 음악감상이 태아의 성장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강조한 바 있었다. 태아의 경우 4~5개월이면 듣기 시작하는데, 이때 좋은 클래식 음악을 지속적으로 들려주면 태아의 뇌 발달에 효과적 일뿐만 아니라 언어발달에도 큰 영향을 준다고 설명한다. 최근 조교수는 피아노 공부를 시작했다. 지금까지 감상만을 통해 접하던 클래식 음악을 실제로 연주하면서 또 다른 음악의 즐거움을 맛보고 있는 것이다. “감상을 즐기던 초기에는 곡을 알아맞히는 재미가 컸답니다. 이후에는 같은 곡이라도 연주자와 지휘자를 달리하는 음반을 들으며 비교하는 재미를 키웠지요. 당시에 많은 음반을 반복해서 듣다보니 누가 연주했는지, 지휘했는지 금방 알겠더라고요. 요즘은 악보를 보며 음악을 듣거나 연주를 해보니 음악에 대한 이해가 전보다 쉬워져서 더욱 즐겁답니다."

그동안 출판 외에도 병원 내에서 클래식 음악감상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용하며 청소년음악회에서 해설자로 참여하기도 했던 조교수는, 국내의 수많은 클래식 음악애호가들에게 좋은 음악을 알고 있으면 혼자 듣지 말고 자신의 경험을 많은 사람들과 공유했으면 한다고 당부한다. 현재 베토벤을 다양한 시각에서 깊이 있게 연구한 ‘베토벤 이펙트를 준비중에 있다며 조교수는 앞으로도 꾸준한 출판과 실기연주는 물론 기회가 주어진다면 청소년음악회의 해설을 맡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