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교육신문

한국과 독일의 아름다운 교류의 산물, 강남대학교 독일 바이마르음악학부 교수와의 인터뷰 2

음악하는 젊은이들이 ‘인생’을 허비하지 않고 살기를 원한다는 플루티스트 하르트무트 게르홀트 교수, 동독에서 자라 정치적으로 자유에 대해 남다른 경험을 가지고 있는 첼리스트 팀 슈톨첸부르크 교수. 두 사람의 음악인생, 교육론, 그리고 한국인 제자사랑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플루티스트 하르트무트 게르홀트 교수

“경쟁만 하는 사람이 아닌 인간적인 마음을 가진 연주자로 키우고 싶다”
노래를 즐기며, 독일의 음악을 좋아하는, 정이 많은 한국이 좋아

“음악생활은 인생에서 아주 중요한 것이다”라는 인생철학으로 말문을 여는 하르트무트 게르홀트 교수는 “인간의 기술, 감성과의 발달과 가장 밀접하게 관련 있는 악기가 바로 플루트라고 생각한다”며 자신만의 플루트 사랑을 피력한다.

입술로 바람을 넣어 소리나게 하는 원시적인 악기에서 발달된 오늘의 플루트는 인류와 함께 한 가장 오래된 악기라고 할 수 있다. 독일 역사에서 보면 플루트는 왕으로부터 길거리 걸인들까지 손쉽게 불던 악기로서 특히 젊은이들의 사랑노래에 많이 애용되었고 단순한 악기구조에서 뿜어내는 그 소리가 아주 매력적인 악기란다.

어린시절 플루트를 다루는 선생과의 만남이 자신을 자연스레 플루티스트의 길을 가게 한 것 같다는 그는 독일 하노버 태생으로 프라이부르크 대학에서 플루트를 전공했다. 하노버 음대와 하노버 극장에서 강사를 역임했고 1991년부터 다름슈타트 관악아카데미 원장을 지냈다. 무엇보다 하르트무트 게르홀트는 수많은 음악대회의 심사위원으로 활동했다. 1983년부터 청소년 음악대회의 주 심사위원장으로 활동했고 2000년에는 말타 국제 음악경연대회, 2001년 함부르크 전 유럽 청소년 음악대회, 2002년에는 유러 비전 콘테스트 등에서 심사위원을 맡았다.

연주자로서도 많은 활동을 펼쳐 독일 전역은 물론 이태리, 그리스, 태국, 인도, 미국 등에서 순회연주를 가졌으며 전 유럽과 독일에서 18회에 달하는 방송출연을 통해 총 80여 곡을 연주했다.
다른 어떤 나라들보다 유난히 독일 음악을 좋아하는 한국인과는 독일에서도 교류가 있었지만 막상 한국에 와보니 노래를 즐기며 정이 많은 한국이 좋아 4년의 계약이 끝나도 더 연장해서 학생들을 지도하고 싶단다. 현재 그에게 지도받고 있는 장선예, 김경 학생은 “레슨 전에 학생의 컨디션을 살피고 그에 맞게 자상하게 지도해주셔서 독일어를 잘 못하지만 별다른 불편 없이 더 열심히 하게 된다”며 이구동성으로 스승자랑을 한다.

어린 학생들에게 동기부여를 통해 악기를 다루게 하는 독일의 학풍에 비해 어려서부터 유명한 연주자가 되겠다는 지나친 목적의식을 가지고 연습하는 한국학생들을 보면 조금은 안쓰러운 맘이 든다는 그는 “연주자가 되는 것이 꼭 유명한 솔리스트가 되어야한다는 것은 아니잖느냐”고 반문한다. “솔로연주자가 있으면 앙상블연주자, 합주 연주자 등도 있는 것이고 세계적인 무대 말고도 수없이 많은 연주장과 홀, 무대가 있지 않냐”는 것이다. “무조건 세계적인 것만 목표삼지 말고 공부하면서도, 또 졸업하고서도 어떤 음악가가 되려하는가의 목적의식을 갖고 훈련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대학생이면 어느 정도 학생자신의 진로에 대해 짐작할 수 있는 나이니만큼 직업음악가가 될 것인지 아니면 교수나 학자, 혹은 생활음악인의 길을 갈 것인지 스스로에게 냉정한 판단을 내려 그에 맞는 공부를 택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그는 강조한다.

음악하는 젊은이들이 ‘인생’을 허비하지 않고 살기를 원한다는 그는 “한국의 제자들을 음악적인 것은 물론, 경쟁만 하는 사람이 아닌 인간적인 마음이 있는 연주자로 키우고 싶다”며 그만의 진한 제자사랑을 피력한다. 환갑이 넘은 나이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열정적으로 말하는 그에게서 인생 연륜은 물론이거니와 먼 이국 땅 젊은이들을 가르치러 조국을 떠나있는, 국경을 초월한 진한 감동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첼리스트 팀 슈톨첸부르크 교수
“항상 초심을 잃지 말라”
악기 잘 다루기, 창조적 감성 키우기, 남의 연주경청하기가 중요해

약속시간을 넘겨 숨차게 뛰어들어선 팀 슈톨첸부르크 교수는 “늦어서 미안하다”는 인사말과 함께 “분만이 다가온 아내 때문에 너무 정신이 없다”며 흥분된 마음을 큰 웃음으로 드러냈다. 동독의 슈트랄스운트에서 태어나 공산체제아래서 어린시절을 보냈다는 그는 이국에서 맞는 2세의 탄생이 떨리면서도 아주 특별한 경험이라며 즐거워한다.
팀 슈톨첸부르크 교수는 재능 있는 학생들은 어려서부터 전문교육을 받게 하는 동독의 교육체계 덕에 16세 때부터 이미 직업음악가들과 함께 앙상블을 연주할 정도로 인정받는 연주자였다. 동독에서 국민의 기본 의무인 군 복무를 하면서도 예외적으로 음악가로서 인정받아 연주는 물론, 조교(우리와 다른 개념으로 강사를 의미함), 전임강사 등을 함께 할 수 있었다. 동독체계의 제약 많은 환경에서 자랐지만 죽어서 다시 태어난다 해도 첼리스트가 될 것이라 할 정도로 자신이 첼로를 하게 된 것은 커다란 축복이었다며 감회 깊은 표정을 보인다.

독일 프란츠 리스트 바이마르 음대에서 첼로를 전공한 그는 동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함부르크 음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바이마르 음대에서 ‘리스트 트리오’를 결성하여 독일 내의 수많은 콘서트에 참가했다. 1997년부터 바이마르 음대의 첼로전공 강사로 활동하다가 ’99년부터는 바이마르 음대의 첼로전공 전임교원을 역임했다.

독일에서 채용광고를 보고 한국행을 결심할 때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지만 이제는 탁월한 선택을 했다는 자부심과 더불어 이곳 음악학부의 교수로서 긍지를 느낀다고 한다. 아직은 한국어 소통이 어려워 한국제자들과 빨리 친해지기 위해 수업시간 외에도 같이 차를 마시거나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서로를 알기위해 노력중이다.
한 학기가 끝나가면서 한국의 대학교가 조금씩 눈에 들어온다는 그는 다른 것은 몰라도 입학실기시험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은 듯하다.
입학시험에서 학생들의 실력은 물론 가능성을 알아보려면 적어도 연주시간과 면접을 30분정도 해야 하는데, 한국교수들은 어떻게 2분내지 2분30초 만에 학생을 평가해내는지 “놀랍다”는 말만 되풀이 한다. 바이마르 음악학부에서는 지난 입학시험 때 약 30분 정도의 실기, 면접 시간을 갖고 선발했지만 한국의 여건상 30분이 어려우면 적어도 학생들에게 10~15분의 연주시간은 줘야하지 않느냐고 되묻는다. “학생의 음악에 대한 의지와 열정을 알아내는 데 2분은 너무 짧지 않느냐”며 정말 대단하다는 듯 팔까지 들어올리는 제스처를 거듭해 보여 쓴 웃음(!)이 나오게 했다.

자신의 제자교육에 있어서 강조하는 것은 “항상 초심을 잃지 말라”고 교훈하는 것이다. 처음 첼로를 대하던 마음을 끝까지 가지고, 연주자가 되기 위해서는 정신적 무장은 물론 천재가 아닌 이상-악기 잘 다루기, 창조적 감성 키우기, 남의 연주듣기, 음악을 경청하기 등을 강조하고 또 거듭 강조한다고. 그래서인지 지금까지 그의 제자들이 여러 음악대회에 참가하여 우수한 성적을 내고 있다고 슬쩍 제자자랑을 한다.

또한 “머지않아 한국의 제자들도 세상에 나가 그렇게 자랑스런 제자가 되길 바란다”며 자신도 제자들의 사랑을 받는 그런 교수가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란다.
끝으로 정치적으로 자유에 대해 남다른 경험이 있는 그는 “제자들이 자유민주국가에 사는 것을 깊이 감사하면서 음악에서도 마음껏 자신의 자유로운 음악세계를 펼칠 수 있도록 열심히 연습에 매진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기고 총총히 2세가 기다리는 병원으로 향했다. 031-280-3773.
 (김애연 전문기자/musicnews@music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