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교육신문

2001년 11월 플라시도 도밍고 매니저 야드가 빈센트로부터 “제2의 보첼리가 탄생했다. 사람을 전율시키는 목소리와 음악성은 보첼리를 넘어선다”, 2003년 미국 버클리 음대 학장 빌 쉐어만에게 “단순한 클래식 가수가 아니라 일반대중을 감동시킬 수 있는 팝페라 테너로서의 재능이 뛰어나다”라는 평을 받은 팝페라 테너 임형주. 대통령과 수많은 각료들이 참석한 취임식에서 당당하게 애국가를 부른 팝페라 테너.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여린 미성과 나이를 훌쩍 넘어 대가의 음악을 닮아있는 음악적 성숙함. 열 여덟 나이에 걸 맞는 순수하고 고운 소년의 모습을 음악 안에 형상화 시키고 있는 열정. 대중에게 너무나 많이 알려진 그이지만 흔들림 없이 겸손한 심성으로 그의 음악은 더욱 빛이 난다.

 팝페라의 장르는 관객에게 어쩌면 낯선 장르일지 모른다. 용어자체가 함축하고 있는 것처럼 팝과 오페라를 믹스(Mix)한 음악장르가 팝페라다. 크로스오버라 불려지는 여러 문화 형태들 중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둘의 만남을 극적으로 이루어내면서 안드레아 보첼리, 이지, 사라 브라이트만의 스타를 만들어냈다. 크로스오버의 새로운 트렌드인 팝페라계 기대주, 팝페라 테너 임형주. 하늘이 내린 음성이라는 평과 함께 국제적으로 영향력 있는 음악인의 대열에 어느새 다가와 있는 그의 행보 앞에 열여덟의 나이는 무색하다.

2003년 초 국내 최초의 팝페라 테너로 음악계에 등장한 그는 대통령 취임식때 애국가를 불러 음악계의 주목을 받았다. 지난 2001년 예원학교 성악과를 실기수석으로 졸업하고 현재 미국 줄리어드 음악원 예비학교에 재학 중인 그는 지난 해 6월 카네기 홀에 남성성악가로 최연소로 화려하게 데뷔했다. 독특한 미성이 인상적인 그는 자신의 목소리를 무척 아낀다.

“하이톤의 음성이 부담스럽지 않게 관객에게 다가가는 것 같습니다. 타고난 음성이라고 말하지만 그것은 더 큰 노력을 수반합니다. 꾸준하게 제 목소리를 찾아내는 작업을 통해 음악적 성숙을 이뤄야겠죠.” 그는 특히 작년부터 본격적인 국내무대의 활동을 통해, 2003 월드컵 1주년 기념 평화콘서트, 정전 50주년기념행사 애국가 선창을 비롯해 대구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회 전야제에 출연하는 등 벅찬 스케줄을 무리 없이 소화했다.

“무대체질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어쩌면 제가 그럴지도 모르겠어요.(웃음) 수많은 관객이 모인 자리에서 제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다는 건 제게 아티스트로서의 긍지를 느끼게 해요. 많은 관객과 수많은 대화를 나누는 느낌이죠. 그것은 음악적으로 교감할 수 있는 환상적인 공간을 만들어냅니다.” 메조 소프라노 마릴린 혼은 그를 “아름다운 목소리와 타고난 끼를 가지고 있다”고 평했는데 그와의 인터뷰 내내 그 문구가 기자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음악적인 끼란 이런 것이구나...하는 긴장감마저 도는 음악적으로 진지한 그만의 ‘끼’. 이 끼가 올 해 세계 음악계를 또 한번 긴장시킨다.

메이저 음반사 소니뮤직과 전 세계 유통계약을 맺고 월드스타로 도약하는 것. 올 해 1월부터 그동안 발매한 2장의 앨범과 새로 출시되는 앨범을 세계 36개국에서 동시에 발매할 예정이다. 특히 소니뮤직과 36개국 유통 계약한 동양인 연주자는 임형주가 처음이다. 그만큼 그의 목소리는 이미 세계가 인정한 셈이다. 인정받은 음악가인 만큼 그는 자신의 음악에 대한 주관도 뚜렷하다. “배려할 줄 아는 음악인이 되고 싶습니다. 어떠한 위치에서도 음악인인 이상은 관객을 배려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물론 음악적으로는 한 치의 양보가 없죠.(웃음) 힘을 다해 전진할 겁니다. 무리한 상업적 마케팅으로 인해 묻히는 음악인들을 여럿 보았습니다. 저는 오로지 음악에만 충실하고 싶습니다. 준비된 음악인이라면 언제나 기회는 오기 마련이니까요.”

다가오는 12월 30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개최될 송년콘서트를 여는 그는 “관객들을 여유 있게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그에겐 무대에 서는 것 자체가 즐거움이다. 어떤 무대라도 단 한명의 관객을 위해서 자신의 목소리를 가다듬을 줄 아는 정성. 그는 프로다. 앞으로 그는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유럽의 음반 프로모션을 계획하고 있다. 정통적인 느낌의 유럽 무대를 공략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부분이기도 하다. 자신이 음악적으로 그동안 걸어온 길보다 가야할 길이 더 멀다는 것을 어린나이에 알아버린 믿음을 주는 그의 행보는 많은 부분으로 구체화 되며 관객에게 늘 신선한 감동을 줄 것 같다. “비전을 갖고 꾸준히 노력한다면 어떠한 꿈도 이루어진다고 생각해요. 기회는 반드시 제 앞을 지나갈 겁니다. 전 그 준비에 철저할거구요.” 열여덟의 순수함이 느껴지는 짧지만 확고한 멘트. 그의 음악 안에 지금의 순수한 느낌이 계속 배어져 나오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