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교육신문

오페라 ‘맥배드’로 스칼라 극장 주역 데뷔

자연스럽고 순수한 소리의 동경
오는 23일부터 오페라 ‘아이다’의 라다메스 역으로 출연

음악을 사랑하는 것은 마치 평생을 두고 마음 졸여야 하는 애처로운 사랑을 하는 듯하다. 음악은 자신과의 싸움이다. 특히 자신의 몸을 악기로 써야 하는 성악가들에게는 아주 세밀한 것까지 신경을 쓰고 살아야 하는, 고된 삶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그렇게 자기 관리에 성공한 사람들을 만나보면 오히려 여유 있고 즐기며 사는 모습에 의문과 안심이 교차됨을 느낀다.
테너 이정원을 만났다. KBS FM '장일범의 생생클래식' 방송을 마치고 나온 그의 모습에서 여유와 즐거움이 우러나오고 있었다.
스칼라 극장에 서게 된 소감을 묻는 기자의 첫 질문에 그는 편안한 대답을 했다.
“오디션 때도 섰었잖아요(웃음). 이태리 유학을 왔을 때 스칼라 극장에 한번 서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죠. 사실 두 번 정도 기회는 있었어요. 이번에는 운이 좋게도, 상황이나 그런 것들이 잘 맞아서 잘 된 것 같아요.”
사실 그는 이미 한국을 비롯한 유럽등지에서 자신의 입지를 잘 다져 나가고 있는 테너다. 요즘 부쩍 한국에서 인터뷰나 공연들이 더 많아지기는 했지만, 기초가 단단한 반석위에 지은 견고한 집이라 큰 부담을 느끼는 것 같지 않았다.
“교회에서 성가대를 하면서 노래를 많이 좋아하게 됐어요. 고등학교 시절에는 중창단을 하면서 참 행복했죠. 그저 노래가 좋아 음대를 들어갔는데 크게 성공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제가 잠도 많이 자고 잘 먹고 느긋한데 오히려 그런 점이 성악가로서는 도움이 된 것 같아요.”
그가 음악을 시작하게 된 동기는 자유로움 때문이다. 중학교 3학년 때 선생님께서는 육사를 가라고 추천하셨고, 그 역시 매력적이었지만 자유로움을 택했고 고등학교 시절 중창단을 하면서 음악에 대한 열정을 더 느꼈다고 했다.
동시에 그의 음악도 자유로움을 추구한다. 어떤 것을 만들어 내려고 노력하지 않으며, 자연스럽고 순수한 소리를 끊임없이 생각했고 소리를 너무 많이 꾸미려고 하지 않았다. 자연스럽고 순수한 소리의 동경, 그는 아직도 노력중이라고 말한다.
“성악은 다른 분야에 비해 어느 정도 단계에 이르려면 시간이 많이 걸려요. 변성기가 지난 다음부터 시작해야 돼서 늦게 시작할 수도 있는 거고, 인간의 몸을 악기로 사용하기 때문에 많이 틀리거든요. 예측 할 수도 없이 굉장히 섬세하죠. 유지하는 것 보다는 계속 노력해야 해요. 그런 사람은 잘 되게 돼 있어요. 가끔 하는 사람, 그런 사람은 감을 잃죠.”
이정원은 음악을 좋아했지만 욕심내지 않았다. 그저 충실히 자신의 분량에 최선을 다했다.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기 위해 음악을 겸손히 받아들이려 노력했고 두려워하여 교만하지 않았다.
앞으로 10년 후 이정원의 모습을 그린다면 어떤 모습일까.
“제 길을 성실히만 간다면 어떻게 된다기보다는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을까요. 욕심을 내서 어디에 올라가 있고.. 그런 것은 아무도 모르는 거잖아요. 만약 저보다 더 뛰어난 사람이 나타나면 그 사람을 위해서 길을 좀 내주고 그래야죠. 성악가의 삶은 계속 노래를 하는 게 가장 행복할거라는 생각을 해요. 많은 길이 있잖아요. 정해놓는 건 오히려 가두는 것 같아요.”
23일부터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리는 오페라 ‘아이다’를 비롯해 프랑스 니스, 일본 오사카 공연을 앞둔 그는 12월 국내에서 열리는 송년음악회로 전국 10개 도시 순회공연에 나선다.
1월말에는 이태리로 돌아가 ‘맥배드’ 연습을 하고 내년 6월에는 아비뇽과 프랑스에서 ‘노르마’, 후반기에는 ‘라 포르짜 델 데스티노’로 다시 한국에 올 예정이다. 스케줄을 외우기조차 힘들 것 같아 걱정스러운 기자의 예상과는 달리 이정원은 “새로운 레퍼토리가 늘어가면서 계속 노력할 수 있어서 기분이 좋다”고 말한다.
“어느 극장에 서서 노래를 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계속 노래를 할 수 있게 만들어야죠. 하루하루 열심히 하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예술은 나이가 상관이 없어요. 중요한건 능력이죠. 마음이 변하지 않고 열심히 최선을 다해야 해요.”
열심히 하면 미래도 밝을 거라는 그의 순수한 말이 가장 기본적인 진리였다.
(허지영 기자/ musicnews@music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