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교육신문

음악으로 만나는 또 하나의 언어

성악가의 제 1원칙은 꾸준함과 끈기로 무장해야
오는 28일과 내달에 있을 개인 독창회로 관객들 찾아가

“성악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언어입니다. 언어를 섭렵한다는 것, 즉 가사에서 설명하고자 하는 것은 발성보다 중요한 역할이 아닐까 싶네요.”
오는 28일 영산아트홀에서 펼쳐지는 바리톤 김관동 독창회가 성악의 깊은 울림을 전하는 시간으로 관객을 맞이한다.
김관동은 연세대학교 음악대학 성악과를 졸업 후 독일 베를린 국립예술대학 성악과 석사와 비엔나 아카데미에서 수학했으며, 현재 연세대학교 음악대학 성악과 교수로 재직하며 다양한 연주활동을 펼치고 있다.

30주년 기념하는 바리톤 독창회 마련
어느덧 30년이다. 베토벤부터 슈만, 브람스를 거쳐 드뷔시에 이르기까지 후기낭만파의 음악으로 마무리하려는 김관동 교수. 마치 그동안의 일기를 훑어보듯, 이번 무대는 지난날에서의 연주경험들을 재정리해보는 시간이 아닐까.
“독창회는 풀렸던 나사를 다시 조여주듯 정신적인 각오를 새롭게 다지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직접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연주준비와 동시에 학생들을 지도하다보니 시간적 여유가 많진 않습니다. 그래서 연습은 늘 꾸준히 합니다. 학생들을 가르치기 전 다만 30분이라도 먼저 연습하는게 의무이자 습관이죠.”
김교수가 지도하는 과목은 성악전공레슨과 앙상블클래스다. “요즘 음악을 하는 학생들은 풍족하다”는 그의 말을 빌리자면, ‘풍족하다’라는 자체의 좋은 의미일수도 있겠지만 뭔가 아쉬움이 남는다는 그의 뜻이 내포돼있다.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어려웠던 옛 시절에는 누릴 수 있는 문화가 많지 않았죠. 그래서 대학생 때는 대모하던 바깥세상을 피해 몰래 방음도 잘 안됐었던 학교 연습실로 찾았었죠. 목마른 사슴이 물가를 찾듯이 말이죠.(웃음)”
요즘 세대는 득음이나 진리를 깨닫는 방법이 너무 쉬워진 것 같다는 그의 말에 학생들을 향한 애정 어린 충고도 담겨있다.

가요·팝 보다는 가곡위주의 고전 음악들 즐겨
“정식으로 성악을 시작한 건 고3때였죠. 고등학교 시절 은사님께서 수업시간에 오페라 이야기를 해주셨고 감동을 많이 받았어요. 그 영향으로 노래를 더욱 좋아하게 됐고, 특히 유행가보다는 가곡위주의 고전음악들을 즐겨 부르곤 했습니다.”
연세대 음대에 진학 이후, 꾸준히 바리톤으로서의 길을 걷게 된 그가, 독일 베를린 음대 유학길에 올랐다. 
“제게는 음악이 갈급했으니까. 내가 선택한 것에 대한 책임이 있었죠. 이게 아니면 난 죽는다는 식으로 늦게 시작한 만큼 더 열성으로 공부했어요.”
당시 베를린 유학시절 외로움의 절정을 맛보게 됐다는 그는 유학생이라면 누구나 그러하듯 자신과의 치열한 싸움이 가장 힘들었음을 토로했다.
“음악을 하는 사람들은 외로워야 합니다. 특히 혼자만의 시간이 많아야죠. 그 시간들을 활용할 줄 알아야 해요. 집에 가면 아무도 없고 밤늦게까지 연습만 계속 했습니다. 그때의 경험들이 지금 이 자리에서 버틸 수 있었던 밑거름이겠죠.”
유학시절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긴 그는 1981년 벨기에 국제성악콩쿨에서 전체대상을 차지, 프랑스 파리국제성악콩쿨 남자부 1위 등 다양한 수상경력과 함께 오스트리아 비엔나 캄머오페라단과 비엔나 폭스 오페라단, 비엔나 국립오페라단의 정단원으로 몸담았다.
“남자들에게 가장 흔한 소리가 바리톤이잖아요. 하지만 가장 자연스럽게 노래할 수 있는 강점이 바리톤의 매력입니다. 연륜이 쌓인 대가들의 소리를 단순히 소리자체로만 답습하려다보니 ‘득음’이라 할 수 있는 경지에 미치지 못하고 좋지 못한 버릇을 갖게 되는 경우가 많죠.”
바리톤 성악가들의 음역이 어렵지 않게 타고날 수 있기에 오히려 자신의 소리를 원천적으로 뽑아내려는 노력을 중시하지 않기가 쉽다며 바리톤으로서의 딜레마에 빠지기 쉬운 성악도들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예술이라 함은 ‘늘 하는 거’라 말하고 싶습니다. 모든게 마찬가지지만 제 몸에 있는 온 근육과 정신들이 맞물려야 하죠. 이론적으로만 할 학문도 아니고 늘, 꾸준한 연습을 통해 근육 역시 깨우쳐야 합니다. 더구나 자신의 소리를 말, 언어처럼 순수하게 내는 학생들을 보면 가장 가르치기도 쉬운 것 같죠.”
연습에 있어 하루에 단 10분이라도 자신에게는 신성불가침의 시간을 만들어야 한다며 꾸준함과 끈기를 성악가가 가져야 할 ‘제 1의 원칙’으로 내세우는 김관동 교수.
그가 늘 고민하는 과제는 ‘잘해야 한다’는 것에 대한 고찰이다. “좋은 강의를 학생들에게 이야기로 전하듯이 노래도 그렇게 전하고 싶네요. 듣는 사람도 재밌게, 전하는 제 자신도 진실되게 말이죠. 그런 의미로 이번 공연의 초점은 시를 읊듯이 노래하려 합니다. 물론 잘 될지는 모르지만 그렇게 하고 싶네요(웃음).”
한편, 내달 18일 나루아트센터에서 또 한번 개인 독창회 무대를 가질 그는 좀 더 대중적인 프로그램들을 싣고 다시 한번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성악을 단순히 노래로서만이 아닌, 하나의 언어유희로서 감상할 수 있는 그만의 음악세계에 좀더 귀를 기울여본다.               
(곽인주 기자/musicnews@music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