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교육신문

​음악을 향한 순수한 열정으로 호흡하는 피아니스트 조민현이 오는 5월 25일(일) 오후 2시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에서 기다려온 귀국 독주회의 막을 올린다. 이에 오랜 유학 생활 동안 다져진 음악적 깊이와 기량을 한국 무대에서 선보이기 위해 마지막 준비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조민현과의 특별한 만남을 본지에 담아 보았다.

“독일에서 20대를 보내며 오랜 수학 기간을 마치고 그 결실을 선보이는 자리에 선다는 것이 설렘과 긴장감으로 다가옵니다. 단 한번뿐인 귀국 독주회인 만큼, 제가 쌓아온 음악적 사색과 경험에 진심을 담아 청중과 교감하고 싶다는 마음이 가득한데요. 특히, 오랜 시간 저를 응원해 주신 분들 앞에서 연주할 수 있다는 것자체가 큰 축복이라고 느낍니다. 이번 무대는 제 음악 인생에 새로운 장을 여는 첫 페이지이자, 앞으로의 예술적 여정에 빛나는 이정표가 될 것입니다. 여러분의 따뜻한 관심과 격려가 저에게 날개를 달아주리라 믿으며, 소중한 시간을 함께 나눌 수 있기를 진심으로 소망합니다.”

이번 공연의 프로그램은 B. Bartók <Piano Sonata, Sz. 80>, L. v. Beethoven <Piano Sonata No. 15 in D Major, Op. 28 “Pastorale”>, C. Debussy <Préludes, Livre 1>으로 구성되어, 시대와 작곡가별 음악적 특색이 선명하게 대비되는 가운데 조민현의 세련된 기교와 깊이 있는 음악적 해석력을 온전히 감상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귀국 독주회를 먼저 마친 동료 연주자들로부터 베토벤 소나타는 프로그램에 반드시 포함시키라는 조언을 많이 받았습니다. 이에 베토벤 소나타를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구상하게 되었고, 그중 에서도 제가 오랫동안 깊이 탐구해온 ‘전원소나타’를 선택했습니다. 이 작품과 선명한 대비를 이루는 곡을 함께 들려드리고 싶어 바르톡의 피아노 소나타를 더했는데, 이는 한 대의 피아노를 통해 서로 다른 ‘언어’로 말하는 작곡가들의 세계를 청중과 나누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바르톡은 헝가리의 민속적 리듬, 베토벤은 독일의 형식적 완성도, 드뷔시는 프랑스의 몽환적 색채감을 대표하는 거장들입니다. 이렇게 개성이 강한 작곡가들의 작품에서 피어나는

각기 다른 소리와 표현의 스펙트럼을 한자리에서 경험하신다면 색다른 감동이 될 것입니다. 드뷔시의 <프렐류드 제1권> 중에서도 특히, 1번과 12번은 저에게도 남다른 의미가 있습니다. 독일 유학 초기, 학사과정 1학기 때 처음 접했던 곡들이라 항상 새로운 시작과 함께했던 음악이거든요. 드뷔시는 청중의 상상력을 자극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곡 제목을 마지막에 표기했는데 이번 공연에서도 한글 번역 제목에 얽매이기보다는그 순간의 분위기와 공간을 자유롭게 느끼며 감상해 주시길 바랍니다.”

음악의 진정성을 찾아서: 스승에게서 배운 예술혼

독일의 유서 깊은 음악 교육기관인 데트몰트 국립음대에서 학사부터 석사, 최고연주자과정까지 수학하며 연주자로서의 깊이를 완성한 그는 유학 생활에서 어떤 음악적 가르침을 얻었을까?

“독일에서의 시간을 이야기하자면 제 스승님에 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학사와 석사과정을 함께 하고, 은퇴 이후에도 저의 정신적 지주로 남아주신 Bob Versteegh 선생님은 제게 음악을 대하는 본질적인 자세를 처음으로 일깨워주신 분입니다. 데트몰트 국립음대에 입학하여 처음 참석했던 연주회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합니다. 한 피아노 교수님의 협연이 끝나자마자 누구보다 먼저 일어나 열정적인 기립박수를 보내시던 선생님의 모습이 지금도 눈앞에 아른거립니다. 당시에는 ‘교수’라는 직함이 다소 권위적이고 거리감이 느껴질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었는데, 그 진심 어린 감동의 표현을 보며 저 역시 깊은 울림을 받았습니다.

또 한번은 같은 클래스 학생이 어떤 소나타를 정말 인상적으로 연주한 적이 있어요. 저도 그 작품이 배우고 싶어 다음 학기에 가져갔죠. 그런데 선생님은 악보를 보시면서, 마치 처음 만나는 작품인 양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저에게 질문을 연이어 던지셨습니다. 그 과정을 통해 저는 결국 그 친구와는 완전히 다른, 온전히 저만의 템포와 해석을 담은 고유한 소나 타를 빚어낼 수 있었습니다.

가장 오랜 시간 사사했던 선생님이자 제 음악 인생의 전부라고 할 만큼 존경하는 분이라 추억이 너무 많지만, 작년에 잠시 독일에 들러 선생님을 뵈었을 때의 일화가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최근에 디지털 피아노를 구입해 헤드셋을 끼고 연습하니 밤에도 마음껏 피아노를 칠 수 있어 너무 행복하다고 하시더군요. ‘음악 앞에서의 겸손함과 순수함’. 이것이 제 음악 인생에 영원히 새기고 싶은, 독일에서 배운 가장 소중한 레슨 입니다.”

음악적 열정의 끝없는 확장

이렇게 음악에 대한 애정과 열정으로 가득한 조민현은 귀국 후에도 쉼 없이 연주와 후학양성 활동을 통해 자신의 음악 세계를 확장해나가고 있다. 그는 앞으로 걸어가고자 하는 음악적 여정을 진솔하게 나누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이번 독주회를 학기 중에 준비하면서 정말 녹록지 않은 과정이었음을 절실히 체감했습니다. 하루하루가 숨 가쁘게 흘렀고, 체력적으로도 상당한 도전이었죠. 그럼에도 앞으로 연주 활동과 교육을 꾸준히 병행해 나갈 계획입니다. 무대에 지속적으로 서는 경험이 저 자신의 음악적 성장에 큰 자양분이 될 뿐만 아니라 학생들을 지도할 때도 훨씬 더 생동감있고 다층적인 시각으로 음악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제 스승님처럼 나이가 들어서도 클래식 음악을 향한 순수한 열정과 호기심을 잃지 않고, 끊임없이 배우며 성장하는 음악가로 남는 것이 저의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앞으로 펼쳐질 제 음악 여정에 많은 관심과 응원을 보내주신다면 그 기대에 부응하는 진정성 있는 연주로 여러분과 소통하며 감동의 순간들을 함께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영주 기자/musicnews@music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