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교육신문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Goldberg Variations, BWV 988 for harpsichord)’은 사랑 받는 레퍼토리가 아닐 수 없었다. 특히 메인 테마는 유독 피아노 고유의 사운드와 잠잠히 만나는 느낌이다. 귓전으로부터 내면까지 부드럽게 침잠하며 온몸을 느슨하게 풀어주는 마법의 선율…. 그러나 다가오는 4월의 무대에서는 골드베르크를 보다 새롭게 조명하는 연주회가 펼쳐진다. 피아니스트 윤철희(국민대 교수)와 하프시코디스트 송은주는 듀오로 분할·편곡된 골드베르크를 그 시대의 음색으로 선보이게 된다. 피아니스트 윤철희 교수를 통해서 4월 11일 (금)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 무대의 소식을 들어보았다.

숭고한 만남으로 재현되는 바흐…

“바흐의 작품들은 대다수 제자, 자녀들의 교육을 위해 작곡 되었다고 하는데요, 골드베르크 역시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하 지만 후대의 음악인들은 그의 ‘겸허한’ 음악을 집중적으로 탐구했고, 거의 콘서트용 음악이 된 것 같아요. 이러한 점이 아이러니하면서도 많은 이들이 바흐를 존경한다는 점을 느낄 수 있지요. 저 역시 그렇고요.”

 피아니스트 윤철희의 바흐에 대한 오마주는 새로운 조화로 시도된다. 가장 특별한 이슈는 바흐의 걸작 ‘골드베르크 변주 곡’을 당대의 두 악기, 하프시코드와 포르테피아노로 연주한다는 점이다. 그는 당대의 음색을 고스란히 재현할 예정이며, 오리지널리티를 유지한 채 듀오로 편곡된 골드베르크를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바흐의 가장 중요한 작품 중 하나인 골드베르크 변주곡은총 30개의 바리에이션 안에 고스란히 굉장한 인생의 모든 것을 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 위대성만큼이나 작곡 배경에 관한 일화가 많은 편이기도 하지요. 당시 하프시코드를 위하여 작곡되었지만 글렌 굴드가 피아노로 연주를 선보이면서 많은 이들이 피아노로 연주를 하고 있는데 요, 저는 두 대의 악기로 편곡된 골드베르크를 연주할 예정입니다. 흔치 않은 두 대의 악기로 말이지요.”

골드베르크의 분할, 포르테피아노, 그리고 하프시코드의 듀오

“듀오로 편곡된 골드베르크는 혼자 연주하는 보이스들을 다소 분할하여 편곡되었습니 다. 때로는 원곡을 크게 훼손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제3의 보이스를 작곡해 추가하기도 하였지요. 어떻게 보면 반으로 갈라놓았다고 할수 있겠는데요, 그래서인지 테크닉적으로는 다소 쉬워졌다고 할 수 있겠지만 함께 연주해 야하기 때문에 서로 잘 이해해서 조화를 이루 어야 합니다. 이번 무대는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해 편곡된 골드베르크 변주곡에 대해 송은주 선생님께서 아이디어를 내어 서로 다른 음색 으로 연주하게 되었습니다.”

바로크 시대의 전통적인 연주법에 충실하면 서도 시대를 초월한 두 악기의 음악적 대화를 통해 어떠한 조화를 선사할지 궁금하다.

“하프시코드는 줄을 뜯어서 소리를 내는 악기이고, 포르테피아노는 해머가 줄을 쳐서 소리를 내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그리고 바흐의 시대에는 주로 하프시코드가 통용 되었지요. 이에 모차르트 시대까지도 하프시코드 위주로 연주되었지만, 하프시코드와 잘어울릴만한 음색을 고려하던 중 현재의 피아노보다는 포르테피아노가 맞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피아니스트 윤철희는 이번 무대에서 18~19 세기 무렵 비엔나에서 가장 유명한 피아노 제작자였던 안톤 빌더의 포르테피아노, 1785 년 모델을 2013년 독일 제작자 Thomas Schüler가 복제한 악기를 연주하게 된다.

“포르테피아노의 음량은 그리 크지는 않지만 그 작은 소리들이 매력적이면서 자연스럽습니다. 그리고 매우 섬세하게 다루어야하기 때문에 쉽지만은 않습니다. 그러나 음악이란 늘 배우고 연구하면서 이를 통해 많은 것을 또 깨닫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제가 처음으로 포르테피아노를 연주하는 것도 이와 같은 의미에서의 도전이지요.”

 ‘매우 예민한 사람’ 같아도 잘만 다스리면 그만의 영롱한 소리가 매력적인 포르테피아노, 그리고 시대를 고스란히 반영하는 하프시코드만의 고풍스러운 매력이 묵직한 작품 안에서 과연 어떠한 장면으로 조우하게 될지 자못 궁금하다.

‘처음’의 설렘으로 가득한 이들은 현재 봄처럼 초심의 마음으로 연주에 다가가면서도 이를 통해서 후학들에게 따스한 힘을 전해주고 있다. 두 연주자의 새로운 시도 역시 많은 음악인들에게 훈훈한 봄의 에너지가 되리라 기대해본다.

(허소민 기자/musicnews@musiced.co.kr)

|연주자 프로필|

• 피아니스트 윤철희

현) 국민대학교 예술대학 음악학부 교수

• 쳄발리스트 송은주

현) 한국하프시코드협회 회장 한국바로크음악제 예술감독, K-클래식 홍보대사 서울대 평생교육원·세종대 융합예술대학원 출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