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교육신문

아름다운 외모보다 실력이 더 앞서는 소프라노로 인정받아

서울시오페라단이 한국오페라사상 최초이자 최고의 기획 작품으로 준비한 ‘베르디 빅5’ 중 첫 번째 작품으로 오는 12일부터 15일까지 ‘리골레토’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이번 공연에서 오페라 캐스팅 1순위인 프리마돈나 김수진이 ‘질다’역을 맡아 화제를 모으고 있다. 소프라노 김수진은 과장하지 않는 연기와 가식 없고 진솔한 음악, 따뜻함과 풍부함을 가진 고급스러운 음색, 아름답고 순수한 외모로 ‘질다’로서 적역이라는 평이다.

베르디가 1851년 작곡한 오페라 ‘리골레토’는 실패한 복수담으로 권력자에게 빌붙어 비굴한 삶을 이어가면서도 자신의 딸만은 아름답게 지켜내려는 꼽추광대 리골레토의 예정된 비극이다. 리골레토는 자신의 딸 질다를 능욕한 만토바 공작을 향해 복수를 하려 하지만 안타깝게도 사랑하는 딸의 죽음을 초래하는 내용이다. 여주인공 질다는 엄마 없이 자란 청순하고 가련한 여인으로 너무나 순수하다. 그리고 바람둥이 공작의 거짓사랑을 알면서도 목숨을 바치는 순정파다.

소프라노 김수진에게서 느껴지는 첫인상은 사랑스러움과 순수함 자체가 ‘질다’였다. 그러나 외모로 느껴지는 ‘질다’의 캐릭터로는 부족했는지 그는 “제가 하는 역할을 통해 소프라노 김수진이 아닌 리골레토 ‘질다’의 참모습을 느끼고 음악으로 표현하고 싶다”고 하며 오페라 배우로서의 의욕과 열정을 내비췄다.

“‘질다’라는 역할은 소리의 개성을 나타내기에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그의 아리아 ‘그리운 이름’처럼 사랑에 가슴 설레여 하는 감정을 기교적이고 맑은 고음선율로 표현해야 합니다. 저는 그것을 잘 표현하기 위해 노래 할 때 가장 릴렉스한 상태에서 아름다운 음성을 내려고 부족한 것을 연구하고 보완하려 합니다.”

오페라는 극음악이기 때문에 오페라가수는 노래를 하면서 연기를 하는데 있어 힘든 점이 많다. 연기도 연기이지만 오페라는 자신의 아리아를 포함한 대곡들을 소화해야하기 때문에 개인의 노래연습과 반복되는 오페라연습은 상당한 체력을 요해 오페라 가수의 컨디션이 매우 중요하다.

“열악한 현실 상황과 시스템 속에서 좋은 오페라로 관객을 만족시키기란 쉽지 않아요. 오페라 가수가 공연 전에 연습을 충실히 해도 공연 실전이 중요하기 때문에 무대 연습을 많이 해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또 오페라의 장기적인 연습은 꾸준한 체력관리가 필요한데 그 관리가 어렵습니다.”

또한 소프라노 김수진은 “오페라를 공부하면서 악보를 보고 연기연습을 할 때마다 새롭게 느껴지는 것들에 어려움을 느끼지만 그것이 음악에 대한 매력이고 그것을 해결하는 것이 보람”이라고 말했다.

6세때 피아노를 시작한 김수진은 중학교 시절 내한한 이탈리아 제1의 소프라노로 칭송받는 레나타 스코토를 보고, 성악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에 감동을 받아 성악가를 꿈꿨다고 한다.

“노래는 화난것, 슬픈 것, 기쁜 것의 모든 감정이 거울에 투영되듯 목소리에 삶이 묻어나옵니다. 그래서 스스로 겸손하고 성실하려고 노력합니다. 뛰어난 재능보다는 많이 생각하고 반복적인 연습을 성실히 해 꾸밈없는 음악을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무척 어려보이는 외모는 한아이의 엄마로서 가정주부라는 점과 강단에서 학생을 지도하는 교수라는 점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가정과 학교, 오페라 세 가지를 병행하는 것이 체력적으로 힘들지만 새로운 음악인들과의 만남, 음악을 하는 것에 대한 즐거움 속에서 이번 서울시 오페라단의 리골레토 ‘질다’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립오페라단의 다수 오페라 주역으로 이미 미모와 실력을 인정받아 호평을 받았던 그는 콜로라투라로 가장 음이 높고 기술적으로도 가장 까다로운 고난도 가창을 하는데 있어 손색이 없다. 정확한 가창과 잘 뻗는 고음, 또 소리에서 느껴지는 화려한 기교와는 달리 소프라노 김수진은 온유하고 섬세하며 편안함과 동시에 때 묻지 않은 인간애를 느낄 수 있었다.

“계속 발전하는 연주자로서 항상 노력하겠다”는 그는 다른 오페라 역할에도 도전하기위해 연구하고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오페라연습의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소프라노 김수진 프로필/

서울예고와 서울음대 성악과를 실기수석으로 졸업하고 동대학원을 수석입학, 수료하였으며 미국 뉴잉글랜드 콘서바토리를 실기 우등 졸업했다.

대학 재학시절 동아콩쿠르에 입상, 조선일보 신인음악회에 출연했고 1993, 1994년에는 국립합창단과 국립발레단 합동 정기공연인 ‘까르미나브라나’의 솔로로 활약하여 언론의 집중적인 관심과 호평을 받았으며 1999년 귀국 후 예술의전당 유망신예연주회로 국내에 데뷔했다. 같은 해에 예술의전당 기획오페라에 연이어 주역을 맡았으며 1999, 2000, 2001년에는 예술의전당 기획 청소년음악회에 3년 연속으로 초청돼 연주했다. 또한 KBS 예술극장, KBS FM, MBC, CBS 프로그램에 초청연주에 출연, 월드컵 기념음악회, 타타르스탄 국립 오케스트라 초청으로 러시아에서 연주, KBS FM불멸의 오페라(400년의 시간속으로)에서 밤의여왕과 질다 아리아를 모두 소화해 내며 ‘스타탄생’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KBS교향악단, 코리안심포니 ,루마니아필하모니, 서울심포니, 원주시립, 안산시립, 인천시향, 부천시향, 군산시향, 서을튜티앙상블 등과 협연하였고 콘서트뿐 아니라 오페라 주역으로 왕성한 활동을 했으며 국립오페라의 ‘마술피리’, ‘사랑의 묘약’, ‘호프만 이야기’의 주역으로 출연해 외모와 실력을 겸비한 음악인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이밖에 ‘라보엠’, ‘피가로의 결혼’, ‘코지 판 뚜떼’ 창작오페라 ‘권율’ 등의 작품의 주역으로 출연, 오라토리오 연주로도 활동을 넓혀 ‘메시아’, ‘엘리아’등의 작품에 솔리스트로 활약했다. 서울바로크합주단과 모차르트 ‘레퀴엠’, 군산시립 합창단, 오케스트라 초청으로 베토벤 ‘합창’ 솔리스트로 공연했으며 2005년부터 총신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신동아 기자/musicnews@music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