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교육신문

주어진 임무에 대한 책임감에서 솟아나오는 열정의 에너지

한국문화예술위원, 대교협 음악학평가위원장, 평론가 등으로 활약
클라비어 교재 집필, 2004년 한국피아노교수법학회도 창립
바쁜 활동 끝나면 권위 있는 피아노교수법 교재 발간 계획도

  지난해 음악대학들이 바짝 긴장했다. 대학교육협의회에서 주관한 음악학분야 평가가 국내 최초로 시행됐기 때문이다. 이번 음악학분야 평가에서 위원장으로 평가편람과 지침서 개발, 현장평가 그리고 평가 종합보고서 작성을 주도한 이가 바로 중앙대 피아노과 정완규 교수. 그는 “이번 평가는 음악학분야 평가에 관한 선행 연구나 자료가 없는 가운데 최초로 시행된 작업인데다가 음악은 특수한 영역이기 때문에 음악학분야 모든 구성원이 동의하고 만족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고 평가를 시행하는데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평가범위와 평가기준, 평가척도 등을 정하고 이에 기초해 실시된 평가 작업은 음악학분야의 현재를 직시하고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는 의미 있었던 일이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지난 3월 22일 중앙대 법학관에서 열린 대학종합평가 결과 발표 및 발전세미나에서 음악학분야 평가 위원장으로 강단에 섰다. 이날 그는 “이번 음악학분야 평가는 음악대학을 서열화 시키자는 의도가 아니”라며 “각 학교들이 스스로를 돌아보고 점검하는 계기로 삼아 학교 발전을 이끌어내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그는 클래식 음악인구가 줄어들고 음악계가 침체돼 있는 현실에 대해 안타까움을 토로하면서 사회와 교육계의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고 모든 대학들이 연주자 양성 위주의 교육 한가지에만 집중해 온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이제 연주자 교육 수요가 줄어들고 사회가 연주 전공자를 포용할 여력과 관심이 줄어드는 추세에 따른 혼란이라는 평가다. 

 “현재 음악계가 침체돼 있는 원인에는 전국적으로 클래식음악 바람이 불고 음악대학이 발전해 나갈 때 음악인구 저변 확대를 위한 연구투자를 하지 않았던 음악대학들도 한 몫 했습니다. 교육 수요를 증대시키기 위한 노력보다는 입시·입학생 위주로 가르치려고 하는 것이 문제였지요. 그동안 음악대학들이 미래의 교육수요를 증대시키기 위해 유아, 아동, 청소년 교육과 음악활동 그리고 교수법과 같은 실기 이외의 분야 육성과 개발에 얼마나 관심을 가졌느냐 한번 되짚어봐야 합니다. 출생인구가 감소해 불가피하게 학생 수가 줄어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해도 음악인들이 교육수요의 저변 확대를 위해 진지하게 노력했나 돌아봐야 합니다.”

그는 “이제 학교의 경쟁력을 강화시키지 않고서는 학교의 존립이 어렵게 되는 현실에 직면했다”며 “대학교육이 얼마나 발전하고 개선돼왔나 다시금 자문해봐야 할 때”라고 거듭 얘기했다.
그리고 학교의 교육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교육목표 설정과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교과과정 편성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국내 음악대학들은 너무 비슷한 교육목표, 교과과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학교마다 교육목표가 뚜렷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각 대학이 강점을 갖는 분야에 대한 선택과 집중으로 보다 효과적인 특성화 교육을 수행해야 하지요. 콘서바토리처럼 연주자육성에 집중할 것인가 아니면 음악이론·문헌·교육에 중점을 둘 것인가, 또는 종합학교로서 연주자육성과 음악학문을 병행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야한다고 봅니다. 국가와 지역사회 그리고 학생이 필요로 하고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까지도 고려해 학교마다 강점을 가질 수 있는 특성화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새롭고 다양한 교과과정을 연구, 개발해야 한다고 말하는데, “음악학과가 여러 갈래의 예술적 성향과 방향으로 묶어진 장점을 활용하여 연주·교수법전공, 창작·이론전공, 음악역사·문헌전공, 음악교육전공, 예술경영 및 문화기획, 실용음악 등으로 세분화하고, 이러한 전공들을 학부와 대학원에 적절히 분배해 교육목표와 교육과정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교수법, 반주법, 예술경영, 디지털음악, 영상음악과 같은 사회가 바라고 실용성이 강한 학문분야의 개방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용음악은 사회가 원하고 요구하는 실용적인 음악학분야이지 대중음악이라는 생각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며 “대학들이 앞 다퉈 실용음악을 한다고 대중음악에 섣불리 손을 대면 곧 학교의 정체성과 전문성이 흔들리는 날이 올 지도 모른다. 새로운 분야를 시도하려고 한다면 그것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철저한 연구, 준비 뒤에 실행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음악인들 적극적인 자세 가져야 한다  
  지난 2005년 9월 한국문예진흥원이 민간주도의 한국문화예술위원회로 재출범하면서 정완규 교수를 음악위원으로 임명했다. 위원으로서의 임기기간은 3년인데, 그가 활동한 지도 벌써 일년 반여의 시간이 지났다. 그는 처음 음악위원으로 활동하게 되었을 때 문예기금 지원예산을 문학, 연극, 미술 분야에서 독식하고 있는 현실에 울분을 터뜨리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만나는 음악인마다 ‘적극적으로 나서서 자신의 권리를 찾으라’고 외치고 다녔다. 문예기금 선정확률이 적다고 해서 그냥 무시할 것이 아니라, 계획하는 모든 공연을 적극적으로 지원 신청해야 그만큼 음악분야에 지원금이 많아지고 그러면 자연히 음악인들의 지원 선정확률도 높아진다며 적극적인 지원신청을 촉구했다.

그의 노력이 어느 정도 결실을 맺어 이번 2007년 상반기 문예진흥기금 음악분야 지원이 예년에 비해 조금 늘었다. 그러나 그는 “아직도 문예진흥기금에 대해 모르는 음악인이 많고 알려줘도 문의를 하거나 적극적으로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하는 음악인들을 거의 볼 수가 없다. 그리고 각종 음악관련 단체, 학회, 협회들이 음악계 전체가 발전할 수 있도록 개인 연주자를 포함해 음악인들의 신청을 독려하고 함께 지원 받을 수 있도록 힘써야 하는데, 자신들만 지원금을 받는데 만족하고 음악계 공동의 이익에는 너무 무관심한 것 같다”고 말했다.

"우리 음악인들은 음악계 공동의 이익에는 별 관심이 없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물론 지원 신청자가 많을수록 수혜 탈락자도 비례해 많아지겠지만 음악분야 지원금을 늘리기 위해서는 음악인들이 적극적으로 지원 신청에 참여해야 할 것입니다.”

맡은 임무에 대한 철저한 프로정신
정완규 교수는 예원학교와 서울예고를 거쳐 연세대 음대를 졸업했다. 이후 미국 텍사스 테크 주립대학에서 음악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92년 귀국한 그는 그때부터 쉴 틈이 없었다. 피아노 교재 클라비어 전 24권을 집필, 발간했고, 피아노 교사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전국을 다니며 피아노 지도자 세미나를 열었다. 클라비어 교재는 국내 최초로 전문가가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독창적으로 새로운 교재를 구성했다는 것에 큰 의의가 있다. 이를 계기로 그는 98년에 한국피아노교수법학회를 창립하게 된다. 교수법 연구에 정열을 쏟았던 그는 중앙대에서 학생을 가르치면서 음악대학 커리큘럼을 세분화시켰다. 학생들이 사회에 나가 활동할 자신의 분야에 전문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학교에서 제대로 교육시켜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그래서 2학년부터는 연주자로 나갈 학생을 위한 연주전공, 음악교육분야에서 활동할 학생을 위한 교수법전공, 반주 활동을 위한 반주전공으로 나눠 교육과정을 만들었다. 중앙대 피아노콩쿠르 첫 시행에도 그의 공이 컸다.

그는 음악평론가로도 꾸준히 활동하면서 국내 음악계 발전에 이바지했다. 2004년부터는 한국음악협회 부이사장으로 임명돼 대한민국국제음악제 집행위원의 책임을 맡아 바쁜 나날을 보냈다. 또 작년에는 예원학교 총동창회 회장을 맡아 중단됐던 예원음악콩쿠르를 부활시키고 예원무용콩쿠르도 개최했다. 대학 평가위원장으로 지난 22일 대학종합평가 보고서까지 마친 그는 한숨 돌릴 세도 없이 학교 일에 다시 매진하고 있다. 특히 올해에는 중앙대 산업경영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 학과장을 맡아 앞으로도 할일이 너무 많다. 그런데다 올해로 총 40주년을 맞은 예원학교 동창회가 주최하는 여러 가지 예술 무대도 준비해야 한다. 하지만 그는 아무리 바빠도 어느 일 하나 소홀히 하지 않는다. 하루가 24시간이어도 시간이 모자라고, 몸이 피곤하고 고단해도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에 대한 책임감으로 오늘도 열심히 뛰고 있다.

       
(김금화 기자/musicnews@music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