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교육신문

“주위에 봉사하며 사는 삶이 성공한 삶”

음대 학생들을 연습실에서 무대로 이끌어낼 계획

오는 5월17일 음악대학 개교50주년기념음악회 개최

새해가 되면 누구나 새로운 꿈을 갖고 한 해를 어떻게 보내야겠다는 계획을 세우기 마련이다. 새해를 맞는 기대감과 더불어 자신만이 아닌 남을 위한 미래를 설계해야 해서 어깨가 무겁다는 음악인을 만났다.

지난 해 말, 경희대 음악대학 학장으로 취임한 전영혜 교수는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 학교에 몸담고 오늘에 이르기까지 반평생을 보내온 학교에 감사한  마음뿐이다”라고 말문을 연다. 그러면서 “요즘은 자나 깨나 학교를 위해, 학생들을 위해, 교수들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구상하기도 벅차다”며 최일선에 서서 새로운 도약과 발전을 이뤄가야 하는 설렘과 부담감을 솔직하게 토로한다.

전영혜 교수는 28년 전에 경희대와 인연을 맺으면서 지금까지 한곳에서만 학생들을 가르치는 외길을 걸어온 피아니스트이다. 그가 피아니스트가 된 것은 오로지 자신의 딸이 교회의 반주자가 되어 음악으로 교회에서 봉사했으면 하는 그런 어머니의 소박한 소원 때문이었다. 1950년대 피아노를 구경하기도 흔치않던 어린 시절에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한국전쟁이 나면서 서울에서 익산으로 피난을 떠나야 했다. 거기서도 어머니는 지도교수를 찾아 딸의 손이 피아노를 쉬지 않게 했다. 지금의 학생들에게는 드라마 같은 이야기겠지만 피아노가 없어서 종이에 건반을 그려놓고 연습을 하게 했다고.

 하지만 악보의 음을 상상하며 종이 피아노를 치던 그 때 자신의 음악적 상상력이 가장 많이 성장하게 된 것 같다고 말하며 요즘의 학생들이 자신들이 누리는 풍족함에 대해서 감사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인다.

살다보면 누구나 자신의 진로에 대해 한두 번씩은 회의를 갖게 되기 마련인데 그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그런 걸 생각할 겨를이 없었던 것 같다고 한다. 음악을 마음껏 듣는 것조차 쉽지 않던 시절이라 항상 음악에 굶주려있었기 때문에 더욱 음악에 몰두하며 한 길로만 갈 수 있었다고 한다.

서울 수복 후 다시 정상적인 학업을 하면서 서울예고를 거쳐 서울대학에 입학, 대학원까지 마치고 미국 위스콘신대학으로 유학을 떠나 당시 우리나라 음악계에서는 최초로 피아노 음악박사학위를 수여했다. 해양학자인 남편이 국립해양연구원에 들어오게 되어 함께 귀국한 것을 알게 된 당시 경희대 조영식학원장이 그를 경희대에 교수로 초빙하여 지금까지 일하게 되었다.

가정주부로서 연주자로서 교수로서 일인다역을 해낼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남편의 이해와 외조 덕분이라며 함박웃음을 웃는다. 집에서는 되도록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 아침에 아이들이 잠깨기 전에 피아노 연습을 하는 등, 지금까지도 항상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시간표를 짜서 그것대로 생활하려고 노력한다는 그를 보며 지금의 그가 거저 되어있는 것이 아님을 새삼 느끼게 했다.

게다가 어머니의 소원대로 주일마다 교회(남서울교회)에서 오르간으로 봉사하는 일은 자신의 삶에서 일순위를 차지한다. 토요일마다 예배를 위한 프렐루드를 준비하는 시간이 정신적으로 흩어진 모든 것을 집중하여 하나님 앞에서 바로 서도록 해주는 귀한 시간이라며 음악을 하는 행위자체가 주변을 따뜻하게 해주는 봉사 그 자체라고 말한다.

음악가에게 연습은 기도하는 것과 같이 살아 숨쉬는 힘이라는 그는 연주자로서 베토벤을 필두로 작곡가시리즈로 독주회를 열고 있고 자신의 제자들과도 ‘레피토레’라는 모임을 만들어 정기적으로 연주회를 개최하고 있다.

음악인으로 성공한다는 것은 무엇보다 “자기가 사는 자리에서 주위에 봉사하며 사는 삶이 성공한 삶”이며 따라서 제자들이 음악만 아는 사람이 아닌 주위사람들과의 조화를 늘 염두에 두고 생활하는 그런 음악인이 되기를 바란다.

또한 이제 학장으로서 학내 학생들도 가능한 범위 내에서 모두 무대에 설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려고 기획중이다. 음악대학 개교50주년이 되는 오는 5월17일에는 피아노과 4학년 전원이 참가하여 피아노로만 연주되는 베토벤교향곡과 교수진의 피아노반주와 학생들이 노래하는 ‘합창 교향곡’을 기획하고 있다. 또 졸업생들을 위한 연주와 강좌, 오페라공연과 지방공연 등, 음악을 연주할 수 있는 공간만 허락되면 병원이든 로비든 학생들을 강의실과 연습실에서 무대로 이끌어낼 계획이다.

“한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서 성장하고 죽기까지 인간은 결코 혼자의 힘으로 살아갈 수 없는 존재가 아니냐”며 오늘의 자신이 있기까지 자신을 믿고 함께해준 모든 분들에게 감사한다고. 그런 감사의 마음을 가지고 선후배가 서로 음악에 대한 정신을 계승해 나가는 교육을 펼칠 것과 학교가 세계속의 대학으로 발전하기를 계획하는 그를 통해 경희대 음악대학이 꿈꾸는 미래의 청사진이 멋진 현실로 이뤄지리라 기대해 마지않는다.

(김애연 전문기/musicnews@music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