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교육신문

“음악에 접근시키는 방법이 강압적이면 안 되죠”

학교측으로부터 ‘명교수명강의’ 상 받아

오는 4월 28일 합창단, 오케스트라와 함께 ‘음악극’ 정기연주회 개최

합창지휘 30년, 경찰합창단·성가대·어린이합창단 등 지휘

 음악은 인간의 생활 속에 융화되어 마음에 부딪쳐오는 답답함을 순화시켜주기도 하고 정서를 풍요롭고 윤택하게 해 준다. 그러나 대부분의 현대인들은 바쁜 일상 속에서 치열한 생존경쟁에 찌들어 살다보니 정신적 여유와 풍요로움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각박한 삶에 갇혀 있는 현대인들에게 음악을 통해 생활의 활력을 불어넣어주는 음악전도사가 있어 눈길을 끈다. 바로 한국산업기술대 합창단과 챔버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있는 임창배 교수(한국산업기술대학교 초빙교수). 서울대에서 성악을 전공하고 러시아에서 합창지휘로 석사학위를, 음악교육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임 교수는 30여 년간 경찰합창단, 어린이합창단, 대학합창단, 성가대 지휘자로서 활동해 왔다.

 임 교수는 오는 28일 열릴 학교 정기연주회 준비로 한창이다. ‘공대생으로 이루어진 학교에서 무슨 정기연주회?’하고 의아해 할 사람도 많겠지만 한국산업기술대학교는 공대생들에게 필요한 창의력 개발에 도움을 주고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음악적 경험을 제공하고자 음악활동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학교의 끊임없는 후원에 힘입어 한국산업기술대 합창단(일명‘망치들의 합창’이라고도 불림)은 지난 2002년 부산에서 열린 세계합창올림픽에서 금메달 수상, 2004년에는 전국대학음악경연대회에서 영예의 1위를 차지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1인 다(多)역 소화해내

임 교수의 재미있는 음악수업은 학생들에게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그로인해 학생들의 수업집중도와 참여도가 높아 학교측은 그에게‘명교수명강의’상을 수여했다.

그의 강의에 매학기 1000여명의 학생이 수강신청을 해 강의실 대신 학교 강단에서 수업을 실시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게 임 교수의 수업이 학생들에게 대단한 인기를 끄는 이유는 수업자체를 ‘예술’이라고 생각하기 임 교수의 마인드 때문이다. 학생들 자체가 ‘예술의 장’이고 ‘무대’라고 말하는 임 교수는 음악을 가르친다는 생각보다는 학생과 함께 자신이 즐기는 음악을 공유한다는 마음으로 수업에 임한다고 한다. 즉, 음악은 즐거워야 한다는 그의 교육신념에 따라 음악을 재미있게 가르치는 것이다. 그 또한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이 즐겁다고 얘기한다.

“수업시간이 기다려집니다. 학생들에게 오늘은 어떠한 것을 가르쳐 줄까, 어떠한 걸로 흥미를 주고 음악을 이해시킬까 고민하는 것도 저에겐 하나의 기쁨이지요. 우선 수업은 재미있어야 합니다. 음악에 접근시키는 방법이 강압적이면 안 되지요. 강압적인 교육방법이나 주입식 교육은 학생들에게 거부감을 줄 수 있습니다. 그래서 CD, 비디오를 통한 음악감상 보다는 친구, 후배 음악가들을 초청해 실제 연주를 들려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의 영혼에 진정한 음악을 전달해 주자는 것이 저의 궁극적인 교육목표이지요.”

 임 교수는 학교 강의뿐 합창단,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교육, 연주지휘, 연출까지 1인 다(多)역을 소화해내고 있다. 그러나 힘든 내색 하나 없다. 단원들도 마찬가지다. 연주를 앞두고는 합창단 학생들과 밤을 새가며 연습하지만 모두 즐거운 마음으로 연습에 임하기 때문에 싫은 기색, 피곤한 기색 하나 없이 음악에 몰두한다고 한다. 

“저희 학생들은 수업에 지장을 주지 않는 시간에 모여 연습을 하기 때문에 주말 휴일도 없지요. 밤늦은 시간, 새벽도 물론입니다. 그래서 학생들이 음악활동을 하면서 성적이 떨어지지는 않을까 걱정을 많이 했어요. 그러나 웬 걸요. 전보다 더 열심히 공부하는지 학교 성적이 떨어지는 단원이 없었어요. 오히려 성적이 오르는 학생이 많았습니다. 합창단장은 줄곧 전체수석을 차지해 왔을 정도니까요. 이렇게 자신이 맡은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는 아이들을 보며 흐뭇했습니다.” 

그런 학생들이 대견해서인지 임 교수는 자비를 들여 학생들에게 장학금도 주고 필요한 악기도 사준다고 한다.

  오는 28일에 열릴 정기연주회는 음악극 ‘기러기 아빠’다. 임 교수가 직접 기존의 극본을 새롭게 각색, 연출하는 ‘기러기 아빠’는 살벌한 학벌주의 사회가 기러기 아빠를 양산한다는 가슴 아픈 내용을 시사적으로 담았다. 50여명의 합창단 단원들 중 30여명을 선발, 챔버오케스트라와 멋진 음악극을 펼쳐보인다는 계획이다.

“학생들이 그동안 갈고 닦은 기량을 이번 음악극을 통해 마음껏 펼쳐 보일 것입니다. 많이 오셔서 격려해 주시고 함께 즐기다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는 “학교 교정을 거닐며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을 때, 아이들이 연습하는 모습을 생각하면 흐뭇하다. 다른 대학교에도 음악이 주는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이런 음악단체들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며 밝게 웃었다.

(김금화 기자/musicnews@music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