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교육신문

첼리스트 여미혜
지난 6월, 체코 베코벤 콩쿠르의 심사위원으로 위촉
오는 10월 불가리아서
베토벤 연주, 11월에는 비엔나에서 슈만 연주

지난 5월 24일과 25일, 오스트리아의 쿠프스테인 시의 문화회관과 클라겐푸르트 시의 콘체르트하우스에서 소피아 국립 라디오 교향악단과 차이코프스키의 로코코 변주곡을 협연해 현지 청중들로부터 호평을 받은 첼리스트 여미혜씨를 만나봤다.

“음악적으로 철저하고 꼼꼼한 지휘자와 음악을 사랑하는 청중들을 만난 덕분에 오스트리아에서의 연주는 잘 마칠 수 있었어요.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듣기 위해 음악회가 열리는 곳곳을 찾아다니는 유럽 청중들을 보고 오히려 제가 더 큰 감동을 받았어요.”

음악을 생활의 낙으로 살아가는 유럽인들의 여유로움에 부러움을 느꼈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그는 국외연주를 통해 많은 것을 얻고 자극을 받기도 한단다.
이렇게 국내는 물론 국제무대에서 왕성한 연주활동을 펼치고 있는 그는 지난 6월 체코 베토벤 콩쿠르의 심사위원으로 다녀와 화제가 됐었다.

“올해로 44회를 맞는 체코 베토벤 국제 콩쿠르는 바이올린, 피아노, 첼로 부문으로 나뉘어 매년 순차적으로 진행되는데 올해는 첼로 콩쿠르가 개최됐어요. 콩쿠르가 열린 흐라테츠는 과거 베토벤, 리스트 등의 거장들이 여름휴가를 즐겼던 곳으로서 의미가 있을 뿐만아니라 그들이 사용했던 악기도 그대로 보존 되어 있어 더욱 귀중한 곳으로 느껴졌어요.”

지난 1961 작곡 부문 콩쿠르로 시작된 이 콩쿠르는 오랜 역사를 지닌 만큼 국제적인 명성을 가지고 있으며 우수한 연주자들을 무수히 발굴해 내는데 일조했다.
“콩쿠르에 참가한 대부분의 유럽 학생들은 음악을 몸으로 느끼며 연주하더라고요. 어떠한 기교적인 꾸밈보다는 자연스런 음악적 표현이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열쇠가 됐고, 저 역시 참가자들의 거침없는 음악표현에 어느새 몰입될 수 밖에 없었어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음악’ 이것이 첼리스트 여미혜가 이번 국제 콩쿠르를 통해 절실히 느낀 교훈이다.

“세계적으로 볼 때 한국 학생들은 실력면에서는 상당히 우수하지만 그것을 자연스럽게 표현해 내는 능력이 부족합니다. 물론 이것은 그동안 주입식 교육에 길들여진 한국의 교육제도가 주원인이지만 그대로 순응한 학생들의 태도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이 외에도 한국학생들은 기초적인 부분에 대해 투자하는 시간이 적다고 지적하며 매일 매일의 꾸준한 연습을 통해 자신을 체크하라고 조언했다.

기본 테크닉의 바탕위에 자신만의 음악 색채를 갖는 것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정신이 음악인들에게 중요하다고 말하는 여미혜는 한국 학생들이 음악적으로 많이 변화되길 기대한다.
초등학교 시절 음악을 전공했던 담임선생님의 권유로 합주반에 들면서 첼로를 시작하게 된 그는 이후 고등학교 2학년에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13년이란 긴 유학생활을 보냈단다. 남편의 일 때문에 미국에서의 음악활동을 모두 접고 고국에 돌아오게 된 그는 종종 마음의 여유를 누리고 싶을 때, 미국 유학시절을 그리워한다고 얘기했다.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연주활동을 병행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것 같아요. 많은 시간을 학생들과 보내면서 음악회를 준비하는 것은 그만큼의 노력과 희생이 동반되는 일이에요.” 항상 완벽한 연주자의 모습을 기대하는 청중들에게 만족할 수 있는 음악회를 선사하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는 그는 오는 10월 불가리아에서 베토벤을 연주하며, 11월에는 비엔나에서 슈만을 연주한다.
(서재숙 객원기자/musicnews@musiced.co.kr)

첼리스트 여미혜 약력
서울예고 재학 중 도미한 여미혜는 줄리어드 음악원에서 학사학위를 받았고, 미시간 대학교에서 석사 및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예원, 이화경향, 중앙, American String Teachers Association Competition, 콜로라도 영 아티스트 콩쿠르 등의 주요 콩쿠르에 입상하였고, 서울시향, 프라임 필하모닉, 부산시향, 서울 청소년 교향악단 등 주요 오케스트라와 협연한 바 있다. 지난 97년 세종문화회관서의 귀국 독주회를 시작으로 예술의 전당, 부암아트홀 등의 국내 무대와 국제무대에서 활발하게 연주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현재는 콰르텟 노블레스 단원, 연세대학교, 한국예술종합학교, 상명대, 예원, 서울예고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