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교육신문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장 김남윤 교수
‘한국의 클래식 스타’ 시리즈 초청음악회
오는 30일 오후 8시 호암아트홀에서 연주

“저는 연주할 때 마지막이 화려하지 않으면 끝났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더라고요.”
이처럼 열정적인 자기 음악표현, 학구적이고 내실 있는 곡 해석, 뛰어난 기량의 다이내믹한 연주로 국내외 바이올린계의 정상의 자리를 지켜온 바이올리니스트 김남윤 교수가 오는 6월 30일 호암아트홀의 ‘한국의 클래식 스타’시리즈 초청으로 강충모교수의 피아노반주로 리사이틀을 갖는다. 연주할 곡은 드보르자크 4개의 로맨틱 피스(Op. 75), 슈베르트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환상곡 C장조( D. 934), 황성호(무제), 프로코피예프 바이올린 소나타 제 2번 D장조(Op. 94a) 등이다.

한국음악계가 태동기를 지나 본격적인 한국음악의 서막이 열리려고 꿈틀대던 40년대 말에 태어난 김남윤 교수는 초등학교 3학년이 되던 해부터 바이올린을 시작해 1년 반 만에 당시 국내 최고의 콩쿠르였던 이화·경향 콩쿠르에서 특상을 받게 된다. 당시 같이 상을 받은 학생 중에 초등학생이던 정경화도 있었다고.

그 후 이화여중 3학년 때 동아음악 콩쿠르에서 1위로 입상하면서 한국 바이올린의 기대주로 착실하게 성장해나갔다. 이화여중과 서울예고를 졸업한 후 도미하여 미국 줄리아드 음악원을 졸업한 그는 이미 유학 시절에 줄리어드의 차이코프스키콩쿠르를 비롯해 워싱턴의 메리웨더 포스트 콩쿠르, 허드슨 밸리 영 아티스트 콩쿠르, 로스앤젤레스 영 뮤지션스 파운데이션 콩쿠르 등에 입상했다. 특히 70년 대 중반, 8년 동안 1등 수상자를 내지 못했던 세계적인 권위의 스위스 티보-바르가 콩쿠르에서 1등 함으로써 화려하게 국제무대에 데뷔했다.

이후, 솔리스트로서 그는 국내의 KBS교향악단, 서울시향은 물론, 영국 로열 필하모닉, 상트 페테르스부르크 심포니, 헝가리 브르노 국립교향악단, 자그레브 방송교향악단, 싱가포르 교향악단, 상해 교향악단 등 세계적인 오케스트라와 함께 공연해왔다. 이런 연주회를 통해 깊이 있는 음악성과 탁월한 연주력으로 인정받은 그는 뉴욕 카네기홀, 링컨센터의 앨리스 털리홀, 워싱턴 케네디센터,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일본 야마하홀 등에서의 독주회를 통해 세계무대에서도 많은 청중과 비평가들로부터 격찬을 받은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연주자로서, 교육자로서의 그의 업적은 각계각층으로부터 인정받아 많은 표창과 존경을 받았다. 옥관문화훈장을 비롯해, 예음상, 한국음악평론가상, 채동선음악상, 음악동아 올해의 음악가상, 월간음악상, 난파음악상, 한국음악 팬클럽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스스로는 “개성 있는 연주자는 아니지만 연주를 즐기면서 한다”고 말하지만 대체로 그의 연주는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낭만적인 선율을 구현하면서도 힘을 갖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라고 평해진다.

“바이올린을 제대로 배우려면 취미생활은 아예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는 줄리아드의 은사 갈라미언 교수의 교훈을 지금도 자신의 제자들에게 들려준다는 그는 최근 들어 연이은 제자들의 국제콩쿠르 수상소식은 해외 유학을 거치지 않고 한국에서의 교육만으로 직접 국제 대회에 뛰어들어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그 스스로도 우리 손으로 키운 연주자들이 세계무대에서 인정받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본 것이 가장 큰 수확이었다고 말한다.

여러 콩쿠르 가운데 퀸엘리자베스 국제콩쿠르에서 인정받는 것은 곧 세계무대의 스타가 되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주자들의 자질을 가려내는 심판관들 역시 당대 최고의 연주자들로 이루어져왔다. 최고의 연주자를 최고의 손으로 가려낸다는 자부심으로 50년의 역사를 이끌어온 퀸엘리자베스 대회에 한국인 최초로 심사위원으로 참가했던 그가 가장 감명 받은 것이 있다.

콩쿠르 내내 나라 전체가 이 콩쿠르 하나에 모든 정열을 쏟아 부으며 한편으로는 그 전통에 대한 자부심을 간직하고 있는 모습이었다고. 이런 문화적인 부러움을 크게 느끼면서 마음 한편에서는 동아음악 콩쿠르가 스폰서의 부재로 국제대회를 폐쇄하고 국내대회로 운영되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고 말한다.

“우리나라 각계각층이 스포츠에 지원하는 자금의 십분의 일만이라도 음악에 투자한다면 지금보다는 훨씬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하는 그는 “운동선수들과 마찬가지로 음악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국제무대에서의 경쟁도 많이 경험해보고 제대로 된 악기를 가지고 충분히 연습할 수 있는 여건이 제공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한다.

 “오죽하면 음악콩쿠르 시상식 때 국기를 게양하고 수상자의 국가가 연주된다면 혹시 사람들이나 정부가 관심을 갖지 않을까하는 엉뚱한 생각을 다 하겠어요?” 라고 웃어넘기며 하는 그의 말속에는 사회와 정부가 조금 더 관심을 가져주기 바라는 열망이 묻어나고 있다.
‘음악이란 곧 생활’이라는 그는 학생들이 연주스타가 되려고 하기 전에 “중요한 건 음악을 즐기라는 것이다. 돌아보면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에서 행복하게 연주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인다.

매일 오전 9시에 학교연구실에 출근하는 김 교수는 저녁 6시까지 학생들을 가르치고 또 학교 업무를 처리하고 집에 돌아와서도 하루도 거르지 않고 밤늦도록 연습시간을 갖는다. 한시도 버릴 시간이 없다는 생각에 자신을 재촉한단다. 가르치는 일에 전념하다보니 연주가 부담스러워진다는 그는 3년 전에 가진 베토벤시리즈를 시작으로 연주생활을 정리하기위해 연주회 수를 줄여나가고 있다고 한다.

“벌써 연주를 그만 두느냐고 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꼭 연주자로 남겠다는 욕심은 없습니다. 다만 진심으로 원하는 건, 죽음을 앞에 둔 순간 정말 열심히 살았다고 편히 말할 수 있는 것, 그것뿐이에요.”
인간적인 연주 곧, 흔히 말하는 ‘감동적인 연주’를 들려주고 싶다는 김남윤 교수. 그의 다양한 레퍼토리로 꾸며질 이번 공연은 한국 바이올린계의 큰 스승이 선사하는 따뜻한 선율과 함께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김애연 전문기자/musicnews@music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