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교육신문

국악과 다양한 요소, 그 끊임없는 만남과 지속적인 동행 시도하는 작곡가 안현정
‘범패선율에 의한 합창과 국악관현악’으로 98년 KBS국악대경연 대상 수상한 재원
6월 23일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만남 그리고 동행’ 작곡발표회 열어
현대음악, 전자음악과의 결합 등 국악의 새로운 가능성 제시

98년 KBS가 주최한 서울국악대경연에서 작곡부문 최초 대상 수상으로 세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던 작곡가 안현정. 당시 서울대 대학원 재학생이었던 그는 ‘범패선율에 의한 합창과 국악관현악-화연’으로 ‘최연소’ 대상 수상의 영광을 안았었다.
전통, 국악이라는 근본 바탕에 국악 외의 다양한 요소를 자연스럽게 오버랩 시킬 줄 아는 신선한 감각을 지닌 그가 폴란드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지 1년 만에 제1회 작곡발표회를 갖는다.
오는 6월 23일 오후 7시반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만남 그리고 동행’이라는 제목으로 열리는 작품발표회는 작곡가 안현정이 국악과 다양한 요소들의 끊임없는 만남과 지속적인 동행을 시도한 다양한 곡들로 채워진다.

소프라노와 가야금, 대금, 타악을 위한 ‘세레나데’, 플루트, 오보에, 첼로를 위한 ‘新 해령’, 소프라노와 테너를 위한 ‘Arari Bella’, 해금과 전자음악을 위한 ‘동행’, 전자음향과 두 타악주자를 위한 ‘흥’, 4대의 가야금과 클라리넷을 위한 ‘그 하늘’. 각각의 곡은 모두 적어도 두 가지 이상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서양 악기와 국악의 요소가 만나고, 국악기와 전자음향이 만나고, 가야금과 클라리넷이 함께 노래하고. 호기심 많고 의욕적인 젊은 작곡가의 음악에 대한 열정이 그대로 드러난다.

“우리 전통과 국악에는 너무나 값진 소재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제 음악의 초석은 항상 전통이고 국악이지요. 국악을 바탕으로 다양한 음악적 요소들을 결합하는 작업은 언제나 흥미로워서 창작하는 음악가에게 늘 새로운 동기를 부여합니다. 음악이 자칫 소재 위주로 흐를 수 있는 우려도 있지만 과하지 않은 범위 내에서 다양한 음악적 요소들의 결합을 통해 저의 생각과 철학을 표현하고 싶습니다.”

경기여고 재학시절 국악동아리에서 가야금과 장구를 배우면서 국악과 인연을 맺은 그는 당시 지도교사였던 김성심 선생(현 국악예고 교장)의 조언에 힘을 얻어 국악작곡가로의 진로에 대한 결심을 굳혔다. 서울대 국악과와 동 대학원에서 故 이성천 선생과 전인평, 황성호, 김승근, 김미림 선생을 사사, 졸업 후 폴란드 크라코프 국립음대에서 마렉 호우니에브스키(전자음악), 마렉 스타홉스키(현대음악) 교수 사사로 작곡전공 박사과정을 마친 그에게 좋은 스승과의 만남, 또 새로운 음악과의 만남은 매순간순간이 신선한 충격이었고 작곡가로서 정진하는 동기가 돼주었다고.

“작고하신 이성천 교수님께서 외국유학은 한국에서 배우기 힘든 부분을 새롭게 공부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며 한국음악 발전에도 많은 도움이 될 거라고 적극 권유하셨어요. 폴란드에서 때마침 마렉 호우니에브스키 교수님을 만나 새로운 공부를 시작하게 됐죠.”
새로운 음악어법으로써 현대음악과 전자음악의 세계를 알게 된 폴란드 유학은 그에게 새로운 창작에의 지평을 열어주었다. 그가 말하는 현대음악, 전자음악과 국악의 만남은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갖고 있다. 전자음악의 웨이브와 우리음악의 미분음은 서로 너무나 다른 성격의 음악으로 보이지만 오히려 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 둘의 만남은 전혀 새로운 음악의 영역을 개척할 수 있을 거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어렵고 난해한 음악어법들의 만남이라 대중에게 가까이 다가가기 힘들지 않을까하는 기우에 그는 자신있게 말한다.

“최근 음악이 너무 감각에 치우치고 가벼워지기만 하는 것 같아요. 예술과 대중적 인기, 자본이 함께 가는 사회가 됐지만 사명감을 가진 음악가라면 대중의 구미에 맞추기보다 대중의 수준을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해야하지 않을까요? 한순간에 감각적으로 다가가는 음악을 작곡하기 보다는 들으면 들을수록 좋은 음악, 미래에 남겨질 수 있는 음악을 작곡하는 음악가가 되고 싶습니다.”
끊임없는 음악적 호기심과 과감한 선택으로 자신의 음악적 성장은 물론, 국악의 새로운 비전과 과제를 제시하고 있는 그는 이번 연주가 작곡가로서 미숙한 부분을 찾고 좀더 다져질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첫 연주인 만큼 아쉬운 부분이 많을 것 같아 걱정이예요. 늘 미래를 보고 시작하는 마음으로 여러 측면의 충고를 겸허하게 받아들일 생각입니다. 많이 부족하겠지만 저의 미래를 봐주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이제 막 시작하는 마음으로 첫 연주를 준비했다는 그는 앞으로 전자음향도 여러 방면으로 시도해 보려면 더 많은 공부가 필요하다며 오히려 유학을 다녀온 후 연구할 부분, 숙제가 더 많아졌다고 한다. 
“미래를 지향하고 그 안에서 희망을 보는 것이 제 창작의 원동력입니다. 사람에게는 다양하고 무한한 감각이 있습니다. 앞으로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여러 가지 감각들을 개발하고, 나아가 서로의 결합을 시도해 보려 합니다.”   

모든 분야에서 젊고 신선한 감각이 요구되는 요즘이다. 최근 다각적 측면의 변신을 꾀하고 있는 국악분야에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한가지로 정의되기 보다는 계속해서 시도하고 발전하고자 하는 진지한 작곡가 안현정이 있어 국악의 미래는 날로 새롭게 거듭날 것이다.
(전혜진 기자/musicnews@music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