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교육신문

박지영 변호사

요즘 법조계에서는 변호사가 피아노를 친다하여 화제다. 이름 하여 ‘피아노 치는 변호사’, 서울 예원중, 예고, 서울대 음대를 졸업한 뒤 다시 서울대 법대에 입학, 42회 사법시험에 합격, 변호사로 활동 중-법조인들 중에서도 매우 특이한 이력을 가진 박지영 변호사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고통스런 암을 이겨내고 변호사가 되기까지, 그리고 다시 피아노 앞에 앉게 된 삶의 이야기를 자신만의 색깔로 담아내고 있는 저자는 특별히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이웃과 나누고자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조금 돌아 살아왔지만 결과적으로 시간을 많이 절약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다른 사람들이 사법시험 준비하고 변호사자격증 하나 딸 시간에, 저는 다른 이들을 위로할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을 했던 것 같아요”라며 말문을 열었다. “대학입시를 준비하던 19세 때, 완치율 50%에 불과한 임파선 암으로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최선을 다하며 살아온 경험들을 책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어요. 무엇보다 35만 암 투병 환자들이 제 글을 읽고 암과의 투병이후 저처럼 건강한 사람들과 똑같이 활동하고 성취할 수 있다는 믿음을 얻었으면 좋겠어요”라며 책 제목에 ‘Next’라는 말을 붙인 이유를 설명한다.

꿈도 미래도 다 버려야하는 절망의 시간에 들리는 완치된 사람의 투병이야기는 희망으로 다가오는데 저자는 흔히 병이 나았다고 말하는 사람은 많았지만 암을 이겨낸 다음 그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말해주는 사람이 없어서 답답했단다. 삶이란 게 무엇인지, 왜 이렇게 고통스런 병을 이겨내려고 애를 써야하는지, 차라리 죽고 싶은데....... 고통 가운데 갖게 된 제2의 생에 대한 기쁨을 그는 기독교신앙으로 찾아내었고 아무도 말해주지 않는 그 시간들을 경험한 자신이 말해줌으로서 같은 처지의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었다고.

“지금 제가 어떤 위치에 있는가보다 앞으로 어떻게 사느냐, 뭘 하느냐가 중요하지요. 제게 주어진 삶이 한시(限時)적이라는 생각으로 마침 저와 뜻이 맞는 ‘한시미션’이란 단체에서 몇 년째 봉사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장애인 인권문제에도 관심을 갖고 일할 계획입니다.”

15년간의 피아노, 4년의 작곡이론으로 음악을 하고, 그 후 10년 동안 법을 하며 변호사로 있는 자신에게 주위에서 수도 없이 던지는 질문 중 하나가 ‘음악이 더 어려운지, 법이 더 어려운지’ 묻는 것이라고. 그는 기자도 같은 질문을 할까 싶어 아예 미리 대답을 제시한다. 그런 그의 말 속에서 그가 새삼 음악 하는 변호사임을 실감케 한다.

“예술과 법은 한 사회의 앞과 뒤에서 그 사회를 이끌고 밀어주며 지탱하는 ‘같은’ 나무를 이루는 ‘다른’ 가지입니다. 법과 음악을 ‘쉽고 어려움’으로 재단할 수 없고 재단해서도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지요. 나아가 음악과 법 중 어느 것이 더 어려운지를 묻는 질문에는 음악과 법이 사회라는 거대한 톱니바퀴를 잘 돌아가게 하는 각기 다른 종류의 윤활유라는, 음악과 법의 도구(tool)적 측면이 도외시되어 있습니다. 다시 말해 위 질문은 음악과 법 자체를 개인적 성공의 획득 내지 삶의 목표로 상정했을 때 흔히 나오는 질문이라 볼 수 있죠.. 그 쟁취 여부가 인생 최대의 관심사이니 ‘쉬운지 어려운지’가 궁금할밖에...”

병 때문에 피아니스트의 꿈을 포기해야 했던 저자는 음악이 삶의 목표 그 자체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서 음악이든 법이든, 제3의 무엇이든 간에 그 도구로서의 유용성에 눈을 뜨고 음악과 법이라는 각기 ‘다른’ 도구가 지향하는 ‘같은’ 목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음악과 법의 작용기제에 대해서도 좀 더 풍요롭게 알게 되었다. 그래서 위 질문을 선해(善解)하여 사회라는 거대한 톱니바퀴를 잘 돌아가게 하는 윤활유를 찾고 있는데 법과 음악 중 어느 윤활유가 더 좋으냐에 대해 굳이 대답해 보자면, 어느 윤활유를 선택하느냐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특정 윤활유를 쟁취한 다음(Next)에, 그 윤활유를 가지고 톱니바퀴를 위해 어떻게 사용하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하겠다.

“책을 낸 이후로 전화기를 들고 있을 수가 없을 정도로(항상 울리기 때문) 전화가 많이 옵니다. 그 전화를 다 받으면 저는 아마 이 세상 사람이 아닐 거예요. 말을 많이 해 목이 쉬어버리거나 녹초가 되어서... 그래서 인터넷 싸이월드를 통해 대부분의 소통을 하고 있습니다. 방명록에 글을 남기시거나 쪽지를 전하시면 제가 어떤 식으로든 연락을 취하겠습니다.”
그의 친절한 인사말과 자세에서 무엇보다 살아있음에 대한 감사와 앞으로 남을 위해 살겠다는 다짐을 깊이 느낄 수 있었다. 이런 맘이 가득 담긴 그의 피아노 소리가 상처 입은 많은 의뢰인에게 생의 환희를 안겨주는 윤활유가 되길 기원한다. www.cyworld.com/bestlawyer
(김애연 전문기자/musicnews@music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