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교육신문

“봄날 햇살같은 음악으로  관객들 만나고 싶어요.”
오는 24일 오후 7시 반 영산아트홀서 독주회 열어
크라이슬러의 ‘사랑의 기쁨’등 휴식처럼 편안한 음악 선사
7월에는 남트리오 결성해 실내악 활동 펼칠 계획

신선한 감각과 열린 안목을 가진 이에게서는 향긋함이 베어난다. 4월의 어느 화창한 오후, 독주회를 앞두고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바이올리니스트 남수지를 만났다. 오랜 유학생활을 마치고 귀국한 지 이제 5년, 바쁘게 돌아가는 서울에서의 일상 가운데 조금씩 여유를 찾아가고 있다는 그는 향긋한 봄내음을 지닌 듯, 아직도 공부하는 학생처럼 앳된 모습이다.

바이올리니스트 남수지는 서울예고를 졸업하고 바로 오스트리아 유학길에 올라 비엔나 국립음대에서 Magister 학위를 취득, 귀국 후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젊은 연주자이다. 10년간의 유학생활을 마치고 귀국하던 2000년과 2001년, 두 차례의 독주회를 가진 후 3년간 독주회를 갖지 않았던 그는 그동안 독주무대를 고이고이 아껴두었다고 한다.
“조금 공백을 갖고 새로운 제 모습을 발견하기 위해 노력했어요. 관객들에게 색다른 모습의 저와 음악을 보여주고 싶어 독주회를 꾹 참았지요.”

오는 4월 24일 오후 7시 반 영산아트홀에서 오랜만에 독주회를 갖는 그는 모차르트 ‘소나타 24번 C장조’, 브람스 ‘소나타 2번 A장조’와 드뷔시의 ‘아름다운 저녁’, 풀랑의 ‘영원한 악장’, 라벨의 ‘고귀하고 센티멘탈한 춤 6번’, 쇼스타코비치의 ‘네 개의 프렐류드’, 크라이슬러의 ‘사랑의 기쁨’, ‘사랑의 슬픔’ 등 휴식처럼 편안한 음악으로 관객들을 만난다. 그동안 프랑크 소나타나 바흐 소나타처럼 드라마틱하고 학구적인 음악을 추구해왔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이제는 제가 공부하고 연습한 음악을 일방적으로 선보이는 연주보다는, 관객들에게 편안함과 즐거움을 주는 연주자, 관객과 함께 호흡하는 연주자가 되고 싶어요. 요즘 날씨가 참 좋잖아요? 밝고 화사한 음악으로 관객과 함께 봄을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수원 시향의 부수석, 뉴서울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객원 악장, St.Stephan's Dom Orchestra의 정식 단원을 역임한 남수지는 현재, 화음 쳄버 오케스트라의 단원으로 활동 중이다. 신선한 기획력과 단원 개개인의 뛰어난 실력으로 연주 때마다 화제를 몰고 다니는 화음 쳄버의 단원으로서 그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자신의 음악 색깔을 한 가지로 정의하기 보다는 다양한 색채를 갖고자 끊임없는 고민과 노력을 아끼지 않는 그는 화음 쳄버 안에서도 자신의 새로운 가능성을 찾고, 독특한 그 무언가를 발견하기 위해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화음 쳄버는 개성이 강한 톡톡 튀는 단체예요. 매력이 넘치지요. 멤버들이 저마다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히 활동하다가도 한 무대에 모이면 그 음악적 열정들이 하나로 뭉쳐지는 대단한 힘을 발휘해요. 매번 모임을 가질 때마다 새롭고 지루하지 않아 모임이 기다려질 정도예요. 음악하는 친구들과 모여 앙상블을 이룰 때, 보다 객관적인 입장에서 제 소리를 들을 수 있기 때문에 많은 공부가 됩니다.”

늘 새롭기를 원한다는 바이올리니스트 남수지는 앞으로 첼리스트인 언니 남수아와 미국에서 피아노를 공부하고 있는 동생 남수민과 함께 트리오를 결성해 실내악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오는 7월 금호아트홀에서 열리는 불우이웃돕기 자선음악회를 통해 데뷔 무대를 갖기로 이미 구체적인 계획이 잡혀 있다. 닮은 부분이 너무나 많은 언니, 동생과 동료로서 함께 하는 음악활동은 또 다른 즐거움이자 재밌는 경험이라고.

젊은 바이올리니스트 남수지는 당차게 자신의 미래를 이야기 한다. 앞으로도 그는 배움을 위한 시간을 많이 가질 계획이다. 무엇보다 한 가지를 고집하기 보다는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두고 늘 배우는 자세로 음악을 하는 바이올리니스트가 되는 게 그의 꿈이다. 앞으로는 해외에서 활동 중인 친구들과 더 활발한 교류를 가져, 해외로 연주 무대를 넓히고 후학양성에도 주력할 계획이다.

“김남윤 선생님과 10년, 비엔나에서 라이너 퀴헬, 클라우드 메첼 두 분의 선생님과 또 10년, 벌써 20년이 넘게 바이올린을 공부했지만 아직도 배우고 싶은 게 너무 많아요. 저를 향하고 있는 모든 음악적 가능성을 열어둘 생각입니다. 고여 있는 물은 썩기 마련이잖아요? 흐르는 시냇물처럼 매일매일 새로운 모습의 맑고 신선한 음악가가 되고 싶어요.”

똑 부러지는 바이올리니스트 남수지의 유난히 검고 진지한 눈동자에서 한국 음악계의 밝은 미래가 느껴진다. 봄날의 햇살 같은 음악으로 가득 채워질 이번 독주회에서 그는 또 어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지 기대해 본다.
(전혜진 기자/musicnews@music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