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교육신문

신임학장으로서 학교를 위해 희생한다는 각오로 임할 터 

학생들에게 “후회 없는 대학생활을 하라”고 강조

8년째 세실아카데미 운영, 아마추어음악인들에게 무료로 성악 강의

“동문 음악인으로서는 최초로 음대 학장이 되어 막중한 책임감을 느낍니다. 학교를 위해 희생한다는 마음으로, 음대 발전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올 새학기부터 중앙대 학장을 맡게 된 신동호 교수는 “학생들의 교육환경 향상에 모든 열정을 쏟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호텔 디너콘서트, 기업과의 조인 무대 등의 다양한 음악활동으로 학교 발전기금을 모으는데 주력하겠다”고 새로운 소임에 대한 당찬 포부를 밝혔다.

“학생들이 공부에만 몰두할 수 있도록 복지향상에 힘쓰려고 합니다. 또 학생들이 자신의 기량을 맘껏 펼칠 수 있도록 과별 정기연주회, 학생 연주무대 등 학교 음악행사를 활성화할 계획이고요. 저희 학교는 공기도 좋고, 연습실과 레슨실은 방음, 냉난방 시설이 너무 잘 돼 있어 교육환경은 국내 최고 수준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캠퍼스가 안성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은 극복해야 할 대상이지요. 학생들이 서울에서의 좋은 음악회나 공연을 자주 보지 못하는 불편함이 있어요. 그래서 3,4학년들은 서울에서 수업을 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 중에 있습니다.” 

몸담고 있는 학교가 모교인 만큼 신 학장의 머릿속에는 학교 발전에 대한 생각들로 가득하다. 학교와 학생들의 발전이 곧 그의 발전이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꿈과 희망을 펼쳐 가는데 중요한 디딤돌 될 것”이라는 그의 말에서 학교와 학생들에 대한 애정이 묻어났다. 

끈기가 빚어낸 성공

지금은 성악가로서 많은 이들에게 알려져 있지만 신 학장은 단번에 성악가로서의 성공에 오른 것은 아니다. 끊임없는 노력과 끈기가 그를 최정상급 성악가로의 고지에 올려놓았다.

“공무원이셨던 아버지는 장남인 제가 행정가가 되길 바라셨어요. 하지만 어릴 적부터 음악을 좋아해 교회 성가대 활동을 했던 저는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성악과에 입학하게 되었지요. 하지만 열심히 공부해서 훌륭한 성악가가 되겠다는 다짐도 잠시뿐, 암 투병 중이셨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게 되자 그에 대한 슬픔으로 방황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군대를 가게 됐고, 그 곳에서 ‘반드시 음악가로 성공하겠다’고 마음을 다잡게 되었지요. 복학 후에는 연습에만 매달렸습니다.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니면서 연습실에서 살다시피 했지요. 시간만 나면 연습실에서 연습하고 선배들과 음악과 인생에 대해 열띤 토론을 해가며 정말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이러한 그의 노력은 유학시절 빛을 발했다. 이태리 유학을 떠난 지 4일 만에 권위 있는 오지모 아카데미아에 합격했고, 6개월 만에 베냐미노 질리콩쿠르, 노바라 콩쿠르, 푸치니콩쿠르 등을 석권, 그 이듬해 파바로티 콩쿠르에 입상해 세계 음악계를 놀라게 한 것이다.

“유학생활은 저에게 값진 경험이었습니다. 그 당시 제가 다니던 오지모 아카데미아는 내로라하는 교수들이 많았지요. 파바로티의 스승인 카포가리아니, 마리아 칼라스를 지도했다는 안토니오 토니니, 마리오 멜라니, 그다 올리베로 등 세계적인 성악가분들로부터 새로운 음악적 지식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선천적으로 풍부한 성량과 감수성에 유학시절 그의 노력이 더해져 시너지 효과를 냈다.

그는 국내외적으로 음악적 역량을 인정받으며 성악가로서의 입지를 굳혀갔다. 수많은 연주와 오페라 공연이 이를 증명해 주고 있는데, 샹트 페테르부르크오케스트라, 루마니아 트랜실바니아 주립필하모닉오케스트라, 키에프 국립오케스트라, 상파울로 시립오케스트라, 제노바필하모닉, 나폴리심포니, 롯시니필하모닉, 서울시향, KBS교향악단과의 협연을 비롯해 ‘베냐미노 질리’ 탄생 95주년 기념 및 ‘쟈코니 푸치니’ 서거 60주년 기념 이태리 초청 연주, 미국 뉴욕 카네기홀에서의 연주와 오페라 ‘라보엠’, ‘루치아’, ‘청교도’, ‘라트라비아타’, ‘토스카’, ‘호프만의 이야기’, ‘사랑의 묘약’ 등 다수의 오페라에서 주역을 맡았다. 또한 음반 발매 3달만에 1만장을 돌파하는 이례적인 기록도 많은 음악인들을 깜작 놀라게 했다. 이러한 결실은 음악에 대한 뜨거운 열정과 끊임없는 노력 덕분이었다.

그는 “열정은 어려운 환경도 극복해 낼 수 있는 에너지와 같은 것”이라며 “자신에게 온 시련이나 어려움을 불행으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열정을 갖고 극복하면 어떤 무엇보다도 값진 경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신 학장은 후배들에 대한 애정 어린 충고도 잊지 않았다. 그는 “한국의 교육환경이 좋아졌고, 학생들은 뛰어난 자질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감과 도전의식이 부족한 것 같다”며 “꿈이 있어야 목표도, 열정도, 노력도 있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우리 인생에서 꿈이 없으면 죽은 것과 같습니다. 꿈을 실현하려면 먼저 꿈이 있어야 하지요. 현재의 수준에 안주하지 않고 미래에 대한 원대한 꿈과 희망을 가지고 그 꿈과 희망을 실현하기 위해 성실하게 노력해야 합니다.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후회 없는 대학생활이 되도록 현재에 최선을 다하길 바랍니다.”

한국 음악계 개혁해야 한다

신학장은 “10년 전에는 자신이 한달에 40회, 1년에 100회 이상 공연을 했었는데, 요즘에는 음악회 자체가 많이 줄어든 것 같다”며 “클래식음악계가 전반적으로 침체돼 있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한국 음악계는 이제 개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태해진 음악인들도 문제지만 외국인 음악인만 선호하는 관객이나 상업적인 이익만을 챙기는 기획사들이 한국음악계 발전을 전해하고 있습니다. 기획사들이 해외 연주자들을 많이 들여왔으면 우리 음악인들도 해외무대에서 활동할 수 있게 해줘야 하는데 이익 챙기기에 급급해 그러한 역할을 제대로 못 하고 있지요. 솔직히 이러한 부조리를 없애기 위해서는 음악인들의 희생이 뒷따라야  합니다. 특히 국내 정상급 연주자들이나 교수들이 힘을 모아 한국 음악계 개혁에 나서야 하지요. 그래서 저는 기회가 된다면 국내 음악인을 위한 한국인음악협회를 만들어보고 싶은 소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제 클래식음악계가 발전해 나가려면 음악인들 뿐 아니라 대중들의 관심이 많아져야 한다.

클래식 음악의 대중화에 힘쓰고 있는 신 학장은 이를 위한 일환으로 8년째 세실아카데미를 운영하며 아마추어 음악인들에게 무료로 성악 레슨을 해주고 있다. 매달 첫째주 목요일이면 압구정동 세실아트홀에서 그의 강의가 열린다.

그는 세실아카데미 동호회 사람들과 매년 연말이면 연주회를 열어 음악의 즐거움을 함께 나누기도 한다. 음악에 열정을 가진 자에게 대가를 바라지 않고 그의 모든 음악적 노하우를 아낌없이 나눠주는 신동호 학장. 그에게서 강직하지만 따뜻한 음악인의 향기가 느껴졌다.

 (김금화 기자/musicnews@music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