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교육신문

하프의 전자음악 붐을 일으킨 하피스트 곽정(Harpist K)
하프인구의 저변확대를 위해 애쓸 터
2008 세계하프대회 준비위원장으로도 활약
오는 12월25일 예술의 전당에서 ‘Surprise Christmas Party!’개최

굳이 추운 날씨나 하얀 눈을 떠올리지 않아도 우리에게 문득 겨울을 느끼게 하는 단어가 있다면 그건 바로 크리스마스일 것이다. 일년중 공연장이 가장 붐비는 시즌이 있다면 그것 역시 크리스마스 시즌일 것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가족이나 연인들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이 크리스마스를 음악으로 장식하려는 음악인이 있다.
“명쾌한 소리의 성숙한 음악가, 소름끼치는 평형과 날카로운 감각의 연출력과 카리스마”의 연주자라는 평을 듣는 하피스트 곽정. 그는 독주자로, 협연자로, 실내악 연주자로, 앙상블의 예술 감독으로, 잡지사 대표로, 세계하프대회 준비위원장으로 일인 다역을 맡아 바쁘게 연말을 보내고 있다.

곽정은 우리나라에 하프가 들어온 지 반세기도 채 되지 않는 동안 세계 하프계에서 최고봉으로 우뚝 선 하피스트이다. 1997년 거장 주빈 메타가 지휘하는 이스라엘 필하모닉과의 협연자로 데뷔한 이래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그는 21세기를 이끌어나갈 차세대 연주자로 세계 음악계의 주목을 받고 있고 클래식과 대중음악을 넘나드는 레퍼토리로써 하프의 전자음악 붐을 일으키기도 했다.

소아과 의사가 꿈이었던 곽정이 하피스트가 된 것은 스스로가 ‘얼떨결이었다’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아주 단순한데서 시작되었다. 의사들이 취미로 악기를 하나씩 연주하는 것을 보고 자신도 악기를 하나 배워둬야겠다고 생각해 하프를 선택하게 된 것이 지금의 하피스트가 되는 계기가 되었단다. 외할머님이 첫 손주인 자신을 항상 ‘천사’라는 애칭으로 불러주셨는데 그 애칭 덕에 하프를 선택했다고. 결국 아름다운 하프소리에 반해서 반대하시는 부모님을 설득하여 아예 하피스트의 길에 접어들었다. 그 시절 생각지 않은 미국 유학을 하게 된 것도 미국에서 열린 ‘수전 맥도널드 캠프’에 참가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는데. 예원학교 재학 중 대학생들과 함께 한 캠프에서 그녀의 연주를 들은 당시 하프계의 거장 수전 맥도널드는 자신의 제자가 되기를 희망했다. 그 말을 듣자마자 집으로 전화하여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미국에서 공부하겠다는 말 한마디로 유학을 시작했단다. 그것 역시 ‘얼떨결이었다’고 말했지만 어린 나이에도 자신의 길을 단번에 결정 내릴 수 있는 결단력이 오늘의 하피스트 곽정이 있게 하는 원동력이 아니었을까.

‘94년 최우수 연주자상을 수상하며 인디애나 음대를 졸업한 그는 이스트만 음대에 진학해서 역시 최우수 연주자상을 수상하였고 이 대학 77년 역사상 처음으로 하프로써 대상을 수상하며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꼭 한번 파리에서 공부하며 파리젠느가 되어보겠다는 꿈도 가졌는데, 파리로 가겠다는 그의 말에 이스트만 대학의 교수였던 캐서린 브라이드는 자신의 기법의 최고 전수자인 제자가 외국으로 가는 것을 막기 위해 학교의 협조를 얻어 1998년 하피스트로는 유일하게 미국 메이저 음반사인 애틀랜틱사와 7장의 음반계약이라는 파격적인 대우를 받게 했다.

주빈 메타 지휘의 이스라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의 협연 외에도 야나첵 필하모닉, 서울 바로크 합주단, 프라하 방송교향악단, 모스크바 방송교향악단, 애쉬도드 챔버 오케스트라, 이스라엘 피아노 4중주단, 키부츠 챔버 오케스트라, 요엘레비 지휘의 KBS교향악단 등, 세계적인 연주단체들과 함께 연주하게 되었다. 특히 거장 주빈 메타는 서울공연에서 크게 감동하여 그를 자신의 무대에 정기적으로 협연자로 세워 이스라엘 필하모닉과 유럽, 이스라엘 순회공연을 함께 했으며 야나첵 필하모닉과는 미국순회공연을 했다. 또한 세계 하프 협회가 주도하는 "미래의 유망주(Focus on Youth)"에 최초로 3회 연속 선정되는 등, 세계무대에서 그 실력을 인정받게 된 것이다. 또한 기존의 전자하프의 단점을 보안하여 자신이 직접 디자인한 전자하프를 국내에 최초로 선보인 자선 콘서트를 가졌는데,  그가 예술감독으로 있는 하프앙상블과 함께 ‘오! 하피데이’ 공연을 했다.

 세계적으로 하프를 연주하는 기법에는 프랑스에서 전수된 3가지 기법이 있다. 현재는 주로미국에서 전수하는 “레니에”기법, “그랑자니”기법, 그리고 프랑스의 “살제도”가 있다. 이중에서 곽정이 전수받은 레니에 기법과 그랑자니 기법이 현재 하프계에서 가장 인정받는 기법이다. 서울대학교, 서울 예중과 예고, 선화예고에서 학생을 지도하면서도 전공을 불문하고 어떤 사람에게든 그 사람에게 맞는 기법으로써 하프를 가르친다는 그는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가까이 하기 쉬운 악기가 하프라고 강조한다. 비싼 악기라는 선입견 때문에 하프인구의 저변확대가 쉽지 않았다며 지금은 “하사모(하프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에서 매주 토요일 일반인에게도 하프를 가르치고 있다. 하프의 매력은 그 소리에 있다고 그는 말한다. 천상의 소리라고 하지만 초보자가 연주해도 아름다운 선율을 내는 것은 하프뿐이어서 더욱 하프를 사랑한단다.

자신이 세계적인 연주자이면서도 연주자로서의 자신의 길만을 고집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하프를 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는 것이 자신의 인생의 목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 2002년 스위스 제네바의 세계하프대회(World Harp Congress)에서 ‘2008년 대회’ 국내유치 준비위원장으로서 활약했고 결국은 아시아 최초로 세계하프대회를 우리나라에 유치하는데 성공했다. 2008년이 마침 국내에 하프가 도입된 지 50주년이 되는 해여서 그가 유치한 대회가 더욱 뜻 깊게 되었고 현재 한국 조직위원장으로서 국내외로 한창 바쁘게 활약하고 있다.

그러는 중에도 연주자로서 오는 12월25일오후 4시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개최되는 “Surprise Christmas Party!”를 준비하며 대중과의 만남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1부에서는 “Magical Night!”라는 주제로 클래식 하프와 부천시향 목관5중주의 연주, 소프라노와 하프의 만남, 하피데이 앙상블의 5중주로 크리스마스에 어울리는 아름다운 클래식 곡들을 선사하며, 2부 “Let’s Party!”에서는 다양한 음색과 강렬한 사운드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만끽하게 해줄 자신의 "Vivace"음반의 히트곡들과 크리스마스 메들리를 5인조 밴드와 함께 연주하며 신나는 크리스마스의 파티 분위기를 만들 예정이다. 우아한 울림의 하프만을 기대하는 관중들에게 새로운 음향이 가미된 전자하프의 소리로 화려한 게스트들과의 환상적인 호흡과 국내 최정상의 세션맨들과 함께 잊지 못할 크리스마스의 추억을 전해주려는 곽정의 노력이 이번 크리스마스를 더욱 아름답게 해줄 것이라 기대해본다.  
(김애연 전문기자/musicnews@music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