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교육신문

재즈의 고향 ‘쿠바’에서 클래식음악 꽃 피우다

내년 1월, 쿠바 국립오페라단과의 연주 ‘카르멘’ 지휘

국내에 쿠바국립예술대학 분교, 자매 대학 개설 예정

2002년 개최된 부산 세계합창올림픽에서 국내팀 중 유일하게 참피온상 수상, 올해 7월 독일 브레멘 세계합창올림픽에서도 필그림미션콰이어를 지휘하여 무반주 종교음악부문에서 국내참가팀 유일의 참피온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뤄내 화제를 모았던 지휘자 이재준. 그가 지난해부터 한국과 쿠바를 오가며 이 두 나라 문화의 교량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작년에 연주 때문에 멕시코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하는 나라 쿠바에 잠시 들르게 되었습니다. 그때 만난 한인 기업가 김동우 사장님의 주선으로 올 2월 쿠바 국립오페라단 연주 ‘갈라콘서트’를 지휘하게 되면서 인연이 맺어져 현재 쿠바의 국립예술대학과 국립오페라단의 초빙교수 및 국제음악감독직을 위촉받게 되었습니다.”

지휘자 이재준은 계명대학교와 대학원에서 트럼펫을 전공하고 미국 USC(남가주대학) 음대에서 지휘를 전공했다.

전공을 지휘로 선회한 이유를 묻자, 그는 “대학에서 트럼펫을 전공한 이유도 오케스트라 지휘자가 되기 위한 것이었기 때문에 굳이전공을 바꿨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학 4년 동안 결핵을 앓으면서 악기를 불어야 했기 때문에 많이 힘들었습니다. 그러다가 대학 4학년 때 건강을 되찾게 되고 크리스찬으로서의 삶을 살게 되면서 하나님을 찬양하는 합창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하게 되었지요. 그래서 성악과 기악이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 오페라지휘와 함께 합창지휘도 함께 하게 되었답니다.”

그는 현재 국내에서는 합창과 오페라 지휘를 중심으로, 외국에서는 주로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오페라 지휘를 위주로 활동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기악연주와 오케스트라 활동에 익숙해 있는 편이라 심포니 지휘나 오페라 지휘가 많이 편합니다. 그러다 보니 외국에서는 주로 오케스트라 연주와 오페라 지휘를 주로 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그는 쿠바 국립예술대학 초빙교수, 국립오페라단 국제음악감독을 맡아 매년 1월마다 하바나 국립예술대학 지휘법 강의와 오케스트라, 오페라 지휘를 위해 쿠바에 머물고 있다.

내년 1월에도 쿠바에 머물면서 쿠바 국립오페라단 ‘카르멘’을 지휘하게 된다. 한국·쿠바 교류음악회는 아직 이들 국가간 공식 수교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민간 교류차원으로 이루어진다는데 그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음악회에서는 먼저 오페라 ‘카르멘’ 공연과 마탕사스 필하모니와 가지는 협연 그리고 쿠바 최대 휴앙지 중 하나인 바라데로시 멜리아호텔 로비에서 가지는 로비음악회 등이 마련된다.

“마탕사스에서는 한국교민 2, 3세가 살고 있어 더 의미가 깊죠. 물론 교민 모두 저의 연주회에 참석할 예정이구요.”

3월에는 유고슬라비아 베오그라드 필하모니 오케스트라 객원지휘, 9월에는 제22회 하바나 국제연극축제 때 국제 음악감독자격으로 개막공연 오페라 ‘박쥐’를 지휘하게 된다. 그리고 11월에는 2년마다 열리는 제8회 상티아고 세계합창페스티벌에 국제음악감독 자격으로 폐막공연 시 베토벤 9번 교향곡 ‘합창’을 지휘하도록 초청받았다.

그의 활약은 해외에서뿐 아니라 국내에까지 널리 뻗히고 있는데, 올 6월에는 대구세계합창페스티벌의 음악총감독을 맡아 성공적인 합창축제를 이뤄내기도 했다. 그리고 그가 이끌고 있는 대구음악사랑모임이 매년 개최하는 갈라콘서트와 지난해에 전국 대통령배 합창경연대회(대전음협주최)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얘노을 합창단, 2회 연속 세계합창올림픽에서 그랑프리를 차지한 필그림미션콰이어 지휘 외에도 오페라 지휘와 여러 연주단체의 객원지휘를 맡는 등 종횡무진 활동하며 톡톡 튀는 그의 재능을 발휘하고 있다.

대부분 사람들은 ‘쿠바’하면 일반적으로 재즈음악을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도 처음에 쿠바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가 쿠바의 ‘재즈음악’ 때문이었다고 한다. 

“저 역시 쿠바를 사랑하는 이유 중 하나는 재즈음악 때문이었죠. 하지만 쿠바에서도 클래식음악이 발전해가고 있었습니다. 제가 만났던 쿠바의 국립 예술대학은 철저한 오디션을 통해 능력 있는 학생들만 뽑는 소수 정예제도를 지켜나가는 학교였습니다. 또 국립예술단은 발레단과 오페라단으로 나눌 수 있는데, 매달 두주씩 나누어 한 단체씩 발레와 오페라 무대를 올리고 있습니다. 일년에 한두 편 밖에 올리지 못하는 국내 오페라단과는 사뭇 다른 문화적 수준이라 할 수 있죠. 그러나 주연급 성악가로서의 개인적 기량을 따진다면, 역시 우리나라주연급 성악가들의 실력이 더 뛰어나다 할 수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한국의 성악가들은 세계적이니까요.”

2006년도에 그는 쿠바 국립교향악단과의 연주도 가질 예정이다.

그리고 기회가 되면 내년부터 국내 전문 예술단체를 맡아 국제적인 수준의 단체로 키워 나가고 싶다는 소망을 내비쳤다.

“현재 국내에도 오페라 전문지휘자가 부족한 현실이라 좀 더 시간의 여유가 주어진다면 국내에서도 오페라 전문지휘자 육성을 위한 교육과정을 만들 수 있었으면 합니다. 쿠바 국립예술대와 현재 양해 협정서를 주고받았는데, 쿠바 국립예술대학 분교나 자매 대학을 추진할 예정입니다. 특별히 제 분야는 아니지만 많은 국내의 재즈 뮤지션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어서 추진방안을 구상 중에 있구요. 이와 더불어 쿠바와 저의 음악적 관계가 얼마 있지 않아 개방될 쿠바와 한국간의 교류에 교량역할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김금화 기자/musicnews@music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