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교육신문

음악인으로서의 삶의 궤적

“부모님께서 노래를 무척 좋아하셔서 저희 집에서는 항상 음악이 흘러나왔죠. 그래서 자연스럽게 많은 음악을 접하게 되고 즐길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어릴 적부터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접한 음악들이 현재 그의 음악의 텃밭이 되었다. 그는 중학교 은사님의 권유로 음악과 인연을 맺게 되었다. 어린이합창단에서의 활동도 그가 성악가로서 길을 가는데 있어 디딤돌이 되어 주었다. 

  전공으로 성악을 선택한 후부터 ‘음악’은 그의 인생이었다. 교내·외  독창, 여러 콩쿠르에서의 우승을 휩쓸며 자신의 음악적 재능을 키워나갔다. 음악적인 어려움이 닥칠 때에도 발전을 향한 과정이라는 긍정적인 사고를 갖고 있었기에 특별한 슬럼프도 없었다.

  그는 경희대 음대와 동대학원을 졸업한 후 좀 더 깊이 있는 공부를 위해 이탈리아 유학 길에 올랐다. 이탈리아 Pescara accademia 오페라과, Arts Academia 성악과에서 수학하면서 그의 음악은 한층 성숙해졌다. 유학 중에도 그의 음악가로의 활동은 계속되었다. 로마, 빼스까라, 빼루지아, 시칠리아 등지에서 순회연주를 하였고, 그 외에도 여러 연주회에 참여하면서 그의 음악적 역량을 평가받았다.

  “이태리 유학생활은 제 인생에 있어 고무적인 영향을 주었습니다. 유럽의 아름답고 정통적인 느낌을 제 음악 안에 담을 수 있도록 만들어 주었지요. 좋은 교수진들로부터 많은 음악적 역량도 키울 수 있었답니다. 헝가리 출신의 테너 코즈마(Kozma) 교수로부터 언어에 대한 감각과 음악적 기초를 배울 수 있었고, 로마에 계신 소프라노 죠반나 디 로코(Giovanna Di Rocco)교수 밑에서 음악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며 저만의 음악을 만들어 내는 법을 배울 수 있었어요. Pescara accademia  부르스칸티니(Bruscantina) 교수에게선 좋은 호흡법과 음악의 큰 숲을 보는 대가다운 면모를 배울 수 있었지요. 제게 유학생활은 넓은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안목을 키워주었고, 새로운 세상과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기쁨을 주었습니다.”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자세로 임했던 유학생활은 자신의 음악생활에 큰 영향을 준 값진 경험이었다고 한다.

제자들에게 ‘인성과 겸손’ 강조

  연주자로서의 모습과 교육자

로서의 역할에 어느 하나 소홀함이 없는 하애란 교수. 특히 제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교육적으로 정성을 쏟는 하 교수의 철저함은 이미 학생들에게 정평이 나 있다.

“한 시간의 수업을 위해 수많은 시간을 연구합니다. 교수가 수업 내용을 완전히 소화하지 못한 채 학생을 가르칠 수는 없는 일이죠. 그리고 요즘은 수업도 재미가 있어야 학생들이 잘 따르기 때문에 지식 위주의 수업보다는 위트를 가미한 재미있고 창의적인 수업을 진행하려고 노력하고 있답니다.”

  하 교수는 “예전에는 학생들에게 자신이 아는 모든 것을 가르치려 했다. 그래서 학생들은 소화불량(?)에 걸렸었다”고 농담 섞인 얘기를 건넸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학생을 대하는 것과 레슨 하는 방법이 달라졌다”며 “지금은 하나하나 각각의 학생에게 맞는 방법으로 맞춤식 지도를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 교수는 제자에게 있어 선생의 가르침이 절대적이 되는 교육 풍토는 현 음악계의 관점으로 볼 때 시대에 뒤떨어지는 것이라 지적했다. 학생은 음악적으로 다양한 음악문헌과 자료를 통해 연구하면서 연주하는 습관을 갖고, 선생은 절대적인 가르침보다는 다양한 방법으로 학생과 음악적인 공유를 이루면서 자유로운 음악적 접근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항상 학생들에게 강조한다. 꾸준히 연구하고 연습하라고.

“연주자는 무대에서 화려하면서도 자신감있는 프로페셔널한 모습을 보여야 하지만, 그 무대를 위해서는 끊임없이 자기발전에 박차를 가하고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얻어지는 ‘성숙’을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음악도 공부이지요. 성악의 경우, 자신의 목소리를 찾아가는 꾸준한 작업이 필요하죠. 그래서 학생들에게 지구력과 인내력을 가지고 끊임없이 공부해야 한다고 강조한답니다.”

  하 교수는 제자들에게 철저한 자기관리를 통해 음악인으로서의 모범을 보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인격적으로 완성된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고 하잖아요. ‘음악’은 그 깊이에 있어 끝이 없고 실력이나 완성에 있어 최고를 평가할 수 없는 세계입니다. 자신이 최고라 느낄 때, 그 시간에 자신을 낮추고 정진하는 자세를 가져야 앞서갈 수 있습니다. 자신에게 겸손한 사람이 더욱 빛나 보인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음악계에서 제 제자들이 음악가로서 두각을 보이고 자신들의 역량을 빛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도, 그리고 지금의 제 제자들도 모두 음악가로서의 성공과 함께 자신에게 겸손한 성숙한 음악인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습니다.” 

  한편, 그는 뮤지컬 등 클래식음악보다 실용음악에 관심이 쏠리면서 작품성 있는 공연이 침체되고 있는 현실에 우려감을 표하면서도 학생들이 현대극이나 뮤지컬로 진로방향을 정하더라도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싶다고 얘기한다.“다양한 장르가 동시에 상호보완적으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클래식음악 장르에 비해 대중적인 뮤지컬이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 현실이지요. 그러기에 지금의 대중들이 원하는 음악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음악인들도 거기에 조금은 부응해야 하는 의무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클래식음악을 버려두고 대중적인 음악을 추구해 나가자는 것이 아니다. 각자의 영역은 고스란히 지키되 음악인들의 생각 자체가 열려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음악계 각 분야의 고유성을 지켜나가면서 다른 분야의 음악에도 관심을 갖는다면 현 음악계가  좀 더 성숙한 분위기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그는 단언한다.

그의 이러한 열린 사고는 가곡을 비롯해 오페라, 뮤지컬 등 다양한 레퍼토리를 갖춘 성악가로 그의 입지를 굳히게 했다.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이 빚어낸 소박한 감동

음악적으로 다양한 부분을 수용하고 연구하는 그의 자세는 실험적인 음악에 도전하는 등 장르를 구분하지 않고 열정적인 연주활동을 가능케 했다. 예민한 통찰력과 풍부한 감수성을 토대로 꾸준하게 내실 있는 공연을 펼쳐온 하 교수는 다양한 음악무대에서 그만의 음악적 깊이와 감수성으로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다.

앞으로도 다양한 연주무대가 그를 기다리고 있다. 내년 2월에는 한국교수성가대에서 태국으로 선교연주를 떠나고, 4월에는 하 교수가 단장을 맡고 있는 ‘진성회’(김옥자 前 경희대 성악과 교수 제자모임)가 대만에서 연주회 일정이 잡혀있다. 3월에는 성가곡을 담은 CD를 출반할 계획이며 9월에는 그만의 음악세계를 보여줄 독창회를 열 예정이다.

  하 교수는 매년 제자들과 함께 양로원, 고아원, 맹아학교 등을 찾아다니며 자선음악회 열고 있다. 자신의 음악적 재능을 소외된 이들을 위해 아낌없이 나누어 주는 그가 음악적으로나 인간적으로 얼마나 순수한지를 생각할 수 있게 해주는 부분이다.

  이렇듯 하애란 교수가 만들어 가고 있는 음악적 삶은 코끝을 살짝 스치는 꽃향기 같다. 연주자로서 또 교육자로서 자신의 음악적 향기를 은은하게 풍기고 있으니까.

 (김금화 기자/musicnews@music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