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교육신문

연주자로서 교육자로서 또 아내로서 두 아이의 어머니로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상명대 피아노과 김희진 교수.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 김 교수는 바쁜 일상에서도 틈틈이 독서를 하며 새롭게 자아를 정립해가고 있다.
오는 27일 영국에서 로얄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베토벤 ‘황제’ 협연을 앞두고 있으며 내년 5월에도 영국에서의 독주회 일정이 잡혀있다.
앞으로 테마가 있는 시리즈 연주를 계획하고 있고 다양한 실내악 연주에도 많이 참여할 계획이다(관련기사 12~13면).

진지한 자기 성찰 통해 풍기는 음악인의 향기
진정한 내 모습 찾아 성숙한 음악인 되고파

오는 27일 영국서 로얄필과 베토벤 피아노 콘체르토 ‘황제’ 협연
“진정으로 음악을 사랑해 선택했다면 끝까지 최선을 다하라” 당부
배운 것 사회에 환원한다는 각오로 음악교육에 더욱 힘쓸 터

음악은 나를 위한 행복
  “이제는 진정한 나를 발견해 자아를 정립하고 한층 더 성숙한 음악인으로 거듭나고 싶습니다. 아직까지도 해보고 싶은 것이 많지만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현명하게 판단하고 할 수 있는 것에 몰두해 더욱 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연주자로서 교육자로서 또 아내로서 두 아이의 어머니로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상명대 피아노과 김희진 교수.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 김 교수는 바쁜 일상에서도 틈틈이 독서를 하며 새롭게 자아를 정립해가고 있다.
현재 그는 생의 마지막 순간에 있는  사람들을 인터뷰해 삶에서 꼭 배워야 할 것들을 정리해 놓은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의 ‘인생수업’이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 읽는 내내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시한부 삶을 사는 그들이 말하길 가장 후회스러운 것이 자신의 인생이 없었다는 겁니다. 어떤 목표를 위해 달리기만 했지 그것을 즐기며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지 못했다는 거지요. 행복하고 즐거운 삶을 살기 위해 일도 하고 공부도 하는 것인데... 생활 속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최소한 어떠한 모습으로 살아야 하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됩니다. 저는 요즘 너무 욕심 부리거나 집착하지 말고, 자유롭게 공부하고 음악을 즐기며 음악에 의해 내 삶을 가꿔나가자고 다짐을 하곤 합니다. 그래서인지 이제는 음악을 대하는데 있어 한층 여유로워졌답니다(웃음).”
정신적인 폭이 넓어지면서 음악을 대하는 태도와 감수성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됐다고나 할까? 깨어있는 의식이 투영된 열린 안목을 가진 김 교수는 자기 자신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통해 행복을 만들어가고 음악의 즐거움을 깨달아가고 있었다.

  음악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와 성찰 
예전의 음악 선배들 대부분이 그러했듯, 음악을 전공하겠다는 그를 부모님은 만류했다. 학창시절 공부도 잘해 그에 대한 기대가 컸던 탓에 더욱 반대가 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끝까지 연주자로서의 길을 고집했다. 피아노 못하게 하면 가출하겠다고 어머니에게 협박(?)편지를 썼을 정도로 어릴 적부터 음악에 대한 애착이 강했다고 한다. 그런 애착만큼이나 잠재된 음악성도 뛰어나 이를 기반삼아 끊임없이 실력을 쌓으며 그의 음악세계를 구축해나갔다.
한국일보사 피아노콩쿠르 특상, 서울시 교육위원회 중학생 피아노 콩쿠르 1위, 삼익 호루겔 콩쿠르 1위 입상 등의 화려한 수상경력과 다양한 연주를 통해 음악계에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서울예고를 거쳐 서울대를 졸업한 후 도미, 미시간 대학교에서 연주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도미 기념 3인 음악회 연주 그리고 아스펜뮤직페스티벌에 참가해 ‘영 아티스트 콘서트’ 연주를 한 바 있다.
그는 유학시절은 고단했지만 얻은 것이 많은 귀중한 시간이었다고 회고한다.

  “처음 유학길에 올랐을 때 많이 당황스러웠어요. 그곳 교수님은 ‘테크닉은 훌륭하지만 음악적인 연주가 아니다. 술도 마시고 사랑도 해봐라’라고 말씀하셨지요. 집, 학교, 연습실 생활만 강조하던 우리 한국과는 많이 달랐죠. 음악을 하는데 있어 다양한 경험과 세상에 대한 폭넓은 시야가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워주었던, 정서적으로 풍요로워졌던 시기였던 것 같아요.” 
미국에서 박사과정까지 마치고 돌아오고 싶었지만 결혼으로 인해 부득이하게 귀국하게 됐다는 그는 이후 이화여대 대학원 박사과정(피아노 연주)에 입학, 9년 동안의 쉼 없는 땀방울이 결실을 맺어 ‘국내 최초의 연주학 박사’라는 칭호를 받으며 졸업하게 된다.

  1990년 세종문화회관에서의 귀국독주회를 비롯하여 수원시향과 협연, 한국피아노학회 정기연주회 출연, 음악교육신문사 기획공연 연주회, 한국 음악학회 연구발표회 초청 연주, 체코 프라하시립오케스트라와 협연(스메타나홀), 미국 Bach Dancing & Dynamite Society 초청 연주, 한일 교류음악회 연주(동경 무사시노홀), 폴란드 크라코프필하모닉챔버오케스트라 초청 협연, 서울바로크합주단 정기연주회 협연, 영국 Wigmore Hall 초청 독주회, 영국 로얄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협연(John's Square in London), 리스트학회 정기연주회, 상명트리오 기념연주회, 이원문화센터 초청 교수독주회, DS홀 초청 모차르트 기념독주회, 음연 초청 ‘김희진 피아노 독주회’ 등 활발한 연주활동을 펼치며 그동안 쌓아온 기량과 다양한 음악적 경험을 하나하나 풀어가고 있다. 

학생의 음악성 존중해주는 조언자
교수는 못한다고 훈계만 주는 스승이 아니다. 학생의 장점을 찾아 최대한 음악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조언자로서의 교육자다. 김 교수는 이 사실을 간과하지 않고 있다.
연주자로서의 열정 못지않게 교육자로서도 그 사명을 다하고 있는 김 교수는 학생들의 생각을 존중하며 애정과 사랑으로 지도하고 있다.
2001년부터 제자들과 함께하는 음악회 ‘희연회’를 마련해 지금까지 매년 음악회를 개최해오고 있을 정도로 그의 제자 사랑은 각별하다.
“저는 학생들을 대할 때 세세한 어떤 부분까지 터치하지 않고 큰 그릇인 아티스트적인 측면을 가르칩니다. 연주자마다 그만의 철학이 있어 연주가 다른 것인데 학생들에게 저의 음악적 관점만을 강요해서는 안 되지요. 학생 각자의 개성을 찾아주고 그것을 장점으로 승화시켜 보다 나은 방향으로 나갈 수 있도록 이끌어 주고 싶습니다.”

  요즘 학생들은 테크닉 수준 향상에 비해 음악적으로는 덜 성숙되는 경향이 있다며 음표 하나 안 틀리고 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고 강조하는 김 교수는 조금 느리게 가더라도 느낌을 표현하며 표현되는 음악을 듣고 연주할 수 있는 음악인이 되길 바란다.
“연주자 자신이 음악을 느끼지 못하면 듣는 사람도 느끼지 못한답니다. 연주를 하면서 자신이 열을 느낀다면 청중을 다섯밖에 느끼지 못한다고 봐야죠.”
김 교수는 “요즘에는 녹음기술이 잘 돼 있어 정확한 소리를 내는 연주는 컴퓨터가 더 잘한다”며 자신의 생각이나 철학이 담긴 음악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데, 곡을 접했을 때 연상되는 그림을 이야기를 만들어보거나 곡에 대한 의미를 두고 자신만의 얘기를 만들어 가라고 주문했다.

  “예를 들어 제가 모차르트 작은별 변주곡을 연주한다고 가정할 때 1번은 우리 딸을 생각하며, 2번은 어머니를 생각하며 연주할 것입니다. 이런 방법으로 곡에 자신만의 의미를 부여하면 훨씬 더 음악 만들기가 쉬워진답니다.” 
콩쿠르에 대한 그의 견해를 묻자 “무대경험을 많이 쌓으면 쌓을수록 자신감이 붙고 연주력이 향상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콩쿠르에 입상하기 위해서 남과 경쟁해서 이기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을 것”이라며 “콩쿠르를 어떤 ‘수단’으로 생각하지 말고 ‘경험’으로 생각해야 한다. 남들에게 자신의 음악세계를 선보인다는 생각으로 콩쿠르에 임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얘기했다.

  또한 그는 “음악이 좋아서 피아노가 좋아서 음악을 해야지 억지로 하려고 하면 안된다”며 “권태기나 전공여부의 기로에 섰을 때 과연 자신이 얼마만큼 음악을 좋아하는지 음악 없이도 살 수 있는지 되물어보라”고 말한다. 
“예전에는 부모들의 반강제적인 권유에 의해 음악을 시작하는 학생이 많았습니다. 요즘엔 그런 현상이 덜 하지만 ‘내가 정말 음악을 하고 싶은 것인지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진정 음악을 사랑해서 선택했다면 어떠한 역경이 닥치더라도 끝까지 인내하고 포기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나라 문화잠재력을 높게 평가하면서도 아직까지 기초음악교육에 있어 부족한 점이 많다고 지적하는 그는 유아음악, 피아노 페다고지 등 여러 음악교육분야에도 관심이 많다. 그래서 자신이 그동안 배운 것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뜻에서 앞으로 국내 음악교육 발전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금도 바쁜 일정을 소화해내느라 동분서주하고 있는 김 교수는 세계무대에서도 활약이 대단한데, 오는 27일 영국에서 로얄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베토벤 ‘황제’ 협연을 앞두고 있으며 내년 5월에도 영국에서의 독주회 일정이 잡혀있다.
앞으로 테마가 있는 시리즈 연주를 계획하고 있고, 다양한 실내악 연주에도 많이 참여할 계획이라고 한다.
“대학교 시절, 백낙호 교수님에게서 오직 외길만을 고집하며 음악의 끈을 놓지 않은 프로정신에 감명을 받았습니다. 박사과정 때는 장혜원 교수님을 사사하면서 그분의 음악에 대한 열정을 느낄 수 있었지요. 교육자로 후학양성에도 힘쓰시면서 여러 음반도 출반하시고 이원문화센터도 운영해 나가는 모습이 존경스러웠습니다. 그분들의 음악에 대한 열정이 아름답습니다.” 
진정한 음악인의 모습을 잃지 않으려 항상 노력한다는 피아니스트 김희진 교수. 연주자로서 또 교육자로서의 앞으로의 그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김금화 기자/musicnews@musiced.co.kr)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