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교육신문

  “첫 번째 무대에서 연주할 ‘카니발’은 성격적 소곡들로 한곡한곡 모두 표제를 갖는 짧은 기악곡이랍니다. 어떤 특정한 형식에 묶여있지 않고 음악적 재료를 자유롭게 사용하는 곡들이지요.

 ‘유머레스크’는 한곡한곡에 제목은 없지만 슈만의 시시때때로의 감정변화와 정서를 보여주는 곡입니다. 두 번째 무대 연주곡 ‘피아노5중주’는 피아노 1대와 바이올린 2대, 비올라 첼로 각각 1대씩으로 편성돼 있는 곡으로 5개 악기의 밸런스가 좋으며 대위법을 교묘하게 사용한, 환상적이고 낭만적 정감이 풍부한 곡이랍니다.”

  관객을 배려하는데 익숙한 이성주는 청중과의 교감을 통한 감동제공을 연주자의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꼽는다. 진정한 연주자는 무대 위에서 테크닉을 뽐내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 무엇보다 그는 자신이 연주하는 음악을 얼마나 깊이 있게 이해하고 가치관과 인생관을 표출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는데, 그러기 위해 자신의 경험, 작곡가가 곡을 쓸 당시의 상황과 감정을 이해하며 영감을 얻으려 노력한다.

“여러 명의 친구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오래 보고 싶은 친구가 있듯이 저의 음악회가 여운이 오래 남는 공연으로 청중들에게 기억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음악적 성장을 위한 대단한 학구열

항상 완성도 높은 공연을 위해 노력하는 학구적인 연주자로 정평이 나 있는 피아니스트 이성주는 서울예고와 서울대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재학 중 도미,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USC)에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전문연주자과정(Certificate Program)을 수료한 후 연주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유학 중 Pi Kappa Lambda the National Music Society로 선정돼 석사우등으로 졸업했을 뿐 아니라 Banff Arts Festival에서 전액 장학금을 받고 연주하는 영예를 거머쥐었다. MTAC 콩쿠르 영아티스트 부문에 입상한 바 있으며, Hancock Auditorium, Alfred Newman Recital Hall, Arnold Schoenberg Institute, Zipper Hall, 예술의전당, 금호아트홀, 영산아트홀, 세라믹팔레스홀에서 독주회 및 협연, 그 외에도 실내악연주, 렉처음악회(라흐마니노프 24 프렐류드)를 가졌다. 이렇듯 그의 수많은 연주 커리어는 그의 음악적 기량과 실력을 입증해 준다.

  한편, 유학도중에 미처 제출하지 못한 서울대 석사논문을 제출해 서울대 석사학위를 받는 등 음악적 성장을 위한 학구열이 대단하다. 실험정신도 강해 ‘영감과 열정 챔버오케스트라’와 리스트 ‘Malediction’을 한국초연 하는 등 다양한 레퍼토리 개발에도 꾸준한 관심을 가지고 끊임없이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있다.

  음악적으로 다양한 경험을 통해 연주 능력만이 아닌 좀 더 깊이 있는 음색과 표현을 찾아가고 있는 그는 유학시절 경험을 통해 또 한번 새로운 눈을 뜨게 됐다고 말한다. 유학으로 음악적인 시야가 넓혀졌다는 것이 가장 큰 변화.

  “유학시절, 세계적인 음악가나 오케스트라 연주를 자주 접할 수 있었고 여러 나라의 연주자와 음악도들을 만날 수 있었어요. 그러면서 음악에 대한 폭넓은 시야를 가지게 되었고 음악을 다양한 시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할 수 있게 되었지요. 한때 손가락 관절 문제로 슬럼프(?)에 빠진 적도 있었지만 그 기간에 잠시 음악에서 벗어나 여행도 다니고 여러 가지 다양한 문화활동을 하면서 그 고비를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오히려 그때까지 앞만 보고 달려오던 저에게 제 자신의 삶을 한번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었답니다.”

그는 유학시절의 힘든 시기가 자신의 음악적 삶을 되돌아보고 더 나은 방향으로 전진할 수 있는 ‘가능성’과 ‘마음의 여유’를 갖게 해 주었다고 회고한다.

  유학시절을 교훈삼아 음악적인 성숙뿐만 아니라 연주자로서의 소양을 갖추기 위해 앞으로 독주회뿐 아니라 앙상블이나 오케스트라와의 협연 활동을 통해 관객과 만날 계획을 가지고 있다.

현재 서울대, 성신여대, 대진대, 선화예고, 계원예고에 출강하고 있는 이성주는 피아노 교육에도 상당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데, 그는 자기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고 무턱대고 연습만하는 요즘 학생들이 안타깝다고 얘기한다.

  “자기가 무엇을 잘못 연주하고 있는지 자기 소리에 집중해 듣지 않으면 모릅니다. 그런데 요즘 학생들은 자기 연주소리를 듣지 않고 무작정 연습만 하는 것 같아요. 틀리지 않게 연주한다고 완벽하게 연주하는 것이 아니랍니다. 자기소리를 듣는다는 것이 결코 쉬운 것은 아니지만 계속 그런 훈련을 해야 하지요. 연습 때마다 녹음을 해 보거나 친구에서 들어봐 주도록 권유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습니다.”

콩쿠르에 대해서는 그는 “콩쿠르는 다양한 연주 경험을 쌓을 수 있는 무대고, 실력향상에  많은 도움을 주지만 너무 거기에 집착하지는 말라”고 당부한다.

  “콩쿠르에서의 평가는 일률적일 수 있습니다. 참가학생의 앞으로의 가능성보다는 틀리지 않고 깨끗하게 연주하는 학생에게 좋은 점수를 주는 경향이 있지요. 그래서 콩쿠르에 너무 매달리게 되면 자신의 생각이 담긴 연주가 힘들어집니다. 그리고 콩쿠르 결과에 집착하다보면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한 경우 실망을 해 자포자기하게 될 수도 있지요.”

  학생들에게 항상 꾸준함과 성실함을 강조하는 이성주. 교육자로서 학생들이 잘되길 바라는 마음과 함께 올해 남은 두 번의 연주를 잘 마무리하고 자신은 물론 청중들도 즐길 수 있는 무대를 만드는 것이 목표이자 바람이라고 전한다.

  치열한 자기와의 싸움, 음악에 대해 끊임없이 파고드는 열정과 연구를 지향하는 음악가로 대변되는 그이기에 이번 연주회의 기대를 더욱 부채질한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뿜어낼 준비를 하고 있는 그의 감춰둔 끼와 열정이 표출될 그날이 기다려진다.

(김금화 기자/musicnews@music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