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교육신문

아름다운 외모와 여성적인 우아함, 음악적인 역량에서도 여느 남성 아티스트들에 뒤지지 않는 여류 바이올리니스트인 안네 소피 무터. 최근 현대 작품 연주로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그는 2001년 8월에 예술적 동반자이자 미국 지휘자 겸 작곡가인 앙드레 프레빈과 비공식적인 결혼식을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프레빈은 현대적이고 복고풍인 ‘탱고 노래와 춤곡’을 무터에게 헌정했고 그 곡은 음반으로 출시되었다. 이 음반에는 프레빈이 무터에게 헌정한 ‘탱고 노래와 춤’ 외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 거쉬인의 ‘포기와 베스’ 중 소품, 크라이슬러의 소품, 포레의 바이올린 소나타 1번이 수록되었다.

1963년 6월 29일 라인펠덴에서 태어난 무터는 5세 때 바이올린을 시작해 13세 때 음악계에 데뷔했다. 1970년에는 독일 청소년 음악콩쿠르에서 1등을 수상하여 바덴 뷔르뎀베르크 주의 문화성으로부터 그의 음악성을 인정받아 학교 의무교육을 면제받기도 했다. 그는 첫 스승 에르나 호니히베르크의 사망 후 스위스 비터투어의 바이올린계의 대모 아이다 스턱키를 사사하고자 시도했으나 거부당한다. 하지만 폴란드계 멕시코 바이올리니스트 헨리 셰링의 도움으로 무터는 스턱키에게 레슨을 받게되고 1976년 스턱키는 어린 무터를 데리고 베를린의 카라얀을 찾는데, 무터의 음악적 역량을 높이 평가한 카라얀은 무터와 15년간 활동을 계속한다. 무터는 1977년 13세의 나이로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 카라얀과 함께 데뷔공연을 가졌고 1978년에는 카라얀의 베를린 필과 함께 첫 레코딩 작업을 했는데, 그 음반은 Grand Prix Disque와 Deutsch Schallplatten Preis를 수상했다. 

카라얀의 지휘로 그의 음악은 어린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완벽한 테크닉과 뛰어난 음악적 감수성을 보여주었다. 그가 16세가 되던 1979년에는 그해의 아티스트로 불려졌고 prestigious Deutsch Schallplatten Preis를 받았다.
1983년에는 옥스퍼드 대학의 모차르트 협회의 명예회장이 되었고, 1985년~86년 런던에 있는 왕립음악학교는 그를 honorary fellow로 지명했다. 1987년까지 독일공화국의 알등훈장까지 받은 그는 세계 각국이 인정한 프로연주자였다.
안네 소피 무터는 “카라얀은 나를 벼랑 끝까지 내몰아서는, 바이올리니스트의 시각이 아닌 진정한 예술가로서의 넓은 시야를 갖게 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카라얀 생전에 무터는 그와 함께 고전, 낭만 레퍼토리들을 중심으로 주옥같은 음반들을 남겼지만 1989년 무터의 생애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친 카라얀이 사망한 후 지난 수년간 한정된 레퍼토리에만 머물렀던 자신에게 새로운 영감과 음악적 열정에 도전할 수 있는 무언가를 필요로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 때 무터에게 오랫동안 고전 낭만주의 레퍼토리를 탈피하고 현대음악에 대한 두터운 장벽을 깨도록 만든 사람은 지휘자 파울 자허이다. 무터는 자허를 통해 동시대 예술가들과의 교류의 길을 텄다. 현대음악은 무터에게 새로운 감동의 세계를 열어가는 탈출구 역할을 했으며 새로운 음악을 제시해 줬다. 1985년 자허는 루토스와브스키에게 무터를 위한 바이올린 협주곡을 위탁하였고 무터는 루토스와브스키의 ‘체인 2’를 초연하여 그 음반으로 국제 음반상을 받기도 했다. 펜데레츠키는 무터에게 바이올린 협주곡 2번을 헌정했다. 무터 스스로 현대 작품에 지대한 애정을 보여 런던 심포니와 바르톡협주곡 연주로 시작된 현대음악 레퍼토리 연구는 스트라빈스키, 베르크, 루토슬라프스키, 펜데레츠키, 쿠리어 등으로 이어졌고, 카라얀을 대신할 지휘자로는 카라얀이 생전에 총애하던 오자와 세이지나 리카르도 무티, 제임스 레바인, 앙드레 프레빈 등으로 이어졌다.

1996년에 독일 본(베토벤의 고향)에 있는 베토벤협회의 명예회원이 되기도 했던 무터는 세계적인 문제에도 관심을 가져 에이즈 퇴치와 암으로 고생하는 어린이를 위한 자선 코서트를 열기도 하였다.
안네 소피 무터는 카라얀과 녹음한 이후 거의 20년만인 지난 쿠르트 마주어와의 베토벤 협주곡을 라이브로 녹음했다. 그의 대표음반으로는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 ‘로망스’와 비발디 바이올린 협주곡 ‘사계’를 꼽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 부모와의 불화, 남편을 일찍 잃는 불행을 겪었지만, 안네 소피 무터는 위대한 음악가들의 만남으로 예술정신을 키워나간 이 시대를 대표하는 여류 바이올리니스트이다.
 (김금화 기자/musicnews@music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