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교육신문

자신의 실패경험담, 학생들 성공으로 이끌어 주는 견인차 역할
10년간 고민했던 해법 “성대 저절로 잘 울리게 유지하는 것”
학생 개개인 특성과 적성에 맞춘 맞춤식 교육 실시

  “실패할 때 끝나는 것이 아니라 포기할 때 끝나는 것이죠.”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성공은 실패의 계단을 딛고 올라간다’라는 말이 있다. 바로 소프라노 최은영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닌가 싶다. 소프라노 최은영. 그의 인생에는 포기란 없다. 한고비 한고비를 넘기며 숱한 시행착오를 딛고 우뚝 선 그이기에 그의 인생철학은 ‘중간에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어렸을 때 성가대를 하면서 노래하는 것이 좋았고 그렇게 성악공부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처음엔 좋아하니까 열심히만 하면 다 되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10년을 공부해도 모르겠더라구요. 고음은 잘 나는데, 가사 전달이 쉽지 않았죠. 청중에게 어떻게 하면 정확한 가사를 전달할까 연구를 많이 했었고 특히, 탄탄한 중저음에서 고음으로의 매끄러운 연결이 어려워 고민을 많이 했었지요. 선생님들은 너무 추상적으로 가르쳐주셨어요. 머리를 끌어올려라, 입천장을 돌려라, 호흡을 끌어올려라는 식의... 하지만 그냥 성대만 저절로 울리게 유지한다면 호흡은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것이었죠. 소리도 훨씬 더 커지구요. 이런 쉬운 지름길을 놔두고 10년을 돌아왔지만 후회는 없어요. 해답을 찾았고 이젠 그것을 풀어놓을 차례니까요.”

  포기하지 않고, 오랜 세월동안 이것저것 습득해보고 연구해 가며 얻는 결과다. 그의 이러한 노력은 지난해 12월 세라믹 팔레스홀에서 가진 귀국 독창회에서 첫 결실을 맺었다. 빅토르 위고 4개의 시에 붙인 프란츠 리스트 가곡을 중심으로 한 ‘사랑의 꿈’이란 테마로 한국 관객들 앞에 첫 선을 보였는데, 차분하고 깨끗한 소리로 유학시절 갈고 닦는 실력을 충분히 발휘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내년에는 그만의 철학이 담긴 리사이틀 무대를 마련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벌써부터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최은영은 오늘도 자신의 성찰을 통해 한층 성숙한 음악을 선보이겠다는 각오를 새롭게 다진다.  

프랑스 선진교육 시스템
소프라노 최은영은 수원여대에서 성악을 전공하고 98년 건축디자인을 공부하는 남편을 따라 프랑스로 유학을 떠났다. 어학연수 후 프랑스 보비니 국립음악원에 입학해 성악 최고과정을 금메달로 졸업했다.
“보비니는 프랑스 파리 근교에 위치한 지역이에요. 그 곳은 한국사람이 매우 드문데, 오히려 전 그런 점이 더 좋았어요. 이왕 유학을 온 거라면 제대로 프랑스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곳이어야 했으니까요. 더군다나 보비니 국립음악원은 에꼴노르말 국립음대와는 다르게 자신의 전공 외에 다른 음악분야를 이수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으로 다가왔구요.”  
최은영은 그곳에서 전공과정 이외에 피아노, 실내악(현악기 반주) 최고과정, 시창·청음, 음악문화(음악학)를 최우수성적으로 졸업하며 한국인으로는 드물게 D.E.M을 획득했다.
또한 2001년 Jean Wiener 음악축제, 2002년 하이든 ‘천지창조’ 공연, 보비니시 CANAL+에서 오페라 돈 죠반니의 체를리나역으로 출연, 2003년 12월 돈 죠반니 앵콜 공연 등으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러한 다양한 음악체험은 그의 귀와 눈을 열어주며 음악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큰 기반이 돼 주었다.
프랑스에서 예쁜 딸을 낳은 그는 프랑스의 선진교육 시스템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고 한다. 특히 유아교육에 대한 지원이 많았다고 얘기한다.
“프랑스는 3세부터 의무교육이 실시됩니다. 그래서 보육원 시설이 잘 돼 있어요. 18개월 때는 퍼즐맞추기를 배우고, 선생님 한명 당 학생수는 3명이죠. 소아과 의사 1명과 소아정신과 의사도 1명이나 있고요. 아이가 무엇을 잘못했을 때 손으로 엉덩이 부위정도를 때리는 것은 괜찮지만 아이에게 매를 든다거나 어떠한 도구를 사용해 때리는 것은 아동학대죄에 해당된답니다. 정부차원에서 아이들 복지에 많은 신경을 쓰더라고요. 또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는 월 5만원에 바이올린, 피아노, 무용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줍니다. 그 대신 3번 이상 결석을 하게 되면 재명을 당하게 돼 있지요. 프랑스에서 아이들의 교육비는 거의 안 든다고 봐야죠. 양육비로 매달 80만원 정도가 지원되니까요.”  

학생 각각의 특성에 맞는 교수법도 개발 중
그는 지금까지 공부를 하며 발견된 문제점을 스스로 터득해 왔기에 교수법에 있어서는 자신감을 내비친다. 여러 가지 문제에 부딪쳐보며 느낀 다양한 경험들이 학생들의 문제를 단번에 알아낼 수 있는 노하우로 쌓인 것. 그래서 학생 개인의 문제점에 따른 맞춤식 교육이 가능할 뿐 아니라 쉽고 빠르게 습득할 수 있는 발성 원리를 가르쳐 줄 수 있다고 한다.
그는 자신의 실패경험담이 학생들의 인생을 성공으로 이끌어 주는 견인차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
“모든 사람은 선천적으로 아름다운 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을 활용하지 못할 뿐이죠. 저는 그런 학생들에게 그들의 좋은 소리를 찾아낼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습니다.”
현재 그는 수원여대와 서울예대에 출강하며 시창·청음 등의 교과목 수업과 뮤지컬발성 강좌를 강의하고 있다. 뮤지컬 역시 성악 발성을 기초로 하는데, 최은영은 이런 발성법에 문외한인 학생들이 자신의 가르침으로 실력이 늘어, 무대에서 좋은 결과를 얻었을 때가 가장 보람있다고 얘기했다. 
또한 그는 경기도 분당에서 성악아카데미를 운영하며 후진 양성에 힘쓰고 있는데, 적성검사 프로그램으로 인기있는 애니어그램 코칭을 함께 연구하며 학생 각각의 특성에 맞는 교수법을 개발하고 있다.
“포기하지 말고 매일매일 성실히 연습해 나간다면 나중에 분명히 좋은 결실을 얻을 수 있을  거예요. 중간에 포기하면 코앞에 있는 성공을 놓쳐버릴 줄 모릅니다. 끝까지 기다리는 사람에게 성공은 반드시 돌아온답니다.” 
시간이 더디긴 했지만, 꾸준히 갈고 닦은 실력으로 이제 새로운 날개를 펴고 있는 소프라노 최은영이 바로 최후의 승자가 아닐까? 앞으로의 그의 행보가 자못 궁금해진다.
 Eunyoung_iya@yahoo.co.kr 018-350-4534.
(김금화 기자/musicnews@music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