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교육신문

정장을 차려입고 가야만 할 것 같은 고급예술의 이미지가 강한 게 사실인 오페라. 선뜻 다가가기에 어쩐지 부담스럽고 멀게만 느껴지는 오페라. 그런 오페라를 청바지입고 편안하게  만날 수 있는 예술장르로 다가오게 해주는 책이 출간됐다.
저자인 고 문호근 예술감독은 서울대 작곡과에 재학 중에 연극에 심취하여 교내에서 연극반을 만들어 활동하다가 독일로 유학을 떠나 뮌헨대학에서 연극을 전공하면서 음악을 다시 돌아보게 되었고 곧 오페라를 발견하게 되었다. 뮌헨국립오페라극장, 뉘른베르크 오페라극장, 영국 런던 로얄 오페라단에서 오페라를 연구하였다. 한국에 돌아와 극단 ‘금강’을 창단하여 활동하며 대학에서 연극과 오페라를 강의하였다. 서울대, 경희대, 한국예술종합대에서 교수를 역임하고 “한국음악극연구소”소장을 역임, 1998년 이후 예술의 전당 예술 감독으로 활동하였다. 2001년 5월 17일 심장마비로 향년 54세에 타계하여 음악계뿐 아니라 많은 지인들에게 아쉬움을 남겼다.

‘청바지 입은 오페라’는 예술의 전당 예술감독을 지냈던 문호근 고인의 3주기를 맞아 그의 저서 “내가 사랑한 음악 속의 사람들”(1997)을 도서출판 개마고원에서 개정 증보하여 펴낸 것이다. 그의 부인 정은숙(현 국립 오페라단 예술감독)이 생전에 고인이 기록해두었던 글 가운데 1997년 당시 책에 담지 못했던 네 편의 오페라에 대한 글을 추가하고 문장을 조금 다듬어 총 20편의 오페라와 그에 관련된 공연사진을 대폭 보강하여 출판했다.

정은숙 예술감독은 30년 이상 오페라 가수로서 활동을 해왔고 또 현재 국립 오페라단 일을 맡아하면서 남편으로서는 물론이요 같은 분야의 일을 하던 동료로서 고인의 빈자리가 더 크게 느껴지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회상한다. 그는 끊임없는 자기개발과 일에 있어서만큼 치열하다고 할 정도로 이론적으로 철저하게, 이유가 되는, 이유가 있는 이론을 제시하는 그런 사람이었는데 그렇게 공부해놓은 것이 너무 아깝다고.

노래밖에 모르던 자신이 감히 예술감독으로 지낼 수 있는 것은 연출가인 남편과 지내며 함께 작품을 공연해오면서 자신도 모르게 작품전체를 보는 능력이 생긴 덕택이 아닌가하고 모든 것을 고인의 덕으로 돌렸다. 
지금도 오페라 작품을 공연하는데 있어서 어려운 문제에 접하면 스스로 고인과 대화를 하듯 그 사람이라면 어떻게 해석했을까 자문을 해본다고 한다. 연출가로서 고인은 오페라에서는 성악가들의 뛰어난 기량을 최우선으로 하며 특히 프리마돈나가 두드러지게 배려하고 오페라에 담겨있는 스토리가 가사를 통해 분명히 전달되기를 요구했다. 연극을 또, 음악을 사랑한 고인이었지만 특히나 그 둘이 같이 어우러져 공연되는 오페라를 사랑했고 그것을 통해 사람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했다.
작곡가 이건용교수(한국예술종합학교총장)는 한때 오페라는 가망 없다고 생각했던 자신에게 ‘가사가 제대로 전달되고 연출이 제대로 되면 오페라만큼 감동적인 매체는 없다’던 고인의 생전의 말을 추억하며 이제 그의 생각에 동의 한다고 밝힌다. 고인의 글을 읽고 나서 오페라는 살아있다는 그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게 되었다고.
직접 책을 읽어보면 저자는 마치 독자와 마주앉아 이야기하듯 자신의 오페라를 설명해나간다. 먼저 각 오페라 작품의 제목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이야기체로 풀어나가고 그 제목에 얽힌 이야기로 독자들의 호기심을 유발하여 본격적으로 작품을 접할 마음가짐을 준비시킨다. 등장인물들의 심리적 추이를 섬세하게 따라가고 인물들이 부르는 아리아를 소개함으로써 그러한 정서가 어떻게 음악적으로 표출되는지 이야기한다. 마지막으로 작곡가와 시대적 배경 등을 작품과 연결지어 소개함으로써 그 오페라의 총체적인 의미를 전달하는 방식을 취하여 독자로 하여금 알게 모르게 그 작품의 속으로 젖어들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