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교육신문

남다른 첼로사랑이 현악기 전문가로 이어져
외국에서는 연주자로서 악기점 운영은 흔한 일
현악기는 물론 전문수입악보도 취급할 예정

  남부터미널에서 서울고등학교 쪽으로 300미터쯤 가다보면 가구점처럼 인테리어가 잘 되어있는 악기점 ‘우드브릿지’를 만난다. 어린아이들이 현악기를 연주하고 있는 모습의 인형으로 쇼윈도우를 장식한 악기점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면 가지런히 잘 정돈되어있는 현악기들을 보게 된다.

   각종 악세서리의 진열대, 아담한 악기수리 공간, 악기진열대 한구석에 놓여진 커다란 시계모양의 온·습도계, 구석구석 자리 잡고 있는 화분들까지 실내 공간전체가 악기진열의 목적은 물론 악기를 보호하기 위한 주인의 따뜻한 배려임이 느껴진다.

현악기판매·수리전문점 ‘우드브릿지’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등 현악기 판매와 전문수리만을 취급하고 있는 ‘우드브릿지’는 바이올린의 현을 지지해주는 브릿지를 지칭하는 용어이다. 이 용어를 그대로 악기점 상호로 쓰고 있는 도부민 대표는 첼리스트이면서 대학에서 학생을 지도하면서 이 악기점을 운영하고 있다. 외국에서는 흔한 연주자의 악기가게 운영이 낯설어 보이는 우리현실 속에서 그는 당당히 자신의 소신대로 연주에 강의에 악기수입판매·수리까지 도맡아하는 전문가가 되었다.

 
이런 도부민 대표가 처음 악기점을 내게 된 사연이 특이하다. 1999년 IMF 때, 음악가들의 환경이나 여건이 아주 좋지 않은 당시에 오케스트라 생활을 그만두고 전시회나 여행 등을 통해 식견을 넓히고자 여기저기 여행을 하던 그가 잠시 머문 홍콩에서 우연히 들리게 된 악기상점 ‘비올마스터’. 이곳에서 그는 새로운 길을 개척할 힌트를 얻는다.

  그곳 사장이 자신과 손잡고 한국에 악기판매 대리점을 내라는 권유를 받아 맘이 동한 그는 귀국하자마자 시장조사를 시작하고 경제적인 위기로 남들이 가게 문을 닫던 때인 2000년에 나름의 꿈을 안고 악기점을 차리게 된다.

   평촌에 터를 잡은 처음엔 악기판매만을 위주로 했고 점차 자리 잡아가게 되면서부터는 아예 서울로 옮겨 현재의 서초동에서 판매와 수리도 전문으로 취급하게 되었다. 의외로 구입하기 어려운 현에 관한 악보도 그가 직접 나서 다음달부터는 미국알프레도사에서 원서를 직수입판매 할 예정이다.

현악기 전문가, 연주자, 교육자의 삶
한양대학교에 입학해서 상경하기 전까지 부산에서 자란 도부민 대표는 청소년 시절 우연히 서울에서 온 청소년 교향악단의 연주회에 가게 되고 거기서 문화적인 신선한 충격을 받게된다. 클래식에 대해 문외한이나 다름없던 그는 그때부터 클래식애호가가 되어 클래식기타를 배우기 시작하고 나아가 아예 전문 연주자가 되기로 마음을 먹는다.

   학교 선생님의 권유로 첼리스트 선생님 댁을 찾아가는데, 문 밖으로 흘러나오는 악기소리에 매료돼 그날로 첼로를 배우기로 한다. 그의 첼로 사랑은 그때부터 시작해서 이제는 첼로악기를 다방면으로 다루는 전문가가 되게 한다.

  한양대 음악대학을 졸업하고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누나가 있던 하와이로 가 하와이주립대 대학원에서 유명한 스티븐 폴로지(현재 오레곤대학 교수)에게 사사받고 졸업한 그는 약 2년여 동안 호놀룰루심포니에서 활동한다. 미국내 메이저심포니 가운데 35위로 비교적 상위권에 속하는 호놀룰루심포니에서 그는 메뉴힌, 요요마 등 수많은 세계적인 연주자들과의 연주나 아스펜음악제 등 여러 음악제에서의 연주를 인상 깊은 경험으로 회상한다.

  그런 경험 탓인지 ‘독주보다는 앙상블의 세계에 깊이 빠지게 된다’는 그는 수십 회의 실내악 연주 등 앙상블 연주를 많이 경험하게 된다.

  호놀룰루 심포니에서의 활동을 접고 귀국한 그는 여러 학교에서 학생들을 지도하고 코리안 심포니오케스트라에서 7년간 연주자로 활동하며 2회의 독주회와 1회의 협연을 한 바 있다. 현재는 20명 규모의 ‘아카데미 심포니오케스트라(구 수원 챔버오케스트라)’의 단장으로 있으면서 폭넓은 연주를 이끌어 가고 있다.

  요즘은 대불대학교에서 이론 강의도 한다는 그는 첼로 이상으로 이론과목(악기론) 수업진행에도 더 재미를 느낀다. 강의을 통해 만나는 수많은 학생들과의 수업은 ‘연주’라는 매개체를 통해 표현하는 직접적인 악기사랑이 ‘강의’라는 매개체를 통해서도 표현할 수 있는 간접적인 악기사랑이라고 해도 좋을 듯하다.

악기도 사람처럼 매일 돌봐줘야 해
악기점을 운영하며 부딪치는 가장 큰 애로점에 대해 도부민 대표는 ‘간단하다고 생각되어지는 아주 기본적인 것을 지키지 않아 생기는 문제점을 들고 오는 손님이 생각 외로 많으며, 또 여기저기 남의 말만 듣고 와서 항의하는 손님을 이해시키는 것이 가장 힘든 부분’이란다.

  “의외로 상당수의 연주자들이나 악기 소유자들이 악기와 악기보관에 대해 너무나 많은 것을 잘못알고 있더라구요.”
그래서 악기구입이나 악기에 문제가 있어 찾아오는 고객들에게 일일이 설명을 해주다가 이제는 아예 관리법 책을 만들어 무료로 나눠주고 있다고. ‘현악기 사용 관리법’이라는 작은 책자가 바로 그것인데, 많은 전문도서들을 직접 번역하고 편집해서 현악기의 구조로부터 기본 개요와 관리법 등을 약 20여 면으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소책자이며 현악기를 다룰 사람들에게는 아주 요긴하게 쓰이고 있다.

  “현악기는 공장에서 만들어진 것 외에는 대부분이 나무로 만들어진 수제품으로써 특히 기후에 예민한데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에서는 각별히 많은 신경을 써주어야 합니다”로 시작된 그의 자상한 악기관리 설명을 들어보자.

  “현악기를 손으로 만진 다음에는 꼭 전용타월로 잘 닦아주고 케이스에 넣어 적정습도와 서늘한 기온에 보관하며 문제가 생기면 악기수리는 꼭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 등은 기본 수칙이라 하겠고 자신의 악기에 애정을 갖고 소홀히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한다.

  사람은 누구나 소중하듯이, 세계적인 명기가 아니더라도 몇 만 원짜리의 연습용 악기부터 비욤, 파노모, 페드라찌니 등의 명기까지 취급하는 그로서는 ‘어느 현악기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귀중한 악기’라는 그의 한마디가 바로 그의 악기사랑을 그대로 드러낸다.

  더불어 요즘처럼 아침저녁으로 기온 차가 심할 때는 더욱 세심한 배려가 필요한데, ‘이런 것을 귀찮게 여기는 마음으로는 무슨 아름다운 소리를 연주하겠느냐’는 것이 그의 악기사랑철학이다.

멋진 연주자의 탄생을 기대하며
악기구입에 있어서 그는 “악기선택은 아주 주관적인 입장에서 구입하게 되는 데, 특히 연주자들은 자신들이 추구하는 소리를 따라 아주 강하고 독특한 취향이 있어서 함부로 권하기는 어렵다”고 말하며 아무래도 현을 처음 다루는 초보자들은 대부분 어린이겠지만 가격이 저렴하고 크기도 적당하고 관리와 취급이 쉬운 것을 우선구입해서 연습하기를 권한다.

  “지명도가 있고 유명제작가가 만든 악기는 언제든 여건이 될 때, 즉 연주 실력이나 여러 가지 상황이 갖춰졌을 때 구입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한다. 또한 우리나라는 주로 볼륨감이 있고 무거운 톤이 깊이 뻗어나가는 듯한 이탈리아 현악기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많으며 특히 지도 교수들의 성향이 크게 좌우하므로 그 점에 유념하도록 권유하고 싶다고 한다.

  특별히 풍부한 악기제작과 수리경험을 가진 제작자를 고용하여 악기를 수리하고 있는 우드브릿지에서는 함께 악기를 판매할 열정적인 직업의식을 가진 영업직원을 찾고 있다.
한줄, 한줄 팽팽하게 죄어놓은 현을 켤 조바위 같은 어린 연주자들의 손에서 언젠가 세상을 울릴 멋진 연주자가 탄생할 지도 모른다는 자부심으로 도부민 대표는 오늘도 우드브릿지의 문을 연다. 02-525-9422
(김애연 전문기자/musicnews@music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