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교육신문

국악세계여정 담은 ‘아주 특별한 소리여행’ 출간 국악의 장금이로 통할만큼 남다른 열정 선보여 ‘오나라 오나라 아주 오나~’ 요즘 장안의 화제가 되고 있는 드라마 ‘대장금(大長今)’에서 흘러나오는 주제가의 한소절이다. 드라마도 드라마지만 주제가 역시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인기곡 중 하나로 꼽히고 있는데, 국악의 맛을 한껏 담은 이 주제가를 부른 주인공은 오는 2월 서울대 졸업을 앞두고 있는 국악 신예 ‘이동희’이다. 국악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음대에서 국악이론을 전공한 이 씨는 고등학교 때까지 가야금을 전공하다 관절염으로 손가락에 마비가 와 이론으로 전공을 바꾼 안타까움을 품고 있지만, 국악의 열정만큼은 남 못지 않다. 마치 드라마 속의 주인공 장금이와 같은 열정을 국악에서도 그대로 전하고 있어 국악의 장금이라는 평을 듣고 있는 이 씨는 이미 지난 2002년에 국악의 새로운 도전으로 TV 전파를 탔던 탓에 대중에게도 결코 낯설지 않다. 못내 이룬 가야금에 대한 욕심을 마당극, 탈춤, 꽹쇠, 장구, 한국무용, 소리 등 국악전반에 걸쳐 풀어오던 그가 2002년 1월 자신과 뜻을 같이하는 국악도들과 함께 가야금, 대금, 장구를 짊어지고 6개월의 세계배낭여행이라는 뜻깊은 여정을 밟은 것. ‘Walking Corea’라는 이름의 이 여정은 타이의 방콕을 시작으로 16개 국의 여러 도시를 방문하며 세계 곳곳에 우리 음악의 진수를 심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소망했던 여행이었습니다. 10대 때 소망을 20대에 이루기 위해, 또 한국음악을 공부하려는 학생으로서 우리 음악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Walking Corea라는 이름으로 세계 연주여행을 떠나게 되었답니다. 무엇보다도 터키, 네팔, 그리스, 이탈리아, 타이, 인도, 파키스탄, 오스트리아, 체코, 프랑스, 영국, 스위스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 우리음악이 세계에 진출할 수 있는지 그 가능성을 직접 확인해보고 싶었습니다.” 이 씨의 우리 음악여정은 지난해 8월 ‘아주 특별한 소리 여행’이란 타이틀로 TV 프로 4부작으로 방영돼 대한민국영상대상수상 등의 영광을 누리기도 했으며, 이 씨의 맛깔스러운 글 솜씨로 여행담을 소개한 ‘아주 특별한 소리여행(이동희 著, 이채 刊)’이라는 책으로 지난 12월에 출간되기도. 항상 꿈을 꾸며 살던 그에게 이번 대장금 역시 국악에 대한 열정이 전해 준 행운과 같았다. 우연히 TV 프로그램을 본 음악감독으로부터 노래를 한번 불러보라는 제의를 받게 된 것. “대장금 주제가는 국악동요이기 때문에 리듬이 단순하여 아무나 쉽고 재밌게 따라 할 수 있다”라고 설명하는 이 씨는 대장금이 시청자들에게 꾸준히 사랑받으면서 국악의 대중화라는 그의 꿈도 어느 정도 실현된 것 같다고 흐뭇해했다. 이 씨는 항상 새로운 것을 느끼고 체험하는 것을 좋아한다. 호기심도 많고 도전하기를 좋아하는 그이기에 대학 1학년 때 청강한 ‘동양미술의 이해’ 수업시간에 깊은 인상을 받았던 중국 실크로드를 세계 배낭여행 준비 삼아 다녀오기도 했다고. 또한 이 씨는 세계 배낭여행을 다니면서 느낀 체험을 엮어낸 책에서 6개월의 대장정 중 길거리 공연에서 우리 음악이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목을 잡고 끌어들이는 신비한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느꼈고 세계로 진출 가능한 국악의 잠재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히고 있다. “국악은 한(恨)의 문화와 흥(興)의 문화가 함께 공존합니다. 우리음악은 슬플 때 함께 슬픔을 달랠 수 있고 기쁠 때 기쁨을 함께 나눌 수 있죠. 말하자면 서양음악은 연주자의 무대와 관객이 서로 분리되어 있어 이질감을 느낄 수 있지만 한국음악은 한 곳에 판을 벌려 함께 어울려 즐길 수 있는 음악인 것이지요.” 이렇게 한참 국악의 매력에 빠져 살던 이 씨가 최근 대중가요 음반 작업에 돌입했다. “처음엔 가수 데뷔 제안을 거절했어요. 엄격하게 국악공부를 해온 저에게 대중가요는 너무 낯설었는데, 감독님이 1년 반 동안 절 설득하셨죠. 그 때 감독님은 저에게 ‘네가 추진하는 국악대중화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너의 인지도를 높여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연습을 해야 하지 않겠니?’라고 하셨죠. 전 평생 이루어야 할 꿈이 있는데 이 작업도 그것을 이루기 위한 방법이란 것을 그때 깨달았습니다. 이왕 이렇게 시작하게 된 만큼 앞으로 목숨을 걸고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도전 가득한 외도인 것이다. 그는 대중가요가 국악창법과는 달리 상당히 섬세하여 잘 해낼 수 있을지 걱정이 되긴 하지만 부족한 것을 채워가며 항상 노력하고 발전하는 가수가 되겠다는 굳은 다짐을 전했다. 그리고 이번에 준비중인 음반은 대중에게 마음을 여는 과정인 만큼 간주나 전주에 간간이 국악기 소리가 들어갔는데, 다음 2집 음반부터는 점점 더 한국음악영역을 넓혀갈 예정이라고 한다. 대중음악을 시작했지만 여전히 국악을 사랑한다는 그는 국악에 대한 편견을 가진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모든 것이 작은 관심에서 시작된다고.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그 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는 말이 있는데, 그 말처럼 국악에 대한 작은 관심이 사랑이 되고 그렇게 사랑하게 되면 국악이 달리 보일 거예요. 국악이 낯설어서 싫은 것이지 안 좋아서 싫은 것이 아닐 테니까요.” 그는 작은 관심의 위력을 설명하면서 사람들이 예전의 편견을 버리고 열린 마음으로 국악에 다가가기 위해선 국악연주자들의 노력도 더불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 씨는 국악을 이해하려고 하지말고 그냥 ‘즐겨라’라고 당부했다. 그냥 즐기다보면 열정이 생긴다는 것. 아울러 다른 민족음악도 많이 듣고 우리음악과 차별을 느껴보라고 덧붙였다. 전통음악이어서 살려야 하는 것이 아니라 동시대 사람과 같이 즐기려면 어떤 음악을 해야 하는지 고민해 보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기 때문에. ‘국악의 세계화’라는 꿈을 향해 끝없는 도전을 마다 않는 그는 이렇게 소망한다. “우리민족의 특성이 그대로 담겨있는, 우리 민족문화의 꽃인 국악을 많은 사람들이 사랑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