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교육신문

“저는 학생들에게 ‘'꿈’에 대해 자주 질문하곤 하는데요, 그중 한 학생이 ‘저도 선생님처럼 다른 사람에게 꿈을 꿀 수 있게 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라고 한 말은 아직도 제 가슴을 울립니다. 그래서 저는 앞으로도 열정을 다해 연주와 티칭을 이어갈 예정이고, 이러한 과정들을 통해 학생들에게 꿈을 심어줄 수 있는 음악가가 되고 싶습니다.”

‘음악’은 청중들의 마음을 넘나들며 누군가에게는 꿈의 씨앗을, 다른 이에게는 삶의 희망을 선사하는 등 그 어떤 언어보다 강력한 메시지가 담겨있기에 무대에 오를 때마다 진심과 정성을 다해 연주에 임한다는 피아니스트 장유리. 이에 오는 2월 14일(화)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인춘아트홀에서 펼쳐질 그의 무대에는 어떠한 이야기가 담겨있을지 ‘피아니스트 장유리’와 나누었던 이야기를 본지에 담아보았다.

당신의 꿈은 무엇인가요?

누군가에게 음악가의 꿈을 심어준 하이든, 베토벤을 존경했던 슈베르트, 낭만을 동경하게 만든 쇼팽처럼 이번 무대가 어떤 이에게는 꿈을 이루는 무대이자, 다른 이에게는 새로운 꿈을 꾸게 해주는 무대가 되길 바란다고 전한 피아니스트 장유리.

“저는 그동안 누군가의 꿈이 되었던 이들의 작품을 다루는 동시에, 청중들도 부담없이 들을 수 있는 작품들로 프로그램을 구성하게 되었습니다. 첫 번째 작품은 J. Haydn <Sonata No. 47 in b minor, Hob. XVI:32>로 주로 장조의 곡을 작곡했던 그의 흔치 않은 단조 작품인데요. 묵직한 느낌의 1악장을 비롯해 드라마틱한 전개가 이어지는 3악장까지 각각의 악장이 모두 개성이 넘치는 작품이니 하이든의 색다른 매력을 느껴보고 싶다면 귀 기울여 감상해보기를 추천드립니다. 이어지는 두 번째 작품은 F. Schubert <4 Impromptus Op. 90 D.

899>입니다. 이 작품은 어린 학생부터 예중 입시 혹은 연주까지 전 연령대에서 연주되고, 많은 사랑을 받고 있기에 제자들에게는 학구적인 공부가 될 수 있고, 대중들은 익숙한 감상을 도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한 슈베르트 작품은 연주자에 따라 해석의 깊이가 달라지기에 제 연주 속에서 느껴지는 슈베르트의 음악세계를 집중해보시길 바랍니다.

이후 연주되는 작품은 F. Chopin <Piano Sonata No. 3 in b minor, Op. 58>인데요. 그의 소나타 중 최고의 걸작이라고 손꼽히는 본 작품은 대위법적인 요소는 물론, 고전소나타와는 차별성이 드러나는 낭만주의 아이디어가 녹아들어 있어 ‘쇼팽만의 소나타를 완성했다’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1악장에서 드러나는 첫 번째 단조 주제는 절망을 비유하고 있는 듯하고 이와 대조적인 두 번째 장조 주제 선율은 ‘아침의 야상곡’이라 불리울 정도로 평온한 선율을 담고 있습니다. 이어 2악장의 우아하고 짧은 스케르초와 녹턴을 연상시키는 듯한 아름다운 3악장을 지나면 쇼팽의 격정적인 감정을 맛볼 수 있는 4악장에 다다릅니다. 처음과 끝이 같은 반복되는 소나타 론도 형식으로 진행되는 본 작품을 통해 바뀌는 조성 속 통일성과, 마치 불타오르는 듯한 쇼팽의 열정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연주되는 작품은 제 딸 ‘루이’를 위해 준비한 프로그램인데요(웃음). 사실 독주회 다음날이 루이의 생일(2월 15일)이기에 딸에게 헌정하는 마음을 담아 아기자 기하면서도 아름다운 멜로디를 지닌 W. A. Mozart <12 Variations in C Major on “Ah, vous dirai-je Maman”, K. 265>를 선정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하이든부터 모차르트까지 알차게 준비된 프로그램들을 통해 따뜻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이와 함께 그는 모든 연주가 끝난 이후 이어질 앵콜곡은 발렌타인데이에 걸맞은 달콤한 작품을 준비중이라고 귀띔 해주며 무대에서 확인해볼 것을 추천했다.

더욱 깊어진 곡해석력

이번 공연을 준비하며 이전보다 더욱 깊게 작품을 해석하게 되었다는 피아니스트 장유리. 그가 겪은 변화는 무엇일까?

“일전에 공부했던 작품이어도 시간의 흐름과 환경의 변화를 겪다보니 작품에 대한 생각과 해석, 그리고 소리 등을 표현하는 방식이 이전과는 달라졌다는 것을 느끼곤 합니다. 한가지 예를 들자면 슈베르트 작품의 경우, 많은 학생을 가르치며 자주 접했기에 단순히 ‘작은 소품’ 정도로만 생각했었는데, 이번 공연을 위해 다시금 자세히 들여다보니 심플한 구조 속 다이나믹과 조성, 화성 변화 등을 통해 ‘깊이있는 즉흥곡’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특히, 슈베르트 즉흥곡은 화성별로 다이나믹한 변화가 많아 이에 따른 페달 링이나 분위기 전환들도 한층 세밀하게 연구 중입니다. 뿐만 아니라 작품별, 시대별 특징을 다르게 표현하고 싶어서 낭만주의 작곡가지만 베토벤의 고전적 스타일이 담겨있는 슈베르트와 고전주의 작곡가지만 서정적인 느낌이 강한 하이든 작품, 그리고 낭만을 꽃피운 쇼팽의 작품 등 여러 시대가 오묘히 섞여 있는 각 작품들의 분위기 차이를 표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간들을 통해 저 자신도 한층 성장하고 있는 느낌이 들어 힘들지만 즐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웃음).”

마음을 울리는 연주

국내를 넘어 독일, 러시아, 미국 등 세계를 무대로 활발한 연주활동을 전개해오고 있는 장유리는 어떤 마음으로 무대에 오를지 궁금해졌다.

“저는 전부터 연주자는 자신의 가치관을 ‘연주’를 통해 보여준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어느 나라에서 어떤 작품을 연주하든, 진지하고 진실된 마음을 음악에 담기 위해 노력하는데요. 작품에 담긴 작곡가의 의도를 저만의 음악으로 표현한다면 언어가 통하지 않더라도 감동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일전에 피아니스트 최희연(서울대 교수) 선생님의 연주를 접하며 ‘마음을 울리는 연주자’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지게 되었는데요. 테크닉적으로 훌륭한 연주라고 할지라도 진실된 마음이 담겨있지 않다면 청중들 에게 감동을 전할 수 없다고 생각해서 매 순간 마음을 담은 연주를 펼치고 있습니다. 더불어, 제가 지금까지 연주를 이어올 수 있는 것은 모두 하나님의 은혜라고 생각하기에 제모든 연주가 예배가 되고, 하나님께 영광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무대에 오르고 있습니다.”

꿈을 키워주는 교육자

현재 그는 선화예중·고, 계원예고, 충남예고 등에서 학생을 지도하고 있다고 한다. 다양한 무대에서 진심을 다하는 그는 어떠한 교육관으로 학생들과 마주하고 있을까.

“저는 학생들에게 끝까지 도전할 것을 강조하곤 하는데요. 먼저, 학생들의 동기부여를 위해 이루고자하는 ‘목표’ 혹은 ‘꿈’을 물어봅니다. 안타깝게도 대다수의 학생들은 ‘대학 진학’만을 목표로 하고 있어 입시에 성공한 후 방황하는 모습을 많이 보았는데요. 그렇기에 학생들이 대학만이 아닌, 그 이상의 꿈을 꾸고 실현시켜 나갈 수 있는 용기와 희망을 주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저는 바쁜 일정 속에 서도 학생지도는 물론, 국내외에서의 꾸준한 독주회 및 협연, 그리고 제자연주회 개최 등 다양한 활동들을 이어나가고 있는데요. 한때는 저도 생계를 위해 연주자로서의 꿈을 잠시 접은 채 레슨과 출강에 집중했던 시간들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꿈을 가슴 속에 품고 살아왔기에 길을 조금 돌아왔음에도 연주자로서 관객들과 마주할 수 있는 지금에 이를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제 모습을 통해 음악을 평생의 업으로 삼거나, 음악을 통해 삶을 풍요롭게 영위하고 싶은 학생 등에게 용기를 북돋아주어 보다 구체적이면서 높은 이상을 추구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교육자가 되고 싶습니다. 따라서 저는 학생들에게 귀감이 되기 위해서라도 계속 연주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며 이를 계기로 학생 들이 피아니스트 혹은 음악인의 꿈을 키워나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웃음).”

꿈을 위한 발판

제자들에게 ‘제자연주회 클랑콘서트’, ‘구리시교향악단과의 협연’ 등 무대 기회를 꾸준히 제공하며 꿈을 키워주는 발판을 마련해주고 있는 피아니스트 장유리. 그는 제자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며 말을 이어갔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이 있듯, 무대에 한번 오르는 것은 연습실에서 리허설을 하고, 무대를 상상만 하는 것보다 훨씬 큰 성장을 불러옵니다. 넓은 공간에 가득 찬 관객들 앞에 마주서야하는 무대의 경우 학생들이 많은 긴장을 하기에 평소와 같은 기량을 발휘하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학생들은 무대를 통해 감정표현, 템포, 다이나믹 등 자신이 보완해야하는 점을 파악할 수 있고 자신만의 루틴이나 무대 위에서의 노하우와 순발력 등을 자연스레 터득하게 됩니다. 이에 무대경험이 많은 학생일수록 입시나 콩쿠르에서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어, 학생들에게 더욱 많은 연주기회를 제공해 스스로 듣고 음악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학생들에게 조언하는 것은 ‘무대매너’에 관한 사항인데요. 음악은 청각뿐 아니라 시각적인 부분도 많은 영향을 미치기에 입장하는 순간부터 걸음걸이, 표정, 태도 등을 당당하게 취할 수 있도록 준비시킵니다. 그리고 연주가 시작되면 그 시간은 온전히 너의 시간이니 자신을 믿고 마음껏 표현하고, 즐기고 오라고 말해줍니다(웃음).”

그녀가 걸어갈 행보

이렇듯 연주자이자 교육자의 행보를 걸어오고 있는 장유리는 다음과 같이 앞으로의 목표를 말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먼저, 올해는 그동안 코로나로 인해 2020년 이후 진행되지 못했던 ‘New York Rising Artist Festival’을 미국 카네기홀에서 개최할 수 있도록 추진중에 있습니다. 또한 협연 무대와 독주 등을 통해 올해도 관객분들께 자주 인사드릴 예정이며 이외에도 제자음악회를 개최하는 등 더욱 다양한 무대를 마련할 계획입니다. 저는 제 아이를 낳기 전에는 학생들에 대한 이해나, 그들을 둘러싼 주변 환경들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했었는데, 루이를 키우다보니 가정에서 음악하는 아이를 교육시키려면 온 가족의 희생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웃 음). 이러한 깨달음 덕분에 아이들에게 더욱 더 많은 사랑을 주고 이해하는 교육자가 되고자 하니 앞으로도 연주자로서, 교육자로서의 제 행보에 많은 응원을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유지현 기자/musicnews@musiced.co.kr)

|피아니스트 장유리|

• 연세대학교 음악대학원 피아노과 실기수석 졸업(재학 당시 실기우수 조교)

• 한국일보콩쿠르 금상, 춘추피아노콩쿠르 1위, 틴에이져콩쿠르 특상, 월음콩쿠르 대상, 삼익콩쿠르 은상, 한국피아노학회 콩쿠르 입상, Newyork International Rising Artist Competition 1st prize 등 다수 콩쿠르 수상

• 한국 피아노계를 이끌어갈 우수 신인연주회 서울 이원문화센터 초청연주, 제11회 젊은이의 음악제, 영산그레이스홀 금요초청음악회, KLANG duo concert, 남동문화예술회관 신진발굴 초청연주, L&Y 매니지먼트 초청 독일 바이로이트 슈타인그래버 피아노 악기사 독주, T&b스페셜 공연, 피아니스트 장유리의 해설과 함께하는 영아티스트 연주해설 및 연주, 뉴욕 카네기홀 웨일홀 뉴욕라이징스타 페스티벌 연주 등

• 제천쳄버오케스트라, 클래식 앤 락 심포니, Czech Olomouc Moravska Filharmonie 협연, 러시아 옴스크 국제뮤직페스티벌 초청협연 및 마스터 클래스 교수참가 등

• 배재대학교 음악대학 피아노과 실기강사, 대구예술대학교 피아노과 겸임교수 역임

• 현) 선화예중, 선화예고, 계원예고, 충남예고 출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