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교육신문

18세기 후반, 하이든과 모차르트, 베토벤 등 유명 작곡가들의 활동무대가 되며 음악의 중심지로 자리잡은 오스트리아에 새해를 아름답게 장식할 피아노 선율이 피아니스트 차수진의 손끝에서 울려퍼진다. 2023년 한 해를 에너지 넘치는 기운으로 가득 채워줄 신년음악회를 위해 바쁜 일정을 소화하면서도 설레는 마음을 감출 수 없다고 전한 그녀의 무대에는 어떤 메세지가 담겨있을지 차수진과 나누었던 이야기를 본지에 담아보려 한다.

오스트리아를 사로잡을 피아니스트

국내를 넘어 불가리아, 오스트리아 등 세계를 무대로 활발한 연주활동을 펼치고 있는 피아니스트 차수진이 오는 1월 12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클로스터노이부룩 아우구스티누시홀에서 관객들을 마주한다. 특히, 신년을 여는 특별한 무대에 오르게 되어 더욱 기대된다고 전한 그녀는 다음과 같이 소감을 전했다.

“이번 연주는 지난해 10월에 호흡을 맞췄던 지휘자 이반 일레브 선생님께서 불가리아 공연 성료 이후 먼저 제안해주신 무대인데요. 한 해를 시작하는 연주이기 도하고, 이반 선생님과 같이 완성시켜나갈 음악을 오스트리아 관객들과 나눌 수 있게 되어서 너무 기쁜 마음으로 본 공연을 준비하고 있습니다(웃음). 특히, 이번 공연이 기대되는 이유는 바로 관객들과의 소통인데요. 지난 불가리아 연주 때 관객분들이 음악에 대한 집중도가 굉장히 높았던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에 이번 연주에서도 ‘음악’ 그 자체에 몰두하여 오케스트라와의 환상적인 하모니를 만들어갈 예정입니다. 또한 최근 유수의 국제 콩쿠르에서 피아니스트 임윤찬, 첼리스트 최하영 등 수많은 한국 연주자들이 수상하며 세계 속에 한국의 위상이 더욱 높아졌는데요. 이를 통해 ‘한국’ 그 자체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이 공연에 찾아와주시는 경우도 많아 ‘한국인’이라는 자부심과 함께 더욱 좋은 음악을 들려드리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녀가 이번 무대에서 선보일 작품은 L. v. Beethoven <Piano Concerto No. 4 in G Major, Op. 58>로, 베토벤의 협주곡 중 가장 시적이고 서정적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그녀는 베토벤의 다채로운 매력이 담겨있는 본 작품을 통해 관객과의 소통할 예정이다.

“사실 ‘베토벤’이라는 작곡가를 떠올리면 부드럽고 감미로운 이미지보다 숭고하고 엄숙한 면을 먼저 떠올리는 분들이 많은데요. 이 작품은 그런 그의 모습을 떠올릴 수 없을 만큼 맑고 로맨틱합니다. 당시, 연인과 교제 중이었던 베토벤은 그녀를 향한 애정을 낭만적이고 감미로운 선율에 담아 표현했는데요, 한편으론 청력 상실의 문제를 겪으며 피아니스트보다 작곡가로서 몰두하던 그가 서주가 길었던 기존 교향곡과 달리 피아노 독주로 시작하는 1악장과 바로 연결되는 2, 3악장의 표현 등 새로운 작곡기법들을 사용해 ‘베토벤’ 만의 매력을 담았기에 더욱 놀라움을 자아내곤 합니다. 이에 1악장과 3악장의 도입부와 장난꾸러기 같은 느낌이 담긴 모차르트풍의 3악장, 피아노 독주의 화려한 카덴차 등을 집중해서 들어보시면 보다 흥미로운 감상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한 음, 한 음에 정성을 담아

‘음악’에 누구보다 진지하고 온 마음을 쏟는 차수진은 자신에게 음악이란 뗄레야 뗄 수 없는 ‘인생의 동반자’라고 말하며 이에 덧붙여 음악과 함께했던 짧지않은 시간동안 음악을 대하는 태도에도 여러 변화를 겪었다고 전했다.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저는 인생의 대부분을 음악, 그리고 피아노와 함께해 오다 보니 저에게 음악이란 ‘삶’ 그 자체 라고 할 수 있는데요. 삶에는 희노애락이 닮겨있듯, 제가 음악을 하면서도 여러가지 일들이 있었고, 그러한 과정들을 거치며 무대를 대하는 태도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학생 때는 음악적인 면보다는 테크닉적인 것과 외적인 부분 등 ‘보여지는 면’에 치중했었다면 지금은 ‘음악에 대한 고찰’과 ‘소리에 대한 연구’를 더욱 깊게 다루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같은 음을 쳐도 탄탄하고 옹골찬 소리를 위해서는 많은 정성이 필요하듯, 손 모양이 꺾이지는 않는지, 팔이나 어깨에 힘은 빠졌는지, 지금 연주하는 소리가 작품과 결이 맞는지 등을 생각하며 가장 좋은 소리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이에 관객분들이 제 연주를 들으실 때 ‘음 하나에도 정성을 담고, 집중해서 연주하고 있구나’라는 마음이 느껴질 수 있도록 앞으로도 끊임없이 공부하고 연구할 예정입니다. 또한 저는 전문연주자의 길을 걸으며 연주자로서의 마음가짐에 대해서도 많이 고민했는데요, 무대에 오르는 연주자로서 항상 음악 앞에서 겸손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순간이든 마음속에 자만심이 생기면 연주를 할 때 반드시 티가 나기에, 늘 음악 앞에서 겸손한 마음을 가지고 작은 연주든, 큰 연주든 감사하며 최선을 다해 임하고 있습니다.”

솔리스트 그리고 앙상블

이처럼 솔리스트로 끊임없는 성장을 이루고 있는 그녀는 독주뿐 아니라 앙상블 활동도 활발하게 이어오며 다양한 면모를 통해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저는 제 스승님이신 오성심 선생님을 주축으로 창단된 ‘오블레스 피아노 앙상블’ 단원으로서 활동하고 있는데요. 솔로 연주도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파트너와 호흡을 맞추며 음악을 만들어가는 피아노 앙상블도 무척 매력적으로 느껴져 앙상블 단원으로도 활동을 하게 되었습니다. 독주악기인 피아노와는 다르게 파트너와 함께 연주하는 ‘앙상블’은 연습할 때도 악보 너머의 음악까지 같이 완성시켜야한다는 점이 재밌으면서도 동시에 쉽지 않은 부분인데요. 악보에 기재되어 있지 않은 숨 표시, 서로 다른 박자감을 하나의 박자로 통일시키는 작업 등을 하며 함께 고민하고 조율하는 과정을 통해 저와는 다른 음악 스타일을 받아들이고, 이를 통해 제 음악세계가 넓어지는 경험을 하게 되기도 합니다. 이렇게 파트너와 의논하고 치열하게 연습하는 과정을 거쳐 무대에 올라갔을 때 호흡이라던지, 표정, 제스처 등 합이 딱 맞아떨어지는 경험을 하게 되는데 서로 말을 하지 않아도 통하는 느낌이 정말 뿌듯하고 짜릿합니다. 한번 경험하면 계속 맛보고 싶을 정도죠(웃음). 이외에도 피아노 앙상블은 오케스트라처럼 큰 규모의 작품부터 2 Piano 편성까지 다채로운 구성을 할 수 있어 독주와는 또 다른 매력을 품고 있기에 더 열심히 열정을 쏟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처럼 피아노 앙상블의 매력을 많은 분들이 느끼실 수 있도록 앞으로도 더욱 풍성하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연주들을 많이 선보일 예정이니 피아노 앙상블 단원으로서 활동할 여러 연주들에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음악을 통해 행복을 가르치다

이렇게 ‘무대’에 늘 마음을 다해 열정을 쏟는 그녀가 학생들을 마주할 때는 어떠한 모습일지 궁금해졌다. 제주도에 위치한 ‘클래식 음악원’에서 아이들을 마주하고 있는 차수진의 교육관은 어떠할까?

“먼저,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가끔 아이들이 피아노를 치기 싫어하거나 오늘은 쉬고 싶다는 말을 할 때가 있는데요.

그럴 때 ‘너는 학원에 왔으니 무조건 피아노를 쳐야해’가 아니라, 아이가 왜 힘들어하는지, 무슨일이 있어서 그런건지 물어보며 마음과 감정을 먼저 공감하려고 합니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이야기를 들어주고 다가가다 보면 이들이 먼저 자기 이야기를 털어놓는데요. 이렇게 자신의 이야기를 얘기하고 감정이 해소되면 추후 레슨을 할때도 더 집중을 잘하고 열심히 따라오는 것이 느껴집니다.

그래서 전공생이든 아니든, 최대한 아이들의 입장에서 생각하려하고 재미있게 음악을 배울 수 있도록 지도하고 있습니다. 이어, 저희 학원은 동네에서 처음으로 ‘소수정원제’를 도입했는데요. 학원 규모가 크지 않아서 그런 것도 있지만 학생들이 한 명도 소외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과, 조금 더 세심하게 학생들을 케어하고 싶어 이러한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학생마다 성격도 다르고, 치고 싶은 작품과 필요로 하는 것이 다르기에 교재도 상이하게 사용하고, 특강도 연령에 맞춰 각각 다르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음악을 통해 얻는 행복’을 학생들이 아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에 앞으로 학원 규모가 커지더라도 담임제를 운영하는 등의 방식을 통해서 학생 개개인을 세심히 케어할 예정입니다.”

그녀가 내디딜 걸음

솔로, 앙상블 단원, 교육자 등으로 폭넓은 활동을 전개해가고 있는 피아니스트 차수진은 지금까지 걸어온 발자취를 돌아보고 앞으로의 걸음도 묵묵히, 그리고 꾸준히 내디딜 것을 예고하며 본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이번 공연을 마친 후 오는 4월, 5월에는 광주 유스퀘어문화관 금호아트홀에서 한국음악예술교육협회와 좋은 연이 닿게 되어 ‘태교음악’을 주제로 함께 무대를 꾸미게 되었는데요. 다양한 주제의 연주회를 접했지만 태교음악이란 주제를 가지고 연주하는 것은 색다르기에 저도 많이 기대하고 있는 무대입니다(웃음). 이어 오블레스 피아노 앙상블 연주회가 상반기에 예정되어 있고, 여름에 해외교류 연주회로 오스트리아 혹은 폴란드 등에서의 연주가 기획되어 있습니다. 뿐만아니라 저는 제주한소리여성합창단 전속반주자로도 활동하고 있어 반주자로 서도 관객분들을 찾아뵐 수 있을것 같으니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웃음). 이외에도 저는 개인적으로 전부터 독주회를 개최한다면 리스트 <에튀드 전곡>, 쇼팽 <스케르쵸> 등 시리즈 연주를 해보고 싶었는데요. 2023년에는 독주회 일정을 조금 더 구체화 시켜 빠른 시일내로 관객분들과 마주하고자 준비하고 있으니, 아마 내후년쯤 무대를 통해 인사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에 앞으로도 여러 방면에서 활약하는 음악가가 되려하니 제가 가는 길에 따스한 시선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유지현 기자/musicnews@musiced.co.kr)

｜프로필｜

피아니스트 차수진은 제주대학교를 졸업 후 Asia International Piano Academy를 수료하며 전문연주자로서의 기틀을 마련했고, Mozart International Competition In Korea 1등, WPTA Singapore piano competition Bronze prize, Jeju international music competition piano part 2등 등의 수상을 통해 피아니스트로서 실력을 입증받았다. 콩쿠르 우승을 통해 뉴욕 시장상을 수상하며 이를 계기로 카네기홀에서의 연주를 선보이기도 한 그녀는 제주 피아노학회 정기연주회, 음악교육신문 주최 제29회, 제32회 영 아티스트 콘서트, 음악교육신문 제주지사 초청연주, 콘아모레 창단연주회 및 신년음악회 갈라콘서트, 오블레스 피아노 앙상블 창단연주회 및 정기연주회 등의 연주를 통해 관객과의 활발한 소통을 이어오고 있다. 제주 심포니 오케스트라 협연, 인천 한음 오케스트라 협연 등 솔리스트로서 탄탄한 연주경력을 쌓아온 그녀는 현재 제주 클래식 음악원 원장이자 오블레스 피아노 앙상블 단원, 제주한소리여성합창단 전속반주자로 활동하고 있으며, 이번 연주 이후 앞으로도 국내외를 오가며 다채로운 활동을 전개해나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