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교육신문

2012년 귀국독주회 이후 프로코피예프 전곡 소나타 연주,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 시리즈 등 매년 다양한 주제로 청중과의 교감을 더해가고 있는 바이올리니스트 송지원이 오는 2월 23일(수)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에서 ‘Czech and Poland’란 주제로 청중 앞에 선다. 19세기,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절정을 이루고 있던 낭만주의 음악에 대항하여 탄생한 ‘민족주의 음악’의 정수를 담은 두 나라, ‘체코와 폴란드’의 음악을 바이올리니스트 송지원의 연주로 감상해보도록 하자.

레퍼토리의 확대를 위한 도전

매회 다양한 주제로 레퍼토리를 구성하여 청중들의 호기심을 자아내고 있는 송지원이 이번 공연에서 선택한 주제는 바로 ‘Czech and Poland’다.

“2012년 귀국독주회 이후 지난 10년간의 공연을 뒤돌아보니, 그동안 프로코피예프 전곡 소나타 연주,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 시리즈 등 독일, 프랑스, 러시아의 작품을 많이 했더라고요. 저는 매 공연마다 이전에 해보지 않았던 새로운 작품들로 레퍼토리를 구성하고자 노력하고 있는데요. 아무래도 학생들을 가르치는 입장이다 보니 제 모습을 보게 될 학생들에게 새로운 작품을 소개해주고, 들려주고 싶어서 끊임없이 연구하고 공부하게 되는 것 같아요. 따라서 이번 독주회는 이전에 연주하지 못했던 ‘동유럽’의 작곡가 중 체코 출신 작곡가 L. Janácek, A. Dvorák와 폴란드 출신 작곡가 H. Wieniawski, K. Szymanowski의 작품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민족주의 음악의 숨결이 담긴 곳

클래식의 본고장인 오스트리아, 독일 등 중부 유럽에 비해 ‘변방’이었던 동유럽이 클래식의 주류로 편입된 것은 민족주의 음악이 등장한 19세기 이후다. 드보르작, 스메타나, 야나첵 등 이 시기의 동유럽 작곡가들은 자국의 춤곡이나 민요를 비롯해 신화, 역사, 자연 등 민속적 요소를 음악 안에 녹여내며 다른 유럽의 작품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새로운 음악 사조를 탄생시켰다. 이처럼 민속적인 고유의 특색을 작품의 소재로 적극 활용한 ‘민족주의’ 음악은 자국민들에게 민족정신과 애국심을 고취시키며 새로운 세상으로의 발걸음을 내디뎠다. 이에 유럽 내 ‘민족주의 음악’을 가장 융성하게 일으킨 두 나라를 묶어 그가 선보일 무대는 과연 어떠한 이야기들이 담겨있을지 궁금해졌다.

“저는 프로그램을 구성할 때, 어떻게든 청중의 입장에서 흥미롭게 구성하려고 노력하는 편인데요. 우선 본 공연의 첫 번째 순서인 체코 출신의 작곡가 L. Janácek <Sonata for Violin and Piano>는 현대적이면서도 후기 낭만의 분위기를 가지고 있는데요, 갑자기 질문을 던지는 듯 즉흥성이 담긴 모티브로 시작되어 첫 곡으로 청중들에게 신선하게 다가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특히, 이 작품은 고등학생 때 Viktoria Mullova의 공연에서 처음 들었던 작품인데요. 들으면 들을수록, 공부하면 공부할수록 새로운 면을 깨닫게 되는 멋진 곡이더라고요. 그래서 본 공연에서 꼭 선보이고자 첫 번째 순서로 선정하게 되었습니다. 두 번째 순서는 H. Wieniawski <Variations on an Original Theme, Op. 15>인데요. 비장한 카덴차 풍의 서주로 시작해서 화려하게 끝을 맺는 기교적인 소품으로 청중들이 친근하게 다가올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특히, 이 곡은 학생 때 많이 연주했던 곡인데 이번에 다시 하게 되어 감회가 새롭고, 이것이 계기가 되어 유튜브 [서울대 음대 레슨노트]에 출연하게 되었습니다(웃음). 이어 연주할 세 번째 곡은 체코의 대표적인 민족주의 작곡가 A. Dvorák <4 Romantic Pieces, Op. 75>로, 청중들이 편안히 감상할 수 있는 풍부한 감성과 감미로운 선율이 돋보이는 낭만적인 작품입니다. 마지막 곡은 K. Szymanowski <Violin Sonata in d minor, Op. 9>인데요. 격렬한 화음과 화려하고도 강력한 테크닉, 고동치는 에너지 등 피아노와의 호흡을 기반으로 진행되는 작품으로, 2악장이 꿈꾸는 듯한 매우 아름다운 곡입니다. 이처럼 본 공연은 체코와 폴란드의 19세기 후반 ‘민족주의 음악’이란 공통점과 배경을 가지고 있지만, 다양한 스타일과 분위기를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 저 또한 기대가 큽니다.”

지난 10년을 돌이켜보며

2012년 귀국독주회 이후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한 바이올리니스트 송지원. 그간의 행적을 돌이켜봤을 때, 지금의 ‘송지원’을 있게 한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지금의 제가 있기까지 10년간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요. 첫 번째로는 ‘학생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랜 시간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많은 곡을 다루게 되었고,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점을 함께 고민하며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제 자신도 연습하고 연주할 때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두 번째는 ‘음악적 선배, 동료들’인데요. 제가 10년째 참가하고 있는 Just Vivace Festival은 물론, 함신익과 심포니 S.O.N.G, 대전챔버오케스트라, 화음챔버오케스트라, 서울비르투오지챔버오케스트라 등 최고의 선생님과 선배, 동료들과 함께 연주하며 많이 성장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지금의 저를 있게 한 것은 ‘은사님들’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몇 해 전 김영욱 교수님(서울대 석좌교수)을 뵌 적이 있는데요. 일흔이 넘는 연세에도 학생들에게 본인의 음악을 쏟아내고 있다며 말씀하신 적이 있으십니다. 이는 한 학생에게 온전히 몰입하여 본인의 음악을 열정적으로 다 쏟아부으신다는 말씀이시죠. 이처럼 누구보다 열렬히 본인의 열정을 태우며 무대와 교육현장에서 힘쓰시는 모습들이 지금의 제가 있을 수 있는 원동력이라 생각합니다.”

끊임없이 도전하며 성장하는 음악가

프로코피예프 전곡 소나타 연주,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 시리즈 등 그의 연주를 감상한 수많은 관객은 바이올리니스트 송지원에 대해 ‘성장하는 음악가’, 또는 ‘끊임없이 도전하는 음악가’라고 표현한다.

“혹시, ‘예당아저씨’라고 들어보셨나요? 그 분은 예술의전당에서 1년에 200회 이상의 독주회를 관람하는 클래식 애호가로 음악을 전공하지 않은 비(非)전공자로 알려져 있는데요. 작년 독주회를 마치고 제가 출강하고 있는 학교에 택배가 왔는데, 확인해보니 ‘예당아저씨’의 손편지와 함께 [예당아저씨의 음악이 야기]란 책이 예쁘게 포장되어 있더라고요. 편지에는 작년 독주회에 대한 감상평과 함께 저의 연주를 통해 책을 집필하게 되었다며, 감사와 응원의 메시지가 담겨있었습니다. 당시 공연에서는 N. Paganini <Introduction and Variations on ‘Nel cor piu non mi sento’ for Solo Violin>으로 공연을 마친 뒤, 먼저 하늘나라로 간 친구를 추모하기 위해 C. F. Gounod <Ave Maria>를 앵콜곡으로 연주했는데요. 그분은 저의 파가니니 연주가 궁금해서 왔다가 앵콜곡에 감동받았다며 진심을 담아 편지를 써주셨습니다. 이처럼 누군가 제 연주에 깊이 공감하며 함께 감정을 나눌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이렇게 진심을 담은 뜻밖의 선물로 다가와 너무 기쁘고 이런 게 연주하는 보람이구나 느꼈습니다. 이처럼 연주회를 보러온 청중 중 한 사람이라도 감동을 받는다면, 그것이야말로 가장 보람찬 일이 아닐까요? 연주자로서 청중과 음악 안에서 소통하고 교류할 수 있다는 것이 끊임없이 제가 무대에 서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합니다(웃음).”

‘현재’가 아닌 ‘미래’

이처럼 독주는 물론, 다양한 앙상블의 멤버로 활발한 연주 활동을 전개해나감과 동시에 서울대, 한양대, 세종대, 예원학교, 서울예고, 선화예중·고, 덕원예고, 부산예중 등 많은 학교에 출강하시며 후학양성에 열정을 쏟고 있는 송지원. 그는 함께 음악가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어린 음악학도들을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지난 2020년부터 현재까지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슬럼프에 빠진 학생들을 많이 보게 되었습니다. 전국 예중·고의 학생들은 어린 나이부터 실기시험과 콩쿠르 등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곤 합니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 이후 목표 상실 및 부재와 의욕 저하로 사춘기를 겪고 있는 학생들은 많은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이에 학생들에게 현재를 보지 말고 미래를 보라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당장 눈앞의 결과와 점수, 입시에 연연하지 말고 자신의 음악, 자신의 소리를 들으며 스스로 돌아보고 보완 및 발전하는 시간을 가지시길 바랍니다.”

앞으로의 10년을 기대하며

2012년부터 2022년까지 지난 시간을 되짚던 그에게 앞으로의 10년은 어떤 의미일지, 그 기대와 설렘의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10년이란 시간이 지났다는 걸 가장 느끼는 때가 언제냐고 물으신다면, 체력과 실력 등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제가 가르쳤던 학생이 이제 유학을 마치고 귀국을 할 때 가장 느끼는 것 같아요(웃음). 현재 제가 악장으로 참여하고 있는 함신익과 심포니 S.O.N.G에도 제자와 함께 참여하고 있는데요. 사제지간에서 음악적 동료로 함께 무대에 오르니 감회가 새롭더라고요. 이처럼 제자들과 함께 무대에 올라 함께 연주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저 역시 지금까지 잘 이어왔듯, 연주력을 잃지 않고 꾸준히 성장할 수 있도록 더 노력할 것입니다.”

한편, 그는 2월 17일(목) 임헌정 지휘로 포항시향과의 P. I. Tchaikovsky <Violin Concerto> 협연을 비롯하여 화음챔버오케스트라와 함신익과 심포니 S.O.N.G, 대전챔버오케스트라, 서울비르투오지챔버오케스트라의 연주소식을 전하며 본 인터뷰를 마쳤다. 음악을 향한 꺼지지 않은 열정으로 다양한 무대와 교육현장에서 빛을 발할 그의 발걸음에 많은 이들의 귀추가 모아지고 있다.

(서지나 기자/musicnews@musiced.co.kr)

｜바이올리니스트 송지원｜

• 서울예고, 서울대 음악대학 학사 및 석사 졸업

• 독일 쾰른 음악대학 최고연주자과정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

• 세계일보 콩쿠르 대상을 비롯하여 KBS신인음악 콩쿠르, 조선일보 콩쿠르, 부산음악 콩쿠르, The Canetti International Violin Competition(Lisbon, Portugal), Lions-Music International Competition in Hessen(Germany) 등 국내외 주요 콩쿠르에서 수상

• 독일 함부르크 심포니 제1바이올린 수석, 뒤셀도르프 심포니 제2바이올린 수석 역임

• 현재 서울대, 한양대, 세종대, 예원, 서울예고, 선화예중·고, 덕원예고, 부산예중 출강, 함신익과 심포니 S.O.N.G 악장, 대전챔버오케스트라 악장, 화음챔버오케스트라, 서울비르투오지챔버오케스트라 멤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