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교육신문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특별한 악기,
해금을 알리다


<Beyond the world>는 ‘국악과 클래식의 만남’이라기 보다
‘해금의 세계화’에 포커스!
3월 30일 대구 수성아트피아, 4월 6일 서울 예술의전당 개최

 “해금과 같은 악기는 전 세계적으로 분포되어 있습니다. 해금은 북쪽 기마민족에 의해서 고려시대에 전해져 한국의 독특한 악기로 발전되었는데, 비슷한 류의 악기들은 몽고의 마두금과 중국의 얼후를 비롯해서 아랍, 인도네시아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고 서양의 바이올린도 같은 기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해금 같은 독특한 음색의 악기는 세계 어디서도 찾아보기 힘들만큼 특별한 악기입니다. 저는 이런 독특한 음색을 세계인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해금 연주자 여수연-

해금을 만나다
 어려서부터 무엇이든 좋아하는 분야에 있어서는 빠른 성장을 보이던 아이였다. 모친의 영향으로 일찍이 음악과 친밀해졌고, 음악 중에서 피아노와 가장 처음으로 대면했다. 그는 대구태생이다. 어려서부터 집에서 서울까지 레슨을 오가며 힘들고 두려움이 컸던 것도 사실이었지만, 노력과 열정을 통해서 음악의 길을 꾸준히 이어나갔다. 
 피아노로 수준급의 실력을 갖춘 그는, 중학교 1학년 대구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의 협연무대를 끝으로 피아노와 작별을 고했다. 그 후 바이올린을 만나게 됐는데, 바이올린은 해금과의 만남에 있어서 교량적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양악과 국악은 음간의 간격이 다르다. 평균율에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에 국악의 음계가 익숙치 않았다. 또한 악보도 다르다. 고 2라는 다소 늦은 시기에 만난 해금이 당시로서는 낯설었다.
 “다른 또래 친구들을 봤을 때, 그들은 처음부터 국악을 만나 국악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친 친구들이 대부분이었지요. 친구들은 그랬는데, 저는 달랐습니다.”
 그러나, 평소 싫증을 금방 느끼는 편이지만 본인이 좋아하는 분야에는 몇 배의 집중을 쏟아내고, 놀라운 효과를 거둬내고야 만다. 그런 그에게 해금은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따라서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다.
 “인문계 고등학교에 다니다가 본격적으로 해금공부에 몰두하기 위해 경북예술고등학교로 전학을 결정하였습니다. 다소 늦은 만남이었기 때문에 잘 할 수 있을지 걱정도 되었지만 다행히 훌륭한 은사님을 만나 기본기부터 탄탄하게 다져나갈 수 있었습니다.”
 특목고에 진학할 수 있을 정도로 공부도 잘했다. 따라서 기본을 탄탄하게 다진  그는, 단기간의 경력으로 서울대에 입시 도전장을 던질 수 있었고, 당당히 합격했다. 
 입시준비 위주의 국악만을 접하던 그에게 대학 진학 후 만난 다양한 장르의 음악과 연주회는 늘 흥미로웠다. 더불어 만나게 된 은사들 또한 특별한 은인이다. 즉 훌륭한 스승들을 통하여 해금의 진정한 매력을 깨닫는 순간부터 해금에 대한 재미는 더욱 배가됐고, 점점 더 빠지게 됐다고 한다. 그를 지켜본 교수들은 “여수연은 대기만성형 연주자”라고 한다. 점진적인 성장은 스스로에게도 느껴졌고, 외부에도 인식된 셈이다. 
 ”특히 저희 어머니께서는 합리적인 설득과 비전을 통해 저를 해금 연주자의 길로 인도하셨습니다. 세계 속에서 국악의 밝은 장래성을 내다보신 거죠.“
 스스로의 삶 또한 열정적으로 임하는 모친은 늘 현명한 가이드 라인을 제시해주는 조언자이면서 가장 든든한 후원자라고 한다.
 좋은 은사를 만난 탓, 모친의 현명한 가이드 라인 제시 탓 이라며 겸허하게 자신을 알리지만, 무엇보다 지금의 결과는 스스로 몇 배의 노력과 효과를 거둔 연유가 자명하다.

나를 이끌다
 해금 연주자 여수연은 대구 경북예술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이어 서울대학교에서 해금을 전공해 학사와 석사 학위를 받았고,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국립국악원 창작악단의 단원이며, 서울대학교 국악과에 출강하고 있다.
 2010년에는 뉴욕에서 열린 제 2회 산조페스티벌에 참가해 논문(Transition in Performance: The role of Bongjangchwi in contemporary Sanjo)을 발표했는데, 연주자로서 접근할 수 있는 전통음악의 연주 경향에 대해서도 분석해 좋은 현지 반응을 얻어냈다. 이어 2011년에는 1년간 미국 하와이대학교 민족음악학과에 교환연구원으로 초청되어 작곡과 워크샵과 독주회, 한국음악 특강 등 다양한 음악활동을 펼쳤다.
 이밖에도 지금껏 여러 차례의 개인발표회와 연주회를 통해서 다양한 장르의 해금 작품들을 소개해 왔으며 또한 그동안의 창작음악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 성과를 앞으로의 시대에 맞는 음악으로 발전시키는 작업에 심도 있게 다가갈 예정이다. 전통의 보존만큼 새로운 전통을 만들어 내는 일 또한 중요하기 때문이다.
 “창작음악은 가장 포인트를 두는 부분입니다. 정악, 민속음악, 창작음악으로 크게 세분화되는 국악원에서 저는 창작악단에 소속돼 있습니다. 다른 음악도 좋아하지만 특별히 잘 할 수 있는 분야일 것 같았습니다.”
 창작음악이 그에게 큰 메리트가 되는 이유는 어릴 때 익혔던 서양음악이 밑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양악부터 국악까지 섭렵한 여수연 해금을 우리나라에도 더욱 알릴 생각이며, 더불어 세계 무대로도 확장시킬 계획이다. 그 일환으로 계획한 무대 또한 곧 펼쳐진다.

<Beyond the world>
 <Beyond the world>는 단순히 ‘국악과 클래식의 만남’에 의미가 있다기 보다는 ‘해금의 세계화’에 좀 더 포커스가 맞춰진다. 그동안 본인이 지속적으로 교류해온 작곡가들의 작품, 그리고 하와이 대학교에서 1년간 연구원으로 체류하면서 함께 작업했던 작곡가들과 함께 만든 악곡을 해금에 맞게 편곡한 작품도 선보일 예정이다. 3월 30일 오후 7시 30분 수상아트피아 무학홀과 4월 6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에서 개최된다.
 하와이 대학교 작곡과 교수인 Donald Womack과 Thomas Osborne, 벨기에 작곡가 Baudouin De jaer, 재미 한국 작곡가 김지영, 에스토니아 작곡가 Arvo Pa(여기에 움라우트)rt, 일본작곡가 Kuribayashi Hideaki(栗林秀明) 등 다양한 세계음악가들의 음악을 위촉·초연 또는 편곡·초연하는 무대이다. 가야금, 장구를 비롯해 피아노, 첼로, 현악 4중주와 해금의 다양한 협연으로 꾸며지는 획기적인 기획력의 해금 창작곡 연주회다. Thomas Osborne의 작품 ‘Trembling Light(위촉 한국초연)’를 시작으로, Baudouin de Jaer의 ‘Solo Haegeum(편곡 초연)’, 김지영의 ‘해금과 현악 사중주를 위한 Engraft(위촉 세계초연)’, 이정면의 ‘해금과 현악 사중주를 위한 활의 노래(편곡 초연)’, Arvo Part의 ‘Spiegel im Spiegel(편곡 초연)’ , Kuribayashi Hideaki (栗林秀明)의 ‘E-mu’(?夢(편곡초연), Donald Reid Womack 작곡 Sori(위촉 한국초연) 등 전곡 초연작들로 구성된다.
 “두 곡은 지난해 10월 하와이 독주회 때 선보인 작품입니다. 당시의 에피소드가 아직까지 저에게 선명한 인상으로 남아있는데요, 어느 토요일 오후 아무도 학교에 오지 않을 시점, 개인적인 일로 학교에 방문한 저는 연습실에서 귀에 익은 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연습실을 들여다보니 다가올 자신의 독주회에 게스트로 출연하기로 했던 두 명의 연주자 Donald Reid Womack과 I-Bei Lin, 두 교수가 여수연의 무대를 위해 호흡을 맞추고 있었다. 프로의식이 강한 그들은 독주회의 ‘게스트다‘라는 의식보다는 ’나의 연주다‘라는 마인드로 매사 임한다고 한다. 이 에피소드는 여수연에게 ’인식의 전환‘을 제시해 준 사건이 된다.
 “저 또한 음악에 대한 진정한 책임감과 프로의식을 가지고 무대에 임하고 싶습니다. 특히 이번 무대는 ‘여수연의 음악’을 찾는 분들이 아닌, ‘예술의전당을 찾는 분들’에게 어필하고 싶은 연주회입니다.”
 진정 음악만으로 정면 승부하고 싶다는 이야기다.

세계를 향한 도전, 하와이에서의 1년
 국악전공자가 해외에서 연수를 받기란 흔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끝없는 배움과 열정이 그를 그곳으로 인도했다. 지난 1년간 하와이 대학교에서 비지팅 스칼라로 지내면서 그는 음악에 대해 새로운 정의를 내리게 됐다. 음악이란 바로 ‘소통’이라는 것이다.
 “해금을 처음 보는 사람들도 있었기 때문에 악기에 대해서 설명을 많이 해줘야 했습니다. 사람들에게 해금에 대해 알릴수록 점점 이 악기에 애착을 보이더군요. 작곡에 있어서도 서로의 디테일한 의견을 존중하면서 수용했습니다. 그야말로 음악 안에서 진정한 소통과 교류의 장을 펼쳤던 시간들입니다. 그리고 그로인해 탄생한 작품들이 오는 무대에 펼쳐지는 것입니다.”
 그저 한국에 가만히 있으면서 해금이 세계화되기를 바란다는 것은 탁상공론이다. 외국에서, 혹은 해외 음악인들과 소통, 교류를 통해서, 직접적으로 알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여수연이 떠난 지난 1년 간의 시간들은 이러한 취지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하와이 대학교는 동양음악을 중요시 인식하는 풍토가 조성되어 자신의 꿈을 실현시키기에 충분한 곳이었다. 일본, 중국, 인도네시아 등 다채로운 곳곳의 동양 음악들을 직접적으로 접할 수 있던 계기도 됐다.
 “해금은 악기가 가진 표현력이 상당합니다. 작은 울림통에 오직 두 줄 뿐인데, 어떻게 이러한 표현력을 가질 수 있을까 싶어요. 이 악기를 가지고 외국 작곡가들과 작업하면 모두들 ‘어매이징’하다는 표현을 금치 못합니다.
 하와이 대학의 고고학 교수 Robert J. Littman은 ‘plantive(구슬픈)’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습니다.”
 세계에는 아직 한국의 ‘해금’보다 중국의 ‘얼후’가 많이 알려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여수연은 해금만의 독창성을 세계적으로 전파시키려는 야심찬 포부를 품고 있다. 국악기 중에서도 조율에 한계가 없기 때문에 서양악기와 호흡을 맞추거나 협연하기에도 가장 좋은 조건을 갖춘 악기이기 때문이다.

후학들에게...
 “후학들에게 제 노하우를 전수하자면 그것은 단 한 마디로 귀결됩니다. ‘연습’입니다. 꾸준한 연습이 가장 중요하고, 재능보다 노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박사과정 입학시험을 준비할 때는 직장을 다니면서 자투리 시간에 연습을 했는데, 그 시기는 자신의 수명이 단축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할 정도로 고된 자신과의 싸움이었다고 회상한다. 영어공부는 반드시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영어란 선택적인 공부이지만, 선택했을 경우 인생 안에서 선택할 수 있는 범위 또한 넓어지기 때문이다.

 해금의 가장 큰 매력은 감정을 많이, 잘 표현할 수 있는 데에 있다고 전한다. 원하는 것을 100% 표현하기란 힘든 일이지만, 해금은 특히 말로 하지 못하는 것들을 충분히 표현할 수 있는 무한 통로가 되어준다. 이로써 사람의 마음 또한 움직일 수 있다고 부연한다. 
 점점 개인화 되어가는 시대적 흐름에서는 마음의 평화와 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여수연은 자신의 음악이 마음의 치유를 가져다주기를 소망한다. 그에게 음악이란 소통이다. 현대 사회는 SNS로 대변할 만큼 소통이 중요하다. 그는 자신의 음악을 통해 여러 사람과 소통될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허소민 기자/musicnews@music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