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교육신문

섬세한 음색과 풍부한 음악성으로 청중의 마음을 사로잡는 바이올리니스트 서주희의 오는 5월 27일(화) 오후 7시 30분 GS칼텍스 예울마루 소극장에서 열리는 독주회 ‘시대의 멜로디’를 앞두고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독주회 시리즈의 네 번째 공연으로 다양한 시대의 작품을 통해 클래식의 아름다움을 전하는 서주희의 음악적 철학과 예술 여정에 대해 들어보았다. 다음은 일문일답.

먼저, 오는 5월 27일(화) GS칼텍스 예울마루 소극장에서의 독주회를 축하한다. 본 공연을 앞둔 소감은 어떠한가.

학창 시절에는 배움을 충실히 표현하는 데 집중했다면, 이제는 그 토대 위에 저만의 새로운 해석과 보다 자유로운 표현을 더하고자 합니다. 또한, 관객들의 감상을 돕기 위해 매 독주회 프로그램은 시대별로 구성하여 다채로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기획하고 있습니다. 무대에 서는 순간은 언제나 설렘과 책임감이 공존하지만 다양한 시대의 음악적 표현과 풍부한 음향을 통해 관객들이 클래식을 친근하게 느낄 수 있는 소통의 장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이번 연주회는 ‘시대의 멜로디’라는 부제를 담고 있는데 선정한 특별한 이유나 배경이 있는가.

봄의 생기와 활력을 담아낸 베토벤의 ‘봄’ 소나타를 시작으로, 브람스의 서정적인 가곡 ‘비의 노래’에서 영감을 받은 비의 소나타, 그리고 사라사테 특유의 화려한 기교와 정열적인 표현이 돋보이는 동시에 집시 특유의 애수와 향수가 깊이 배어있는 ‘지고이네르바이젠’, 다채로운 주법과 풍부한 음색의 변화를 선사하는 드뷔시의 작품까 지, 시대를 아우르는 프로그램을 구성했습니다. 이 모든 작품은 청중들이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는 친숙한 멜로디를 품고 있으며 각시대를 대표하는 작품을 한 곡씩 엄선하여 음악사의 흐름을 한 무대에서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본 연주회 프로그램의 각 작품에 대한 간단한 설명과 함께 청중들이 주목하면 좋을 감상 포인트에 대해 소개 부탁한다.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5번>은 작곡가가 자신의 청력 상실이라는 인생의 비극적 전환점을 맞이한 시기에 탄생했습니다. 깊은 절망과 고독 속에서 탄생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이 소나타는 놀랍게도 밝고 생명력 넘치는 음악적 세계를 펼쳐 보입니다. 이러한 역설적 대비가 작품의 깊이를 더하며 청중들은 이 작품에서 베토벤의불굴의 정신과 예술적 승화를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드뷔시는 인상주의 음악의 선구자로서 전통적인 화성 개념을 넘어 소리 자체를 하나의 ‘음향적 팔레트’로 활용하는 혁신적인 접근을 보여줍니다. 특히, <바이올린 소나타 사단조>는 바이올린의 다양한 주법을 통해 표현되는 하모닉스의 환상적인 음색, 섬세한 트레몰로의 떨림, 포르타멘토의 우아한 흐름, 그리고 글리 산도의 다채로운 음색 변화는 마치 화가의 붓 터치처럼 풍부한 음악적 색채를 선사합니다. 이러한 음향적 실험과 감각적 표현이 만들어내는 독특한 음악 세계에 집중하시면 더욱 깊은 감상이 가능할 것입니다.

 브람스의 <1번 소나타>는 제가 특별히 애착을 가지고 준비한 작품으로, ‘비의 소나타’라는 부제가 있지만 단순히 우울하거나 스산한 분위기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잔잔한 평온함 속에 깃든 깊은 성찰과 그리움, 그리고 섬세한 낭만적 정서가 이 작품의 진정한 매력입니다. 이 작품에서는 특히 슬픔과 위로, 그리움과 희망이 공존하는 브람스 특유의 복합적인 감성을 경험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사라사테의 대표작인 <지고이네르바이젠>은 스페인 집시들 사이에 전해지는 무곡을 소재로 바이올린의 여러 기법과 표정을 더해 만들어진 바이올린 독주곡입니다. 화려한 테크닉과 어려운 음악적 표현 덕분에 난곡으로 유명한 작품이며 집시들의 정렬과 애수, 우울이 담겨있습니다. 집시 음악 특유의 자유로운 리듬과 즉흥적인 느낌, 그리고 깊은 감정선을 담아내기 위한 저의 해석을 통해 청중 여러분께서 이 곡이 지닌 독특한 매력을 온전히 느끼실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이번 연주회에서는 지난 2023년 듀오 리사이틀에서 호흡을 맞춘 피아니스트 김동준과 다시 한 번 무대에 오른다. 두 사람이 함께 음악을 빚어낼 때 가장 중점에 두는 부분은 무엇인가.

서로 각 장점들을 부각시키면서 작곡자의 악곡을 완전하게 이해하고 작곡가의 생각을 제대로 전하고자 합니다. 악기별 서로의 균형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둘 다 독일에서 수학했기에 연주 스타일이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크게 다르지 않아 함께 연주할 때 호흡하기에 편한 피아니스트입니다. 이러한 음악적 교감과 서로에 대한 깊은 이해가 무대 위에서 자연스럽게 피어나는 순간, 청중들도 함께 그 진정성 있는 울림을 경험하게 되리라 기대합니다.

현재, 트리오 제이와 앙상블여수 음악감독이자 오케스트라 더여수의 악장으로서 다양한 무대에서 연주 활동을 펼치고 있는데 앙상블 연주와 독주는 각각 어떤 매력이 있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앙상블 연주는 마치 다양한 악기들이 함께 그려내는 음악적 풍경화와 같습니다. 개인의 색채보다는 서로의 호흡을 느끼며 하나의 아름다운 그림을 완성해가는 과정이죠. 각기 다른 음색과 개성을 지닌 악기들이 만들어내는 조화로운 울림, 그 아름다운 하모니가 실내악의 진정한 매력이 아닐까 싶어요. 반면 독주는 캔버스 앞에 홀로 선 화가처럼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펼쳐나가는 여정입니다. 테마 구상부터 연주의 마지막 순간까지 모든 결정과 표현이 온전히 제 손에 달려있어 더 큰 자유를 누리는 동시에, 무대 위 고독한 여행자와도 같은 내면의 깊은 몰입과 책임감을 느끼게 합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독주회 이후 앞으로의 계획 및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

연주자로뿐만 아니라 교육자로서 학생들 수업을 하다 보면 사명을 많이 느낍니다. 강의와 연주를 병행해 나가는 과정이 녹록지 않지만 학생들에게 더욱 직접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연주 활동도 활발히 할 계획이며, 저와 함께 공부하는 학생들이 각자 자기 위치에서 잘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연주 실력이 도태되지 않도록 다양한 연주를 준비하고 관객과 소통하는 연주자 되고 싶으며 연주자, 교육자로서의 역할 뿐만 아니라 제 삶의 균형을 잘 잡아 나가는 것 또한 제 하나의 목표입니다.

(이영주 기자/musicnews@musiced.co.kr)

​

｜바이올리니스트 서주희｜

• 독일 베를린 국립음대(UdK)학사, 석사, 전문연주자과정 최우수졸업 

 Berliner Philharmonie, Konzerthaus Berlin, Zitadelle Spandau, 독일, 체코, 폴란드 등에서 연주 

 Brandenburgisches Staatsorchester Frankfurt 장학생, Brandenburger Symphoniker 단원역임 

 목포시향, 오케스트라 디 오리지널 객원 수석역임 

 우크라이나 체르니우치 오케스트라 협연 

 2026 여수세계섬박람회 대사 초청연주 

 현) 한국창의예중, 선화예고, 계원예중, 계원예고, 인천예고, 여수 예술영재 교육원 출강, 트리오제이, 앙상블여수 음악감독, 오케스트라 더 여수 악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