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교육신문

​음악은 때로 건축처럼 쌓인다. 점 하나, 선 하나가 만나 구조를 이루고 그 구조는 공간을 만들어 내는데, 오는 5월 29일(목) 오후 7시 30분 푸르지오 아트홀에서 열리는 작곡가 이문희(한양대 교수)의 작곡 발표회 ‘소리건축사무소’는 음악과 건축이라는 두 예술의 언어가 교차하는 지점을 탐색하는 무대가 될 것이다. 이번 발표회는 단순히 연주로만 구성된 무대가 아닌 작곡가 스스로의 사유를 직접 풀어내는 독창적인 연주를 통해 청중은 ‘소리’가 하나의 건축 구조로 어떻게 확장될 수 있는 지를 경험하게 된다. 작곡이라는 창작 행위를 설계와 시공의 개념으로 바라보며 음악이 공간을 만들고 청중은 그 안을 거닐듯 감각하는 특별한 예술적 흐름을 경험하게 될 예정이다. 이에 이문희는 이번 무대를 통해 자신만의 음악적 사유를 더 깊고 입체적으로 펼쳐 보일 것으로 고대된다.

“감사하게도 지난 학기부터 제 모교에서 교육자라는 타이틀로 후배들과 함께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어 매우 뜻깊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학생들과의 수업을 통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동시에 이번 작곡 발표회를 위해 곡 작업에도 열정을 다하며 창작과 교육, 두 영역이 서로에게 좋은 자극이 되어주는 소중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소리건축사무소’라는 제목에서부터 이번 작곡 발표회가 단순한 연주회를 넘어서는 의미를 담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특히, 강연과 연주가 결합된 형식이 인상적인데, 이번 무대가 기획된 배경과 함께 제목에 담긴 의미는 무엇인가.

‘건축’은 저에게 단순한 관심사 그 이상이었습니다. 어릴 적부터 공상 과학 영화 속의 독특한 건축물에 매료될 뿐 아니라 건물을 짓는 게임이나 건축 잡지를 모으며 새로운 공간을 상상하는 데 큰 즐거움을 느꼈습니다. 당시에는 그저 흥미로웠던 일이었지만 작곡가로 살아오며 돌아보니 그 관심이 제 안에 깊숙이 자리해 있었고 음악 속에도 자연스럽게 녹아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번 작곡 발표회는 그 관심의 원점으로 돌아가 제 음악을 다시 들여다보는 시도입니다. 음악은 결국 소리를 구조적으로 쌓아 올리고 시간 속에 질서를 부여해 하나의 공간을 만들어내는 작업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러한 점에서 건축과 매우 유사하 죠(웃음). 이전의 발표회들과는 조금 다른 결을 지닌 이번 무대는 무의식 속에 있었던 건축적 감각과 시선을 좀 더 의식적으로 꺼내 저의 작곡 세계를 구성하고 있는 토대에 대해 스스로 질문을 던져보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소리’라는 재료를 통해 새로운 구조를 탐색하고 그 안에서 가능성을 발견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이번 공연을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교수님께서는 학창 시절부터 건축물에 관심이 많으셨다고 들었는데, 이러한 시각적이고 구조적인 관심이 음악이라는 언어와 어떻게 연결되었는지 궁금하다.

저에게 작곡은 단순히 음을 배열하는 작업이 아닌 음과 리듬, 다양한 악기들의 주법, 음향 등 다양한 재료들을 하나의 형식 안에서 조화롭게 엮어가는 과정입니다. 그러한 점에서 음악은 건축과 매우 닮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건축이 구조와 공간의 틀 안에서 재료를 배치하고 조립해나가듯 음악도 각 요소들을 쌓고 맞물리게 하며 하나의 세계를 완성해나가는 작업이니까요. 어릴 적, 건축 잡지를 오려 공책에 붙이고 새로운 도시를 설계 하는 게임을 즐겼던 그 시절의 감각들이 지금의 작곡 방식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느낍니다. 음악과 건축의 관계는 단지 유명한 작곡가나 건축가의 명언을 통해서가 아닌 제가 직접 작품을 만들어 가는 실제 과정 속에서 훨씬 더 실감나게 다가옵니다. 음 하나, 소리 하나가 배치되고 쌓여가며 전체 구조를 이룰 때, 그 안에 흐르는 리듬과 균형감은 어릴 적 제가 상상했던 도시의 모습과도 어느 지점에서 맞닿아 있는 듯해요.

이번 발표회에서는 <Build...ing>, <소리축조>, <gehrytic facade> 등과 같은 작품을 통해 건축적 개념이 직접적으로 반영된 음악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 곡들에 대한 간단한 소개 및 감상 포인트와 함께 본 공연을 통해 청중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인지 답변 부탁한다.

이번 발표회에서는 총 다섯 곡이 연주되며 그중 2부에서 초연 되는 <Build...ing>, <소리축조>, <gehrytic facade>는 건축적 개념을 직접적으로 다룬 작품입니다. <Build...ing>은 건설 현장의 다양한 소음을 타악기를 통해 표현한 곡으로 금속의 충돌음이나 기계음 등 비전통적인 소리들을 통해 실제 공간이 세워지는 순간을 그려보고자 했습니다. 다음으로 <소리축조>는 젠가 블록을 쌓듯 음형을 조합하고 반복하며 구조를 형성해가는 작품인데 소리의 축적과 변화가 어떻게 긴장감 있는 흐름을 만들어 내는지에 주목해보시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gehrytic facade>는 건축가 프랭크 게리의 건축 언어를 음악적으로 풀어낸 곡으로 불규칙 성과 유기적인 흐름 속에서 나름의 질서를 찾아가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각 작품에 앞서 간단한 렉처를 통해 건축 개념과 음악적 구현 과정을 설명드릴 예정이며 감상 포인트도 함께 나눌 계획 입니다. 이번 공연은 특정 메시지를 전달하기보다는 작곡가로 성장해온 제 안의 관심과 감각이 어떻게 음악적 언어로 형성되어 왔는지를 보여드리는 자리입니다. 어릴 적부터 자연스럽게 스며들어온 건축에 대한 흥미와 시각들이 결과적으로 지금의 창작 방식과 세계를 이루는 중요한 축이 되었음을 청중들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작곡가이자 교육자로서 학생들과 마주하고 계신 요즘, 교육자로서의 고민이나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가치가 궁금해진다. 또한, 학생들과는 어떤 방식으로 음악적 소통을 이어가고 계신지 궁금하다.

요즘은 인스타그램 같은 SNS를 통해 학생들과 소통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격의 없이 대화를 나눌 수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가까워지는 부분도 있고 요즘 학생들의 생각이나 소통 방식을 이해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세대 차이가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이지만 지금 세대와 진정성 있게 연결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 생각하고 있어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수평적인 관계 속에서 함께 성장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교수와 학생 간의 관계가 다소 수직적으로 느껴지기도 했지만, 현재는 서로 에게 배움을 주고받는 동반자적 관계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학생 들을 가르치며 오히려 제가 배우는 점도 많고 예기치 못한 아이디 어나 통찰을 얻게 될 때도 자주 있는데 앞으로도 서로 협력하고 학문하며 함께 성장하는 것이 저의 교육관입니다(웃음).

마지막으로 이번 발표회를 마친 이후 계획하고 계신 다음 행보에 대해 설명 부탁한다.

우선, 하반기에는 두 곡의 신작 초연을 준비 중이며 교육자로 서도 변함없이 제 역할에 충실할 계획입니다. 이와 함께 개인 작곡 발표회는 2년 주기로 준비해오고 있는데 2027년에도 또 한 번의 무대를 구상 중입니다. 앞으로도 창작과 교육, 두 영역 모두에서 의미 있는 흐름을 이어가며 저만의 음악적 여정을 꾸준히 이어 가고자 하며 이러한 여정에 지속적인 관심과 응원을 보내주신다면 큰 힘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안나영 기자/musicnews@music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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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가 이문희｜

 한양대 작곡과, 독일 뤼벡음대 석사, 독일 뮌헨음악연극대 최고연주자과정 졸업

 서울예술상, 포르쉐 프론티어상, 대한민국작곡상 최우수상, 국제박영희작곡상 1등상, 홍콩국제타악기작곡콩쿠르 2등 수상, 2018 파안생명나무작곡가 

 현) 한양대 음악대학 작곡과 조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