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연주자 및 예술인들과의 만남을 들려드립니다.제목 | <만나봅시다> 안경은의 체계적 음악교육 : 디테일로 완성하고 무대에서 안정감을 더한다 | ||
---|---|---|---|
작성일 | 2025.03.28 | 작성자 | 음악교육신문사 |
서울 서초동 예술의 전당 근처는 유독 다채로운 예술가들이 삼삼오오 모여 소통할 기회가 잦은 곳이다. 이곳에 특별한 음악 클래스가 있다고 하여 주목해 보았다. 서초, 강남, 반포 등의 수강생들을 아우르며 전공생 뿐만 아니라 국제학교 재학생, 직장인, 전문직까지 폭넓은 연령층을 수용하고 있는 피아니스트 안경은 클래스는 수강생들의 높은 만족도를 자랑한다. 봄 시즌 콩쿠르 준비로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피아니스트 안경은을 만나 그녀만의 차별화된 피아노 연주 기술법의 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음 하나 틀린 것에 일희일비 하는 것이 아닌 음악의 움직임과 흐름에 더욱 집중하라고 이야기합니다. 수영을 배울 때 하나하나의 정확한 동작보다 가라앉지 않고 앞으로 가는 것부터 배우는 것처럼 피아노도 큰 음악적 흐름을 목표로 연습 하면 이로 인한 즐거움과 정확도는 자연스레 따라오게 됩니다. 스스로 즐겁게 연주했을 때 삶 속에서 음악이 좋은 경험으로 오랫동안 자리 잡게 되는 것이죠.”
Touch! 피아노를 만지다
음악학원이 넘쳐나는 현실에서 이곳은 성공적인 운영으로 정평이 나 있다. 피아니스트 안경은 클래스가 성공적인 입시와 콩쿠르 결과를 이룩하고 수준 높은 음악학도를 양성할 수있는 것은 ‘수평적 흐름으로 악보 읽기’, ‘건반을 만지는 듯한 터치’ 등 그녀만의 독특한 접근 방식 때문이다.
“전공의 유무와 상관없이 수강생들에게 제일 먼저 강조하는 것은 수평적 악보 보기입니다. 이는 계이름 하나하나를 수직으로 읽어가며 맞고 틀림을 가리는 것이 아닌, 음표들의 ‘움직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그 동선을 파악하는 것인데요, 곡의 흐름을 파악하여 강조해야 할 부분을 표현하고 프레이징을 나눠 마무리만 해줘도 훌륭한 음악이 됩니다. 이것이 바로 음표가 아닌 ‘악보’를 읽는 법이죠.”
또한 좋은 음악을 연주하는 효율적 방법으로 그녀가 무엇 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건반에 다가가는 방식인데 그것은 바로 터치(Touch)이다.
“피아노는 건반을 치는 것이 아니라 ‘만지는’ 악기입니다. Touch는 만지다라는 의미처럼 손끝의 면적을 넓게 이용하여 건반을 만지는 촉감을 익혀야 부드럽고 깊이 있는 소리를 낼 수 있지요. 피아노를 배워 보신 분들이라면 ‘손으로 계란을 쥐듯이’ 하라는 이야기를 익히 들어 보셨을 텐데요. 이는 70년대부터 이어진, 손가락 끝을 당겨올 힘이 부족한 아이들을 위해 손가락을 세워서 위에서 아래로 떨어뜨리도록 가르쳤던 방식입니다.
저는 이런 타악기적으로 ‘치는’ 소리가 아닌 ‘노래하는’ 소리를 내기 위해 손끝의 넓은 면적을 통하여 건반 움직임의 정도를 예민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하고, 몸의 성장과 함께 자연스레 손가락 끝을 당겨올 힘이 자라면 충분히 깊은 소리가 나도록 이끌어줍니다. 손가락을 당겨서 힘을 전달하는 것이야말로 갓 태어난 아기 때부터 가능한 가장 자연스러운 손 사용 방법이니까요. 건반이 수직으로 움직인다고 손을 건반에 맞춰 수직적인 움직임을 할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건반 위에 올려둔 손끝을 둥글게 당겨오는 것만으로 건반은 이미 내려가 있으니까요.”
“좋은 연주는 이렇게 완성된다” 안경은만의 핵심 키워드 1,2,3
그녀는 음악은 하나의 언어이고 그러기에 말과 동일한 특성을 가진다고 얘기한다.
“본인이 하고 싶은 말을 상대방이 이해할 수 있도록 정확 하게 전달할 때 사람들은 ‘저 사람 말 참 잘한다’ 라고 하는데 요, 이처럼 음악도 표현하고자 하는 내용이 듣는 이에게 명확하게 전달됐을 때 ‘잘한 연주’라고 느낍니다. 보통 사람들이 좋은 연주라고 판단하는 근거로는 첫째로 소리, 둘째 테크닉, 셋째 음악성을 꼽는데요, 저는 이 모든 것이 전달력이라는 공통 목표를 가진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전달력 있는 소리를 위해서는 모든 음을 고르게 치는 것이 아닌 중요한 소리와 덜 중요한 소리를 구별하여 ‘강세의 차이’를 만들어야 합니다. 악보상 수직적으로는 외성이 내성보다 중요하고, 수평적으로는 중요 화음에 걸리는 무게감이 지나가는 음들보다 더 있어야겠죠. 이것들이 확연한 차이를 둘 때 깔끔하고 명확한 전달이 가능해집니다.
이러한 소리의 세기를 표현하는 도구로써 손끝, 손 전체, 앞팔, 윗팔과 날개뼈 등 몸의 다양한 무게를 활용하는데 건반을 힘으로 누르는 것이 아닌, 몸의 각 부위들의 무게를 느끼고 활용하는 것이 기술, 즉 테크닉입니다. 또한, 테크닉과 연주 속도는 별개인데 이는 학생들이 흔히 혼동할 수 있는 부분이죠. 속도만 빠르고 강약 등 중요한 부분들을 컨트롤 하지 못한다면 좋은 테크닉이 아닙니다. 결국은 좋은 목소리로 내용을 명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잘하는 것이니까요.
마지막으로 음악성이라 하면 마치 천재성처럼 신성시하며 어렵게 대하는 경향이 있는데요, 음악성은 감성, 즉 감정을 느끼는 능력과 같습니다. 누구나 슬픔 기쁨 분노 등 다양한 감정을 느끼지만 그 폭이 다르고 다만 표현을 많이 하는 사람과 적게 하는 사람이 있죠. 이렇듯 누구나 음악성이 있지만 각자 감정의 폭을 얼마나 넓게, 혹은 깊게 느끼느냐의 차이고 그것의 표현법은 ‘배워야’ 하는 것입니다. 어느 곳에 얼마나의 감정을 실어야 하는지를 적절하게 알려주는 선생의 역할이 중요하겠죠. 이렇게 음악성 또한 느끼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닌 표현하여 전달되는 데서 완성도가 생기는 것입니다.”
기본능력치를 깨우다 - 무대를 압도하는 잠재력
그간 수많은 마스터 클래스의 티칭과 콩쿠르 심사위원을 역임해 오면서 최상의 음악을 만들어 내는 과정 그 자체를 수없이 점검해온 안경은은 그녀만의 확실한 교육 철학을 가지고 있다.
“사람마다 손에 모양과 감정의 크기, 이해의 속도 등이 다르지만 각자가 지닌 최대의 능력치를 끌어내 주는 것이 제가 추구하는 교육의 목표입니다. 선생이 만들어 주는 음악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이 아닌 왜 이런 음악 표현이 좋은지 스스로 분석하여 알고, 본인 성격에 맞는 감정의 분출을 통해 나만 의 음악을 만들 수 있어야 내 실력이 느는 것이고 비로소 잘하는 것이죠. 결국은 선생 없이도 그만큼 퀄리티 있는 음악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그 ‘기본 능력치’를 끌어올려 주는 게 제교육의 본질입니다.
평소에 이런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곡을 완성시켰다면 이제 무대에서 안정적으로 선보이기 위한 훈련이 추가로 필요 한데요, 저는 이 과정을 ‘굳히기’라고 부릅니다. 무대에서 실력이 발휘되는 정도가 초반에 충분히 잘하지 못했을 때 본인 역량의 80%, 안정적으로 했을 때 88% 정도였다면 점차 그 경우의 수를 94 - 96%로 끌어 올려 정신적으로 살짝 불안 정해도 크게 흔들림이 없는 연주 상태가 되도록 하는 것이죠. 이 과정은 학생마다 걸리는 시간이 다 다릅니다. 그것을 정확 하게 파악해서 중요한 연주 전에 시간을 잘 배분하여 안정적인 상태로 만들어 주는 것 또한 좋은 선생의 역할입니다.
평소 연습과 무대 훈련은 스스로 엄격하며 비판적인 시선으로 철저히 임하고, 무대에 올라가서는 그 과정에 대한 신뢰 감으로 자신감 있게 행하여야 하는데 많은 학생들은 오히려 반대로 하죠. 연습 때는 스스로를 과대평가하고 무대에서는 과소평가하여 불안해 합니다.
자신감이란 내가 쌓아올린 수많은 작은 성공으로부터 나옵니다. 철저히 계산된 타임테이블을 통해 성공적인 무대 경험 만을 쌓아 학생들이 높은 자존감을 얻고, 또한 스스로 동기 부여가 되어 성장하는 기쁨을 알게 되길 바랍니다.”
클래식의 새 시대:
이해에서 즐거움으로, 선순환을 꿈꾸다
“클래식 공연장에 가면 관객 중 대부분이 음악계 종사자인 경우가 많고 일반인들이 직접 티켓을 구매하여 보러 가는 수요가 적은데, 그 이유는 클래식 음악이 가진 가치를 알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어린 시절 음악을 배울 때 음표가 아닌, 악보와 화성의 흐름에 대해 익힌다면 클래식 음악을 들을 때도 어느 부분을, 어떻게 즐길 수 있을지 파악이 되어 이것이 곧 티켓 파워로 이어지겠죠. 이해가 되면 재미가 생깁니다.
피아니스트 안경은 클래스의 비전공자 수강생분들은 단지 피아노를 연주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 아닌, 음악을 듣고 즐기는 법까지 배워 자신의 취향에 맞는 연주회를 선정하고 서로 추천해 주시기도 하는데요, 그럴 때마다 많은 보람을 느낍니다. YouTube 등 대중매체를 통해 언제 어디서든 클래식 음악을 접할 수 있는 시대라는 점을 활용하여 더욱 많은 분들의 클래식 음악 관심도가 높아지길 소망합니다.”
국내 클래식 음악의 현실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대해 이야기하며 본 인터뷰를 마무리 했다. 지금의 현실을 직시하고 미래를 바라보는 그녀와의 인터뷰를 통해 왜 피아니 스트 안경은 클래스가 비상할 수밖에 없는가에 대한 의문을 해소할 수 있었다. 그녀가 그려나갈 원대한 비전에 귀추가 주목된다.
(전지은 기자/musicnews@musiced.co.kr)
|피아니스트 안경은|
• 예원학교, 서울예고, 독일 프라이부륵 음대 학석사, 트로싱엔 음대 박사 졸업
• Villa Musica 국제콩쿠르 1위
• 입시경력: 예원학교, 서울대, 한예종, 이대, 건대, 중앙대, 국민대, 단국대 등다수 합격
한국 예술원(한예종 영재원), 예술의전당 영재아카데미 합격
서울 음연, 음악춘추, 틴에이져 콩쿠르 등 유수의 콩쿠르 1위 전국 음악교육과 합격
• 블로그: https://blog.naver.com/pianistmaria
• 인스타그램: @mariaahn
• 유튜브: @pianistmariaahn85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