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교육신문

세 연주자의 시선이 하나로 향할 때 음악은 더 이상 개인의 것이 아니라 ‘함께 만든 결’이 된다. 오는 4월 5일(토) 오후 5시 대구콘서트하우스 챔버홀에서 열리는 이번 무대는 ‘세 명의 연주자, 세 명의 작곡가’를 부제로 내세우며 Ensemble Les Trois(앙상블 레트와)의 첼리스트 우창훈, 클라리네티스트 김광현, 피아니스트 박현우가 함께한다. 서로 다른 시대를 살아간 세 작곡가 베토벤, 브람스, 프뢸링의 음악을 통해세 연주자는 각자의 언어로 시대를 넘어선 공감과 감정을 주고 받으며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길 예정이다. 고유한 결을 지닌 세 연주자와 세 작곡가의 만남, 그 교차의 순간에 담긴 이야기를 세 연주자에게 직접 들어보았다.

세 사람이 만들 하나의 순간을 맞이하며

첼리스트 우창훈, 클라리네티스트 김광현, 피아니스트 박현우는 이번 연주회를 앞두고 함께한 시간 속에서 쌓아온 호흡과 여운을 되새기며 이번 무대에 대한 깊은 감회를 밝혔다.

“그간 유학시절 존경하던 선생님의 마음으로부터 제게 전해져 다짐 했던 연주자로서, 교육자로서의 마음가짐, 그 가치들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며 지내 온 것 같습니다. 많은 부분 다른 음악가분들과 비슷한 일 상을 보내 왔지만, 모두가 겪는 힘든 순간 가운데 꺼질뻔 했던 가치를 꺼뜨리지 안고 지켜온 것이 제게는 큰 성과이자 보람이었습니다. 그 가운데 멤버들을 만나 순수음악의 즐거움을 함께 찾아간 과정은 음악가로서의 정체성을 잃지 않은 소중한 시간들이었는데요, 이번 무대를 위해 저희 레트와가 함께 만들어온 하나의 시간들을 하나의 공간에 담아 관객들에게 식지 않게 내어드리고자 합니다.”(Vc. 우창훈) 

“저희 앙상블의 첫 창단 연주는 유학에서 돌아온 세 남자의 에너지가 그대로 담긴 말 그대로 ‘콘 푸오코’의 무대였습니다. 그때는 각자 유럽에서 품었던 다짐을 떠올리며 날 것의 음악으로 무대를 채웠던 기억이 납니다. 나아가 두 번째 연주는 팀의 색깔을 찾아가는 시간이었고 이번 세 번째 무대는 우리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보여주는 공연 이라고 생각합니다. 연습할 때마다 느껴지는 순수함과 벅찬 감정은 여전히 제가 이 앙상블을 사랑하는 이유입니다.”(Cl. 김광현) 

“앙상블 레트와는 정말 우연히 결성됐지만 처음부터 뜨거운 열정으로 의기투합해서 지금까지 함께할 수 있었습니다. 세 악기와 세 사람은 각기 다르고 서로 다른 개성과 음색을 지녔지만 음악 속에서는 정말 놀랄 만큼 조화를 이루고 있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이제는 서로 눈빛을 주고받지 않아도 타이밍을 맞출 정도로 자연스럽고 깊은 호흡이 생겼죠(웃음). 이번 무대는 대구콘서트하우스 챔버홀에서의 세 번째 정기 연주회이자 지금까지 준비한 프로그램 중 가장 큰 규모라 설렘과 기대가 큽니다.”(Pf. 박현우)

작품을 고르기까지, 마음을 모으기까지

각기 다른 색을 지닌 세 명의 작곡가와 그 음악을 연주하는 세 명의 연주자. 이 흥미로운 구성이 탄생하게 된 배경과 함께 이번 공연을 더욱 깊이 있게 즐기기 위한 감상 포인트를 세 연주자에게 직접 들어 보았다.

“숫자 3은 저희에게 특별한 의미인데요. 서로를 번갈아 지탱하는 균형, 빠짐없이 연결된 삼위일체 같은 구성은 음악적으로도 완벽함에 가까운 형태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에 이번 무대에서는 베토벤, 브람스, 프뢸링이라는 세 명의 작곡가를 시대 순으로 연결해 연주합니다. 베토벤의 영향 없이 존재할 수 없는 브람스, 그리고 그 흐름을 잇는 프뢸링까지 세 작곡가가 남긴 흔적들을 따라가다 보면그 안에서 대화하듯 이어지는 역사적 맥락을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때때로 저희는 저희 셋과 세 작곡가가 식사를 함께 하고 연주를 함께 듣는 상상을 하기도 하는데요(웃음), 그들의 의도와 조언을 음악으로 전달해드리는 게 바로 ‘작곡가, 연주자, 청중’이 함께하는 또다른 삼위일체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베토벤 작품에서는 고전의 담백함을 잃지 않으려 했고 브람스의 작품에선 뜨거운 선율의 에너지를 최대한 살리려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프뢸링의 곡은 프랑스식 벨에포크 감성을 녹여 연주했는데 첼로와 클라리넷이 프랑스 유학파다 보니 그 ‘끼’가 튀어나올 땐 피아니스트가 절묘하게 중재해 균형을 맞춰줬죠. 그런 장면들을 알고 들으신다면 더 생생하고 입체적인 감상이 되실 거라 생각합니다.”(Vc. 우창훈, Cl. 김광현, Pf. 박현우)

소리 너머의 호흡!

앙상블의 핵심은 눈에 보이지 않는 ‘호흡’에 있다. 각자의 악기가 지닌 음색을 살리면서도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기 위해선 서로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감정을 공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세 연주자에게 이번 무대를 준비하며 어떤 지점에 집중했는지 그리고 그 속에서 어떤 교감을 나누었는지 물었다.

“저희는 연주할 때 그 순간 순간에 필요한 음악적 호흡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물론 눈에 보이는 호흡, 즉 코나 입으로 맞춰가는 직관적인 호흡도 있지만 저희가 더 집중하는 건 음과 음 사이, 프레이징 사이에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공간입니다. 그런 추상적인 여백이야말로 연주를 훨씬 더 음악적으로 만들어준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죠. 그리하여 실제로 소리가 흐르는 순간은 물론, 소리가 멈추는 그 짧은 찰나까지도 음악이 청중에게 스며들 수 있도록 표현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Vc. 우창훈, Cl. 김광현, Pf. 박현우)

앞으로 그리고 더 멀리, 새로운 상상이 시작된다

무대는 끝나도 음악은 계속된다. 이번 공연을 하나의 이정표로 삼아 세 연주자들은 또 다른 길 위에 선다. 앞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장르와 레퍼토리, 그리고 향후 활동에 대한 포부를 그들에게 직접 들어 보았다.

“클라리넷, 첼로, 피아노로 구성된 트리오 편성은 사실 흔치 않은 조합입니다. 바이올린 트리오에 비해 오리지널 레퍼토리가 많이 제한적이다 보니 처음에는 기본부터 해보자는 마음으로 베토벤과 브람스를 선택했죠. 이후에도 저희가 유학지에서 공부했던 영향으로 독일계 곡들을 중심으로 제안했고 멤버 모두가 감사하게도 흔쾌히 함께해줬습니다. 그런데 클래식 음악은 독일뿐만 아니라 훨씬 더 넓고 다채롭잖아요. 우창훈과 김광현 멤버가 프랑스에서 유학한 만큼 다음 무대에는 포레나 당디 같은 프랑스 작곡가들 혹은 비유럽권의 곡들도 탐색해보고 싶습니다. 이와 함께 편성이 워낙 특수하다 보니 앞으로는 객원 연주자와의 협업을 통해 더 다채로운 레퍼토리를 시도 해볼 계획입니다.”(Vc. 우창훈, Cl. 김광현, Pf. 박현우) 

(안나영 기자/musicnews@music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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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필｜

첼리스트 우창훈

• 대구가톨릭대 수석 졸업, 프랑스 세르지 국립 음악원 최고연주자과정 졸업 및 콘서트 디플롬 취득, 프랑스 말메종 국립 음악원 디플롬과정, 최고연주자과정, 비르투오조과정 만장일치 및 수석졸업 

• 현) 신경주대 겸임교수, 대구가톨릭대 평생교육원, 경북예고 출강, 뮤직 앙시엔느, 앙상블 라 포즈, 앙상블 레 트와 멤버. 비원뮤직홀 입주음악가

• 경북대, 독일 에센 폴크방 국립예술대 전문연주자과정 졸업

• 현) Ensemble Belle Èquipe 리더, Ensemble Les Trois 멤버, 스테이지M 앙상블 메인 피아니스트 외 전문 연주자 및 반주자로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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