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교육신문

모든 끝은 새로운 시작을 품고 있으며 음악가에게 있어 ‘끝’이란 단순한 마침이 아닌, 긴 여운을 남기며 다음 악장으로 이어지는 ‘페르마타’와도 같다. 수십 년간 젊은 음악학도들의 영혼에 예술의 씨앗을 심어온 상명대학교 음악학부 박명숙 교수의 교단 위 마지막 발자국은 오히려 더 깊고 풍요로운 음악적 여정의 첫걸음을 예고한다. 이에 오는 4월 10일(목) 오후 7시 30분 세종문화회관 세종 체임버홀에서의 정년퇴임 연주회를 앞두고 한창 준비에 몰두하고 있는 그녀를 만나 지나온 시간과 다가올 미래에 관해 진솔한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긴 여정을 마무리하며...

정년을 앞둔 박명숙 교수에게 지난 교직 생활과 다가올 연주회에 대한 소감을 물었다. 수십 년간의 교육자 생활을 마무리하는 감회에 대해 그녀는 따뜻한 미소와 함께 답했다.

“‘음악을 계속할 수 있을까?’하고 고민하던 차에 학교에 와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연주도 계속 이어갈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수많은 학생들과 함께 음악의 깊이를 탐구하고 그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지 켜보는 것은 연주자로서는 경험할 수 없는 특별한 기쁨이었죠. 학생들에게 기술만이 아닌 음악의 본질과 예술가로서의 태도를 전하고자 노력했던 시간들이 저 자신도 더 성숙한 음악가로 만들어주었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상명대에서는 정년이 되어 이렇게 교단에서 물러나지만 ‘피아니스트 박명숙’으로서의 삶은 계속되기에 앞으로도 음악 안에서 살아갈 나날들이 기대됩니다. 이번 연주회는 저에게 교육자로서의 작별인사이자 연주자로서 더 깊은 음악 세계로 나아가는 새로운 출발점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 정년퇴임 기념연주회는 그녀의 음악 여정을 집대성하는 무대가 될 예정으로, 프로그램 선정에 있어서도 그녀만의 철학이 녹아있다.

“저는 항상 시대적인 음색의 차이, 표현의 다른 점, 피아노에서 나타날 수 있는 차이 등을 보여줄 수 있는 레퍼토리를 구성해왔 습니다. 이번에도 감성적이면서도 고전적 형식미가 느껴지는 J. Haydn <Variation f minor>, 특유의 민속적 색채와 현대적 조성, 자유로운 리듬이 매력적인 B. Bartók <Suite, Op. 14>, 웅장한 극적 구성을 보여주는 F. Liszt <Sonata b minor>로 고전, 낭만, 현대의 각 시대적 특성이 드러나고 작곡가별 스타일을 명확히 보여줄 수 있는 작품들을 골랐습니다. 본 작품들을 통해 피아노가 가진 풍부한 표현력과 각 시대별 음악 언어의 아름다움을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한계를 넘어 빛나는 순간을 기다리며

어느덧 중국의 여러 대학에서 교편을 잡은 제자들이 스무 명을 헤아릴 만큼 긴 세월을 음악 교육자로 살아온 그녀는 눈빛에 온기를 담고 제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저 또한 음악을 너무나 사랑하고 평생의 동반 자로 생각하며 살아가는 한 음악인으로서 저의 제자들이 연주하고 음악을 배우는 것이 너무 행복하다고 말해줄 때에 교육자로서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음악을 하며 살아가다보면 ‘계속 해야하나’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좋아하는 마음에 시작했지만 현실적인 상황 때문이라든지 한계에 부딪힌 것 같아 좌절할 때도 있죠. 저 역시 젊은 시절에는 그런 순간들이 있었고, 제자 들도 비슷한 고민을 안고 찾아올 때가 많습니다.

그렇지만 음악을 사랑하며 그 속에서 살고 싶다는 마음을 잃지 않고 꿋꿋하게 나아가다보면 언젠가는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모두들 자신의 음악적 여정에서 힘든 순간이 있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그 열정을 지켜나가길 바랍니다. 언젠가 그 모든 노력이 빛을 발할 순간이 반드시 찾아올 테니까요.”

마지막 음표가 남긴 여운, 새로운 악장의 서막을 열다

정년이라는 표면적 마침표를 지나 새로운 음악적 여정을 준비하는 그녀의 눈빛에는 다음 무대를 향한 설렘이 깃들어 있었다. 마지막을 이야기 하는 자리에서도 오히려 더 생기 넘치는 그녀의 목소리에는 이미 다음 악장을 향한 기대감이 녹아있었다.

“지금까지는 학교를 근거지로 삼아 한국에 본진을 두고 중국을 오가며 활동해왔지만, 퇴임 후에는 활동 중심지를 중국으로 옮기게 될 것 같습 니다. 음악의 여정에는 끝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디에서든 제 음악과 경험이 필요하고 찾아주신 다면 그 자체가 큰 축복이라 여기고 감사한 마음 으로 임하려 합니다. 지금까지 응원해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리며 앞으로의 새로운 무대와 활동 에도 계속 관심 가져주시고 함께해 주시길 부탁 드립니다.”

‘끝’이라는 단어는 때론 무겁게 다가온다. 하지만 박명숙 교수에게 있어 정년퇴임은 무거운 종지부가 아닌 새로운 악보를 펼치는 순간이다. 한음악가의 열정이 시간의 제약을 뛰어넘어 계속해서 울려 퍼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음악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할 것이다. 박명숙 교수의 새로운 악장이 더욱 풍성하고 아름답게 펼쳐지기를, 그리고 그 음악적 여정이 더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기를 진심으로 응원하는 바이다.

(이영주 기자/musicnews@music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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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박명숙｜

• 상명대 수석 졸업, 미국 University of Hartford 석사학위, Arizona State University 박사학위 취득 

• 중국 Tianjin Conservatory of Music, 산동대학, 취푸대학, 태산대학, 황도 중국석유대학 등 다수의 독주회 개최 

• 광주, 강릉, 군산 등 국내 시립교향악단, 중국 청도시 교향 악단, 산동 지난시 교향악단 등과 협연 

• 독일 및 이태리 피렌체 국제 음악제, 미국 미네소타대 여름 음악 축제, 중국 광동성 과학기술청 초청 독주회 

• London Piano Festival Teaching Assistant 초청 지도, 프랑스 Flaine Music Festival, 오스트리아 Salzburg Music Festival 참가 

• 중국 Tianjin Conservatory of Music 교수 역임 

• 현재, 상명대 교수, Tianjin Conservatory of Music, Qufu University 객좌교수, 청두 서화사범대학 객좌교수, 한국피 아노학회 이사로 활동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