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교육신문

​‘음악의 본질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고찰하고 연구 하며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구축해오고 있는 피아니스트 김민재가 오랜 기간의 유학 생활을 마치고 귀국해 관객들에게 정식으로 첫 인사를 올린다. 이에 크리스마스를 앞둔 12월 23일(월) 오후 7시 30분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열릴 귀국독주회를 앞두고 기분 좋은 긴장감과 설렘 가득한 모습으로 준비에 몰두하고 있는 그와 자세한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폭풍 같은 전율을 선사할 피아노 선율

김민재가 이번 연주에 준비한 곡은 C. Vine <Piano Sonata No. 1>, M. Ravel <Gaspard de la nuit M. 55>, F. Liszt <Piano Sonata in b minor S. 178>로 그의 테크닉과 표현력을 낱낱이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한 번뿐인 귀국독주회인 만큼 제가 그동안 갈고닦은 역량을 충분히 보여드릴 수 있는 곡들로 선정했습니다. 처음으로 들려드릴 곡은 C. Vine <Piano Sonata No. 1>로 현대적인 리듬과 전통적 소나타 형식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마치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한 강렬한 경험을 하실 수 있는 작품입니다. 특히, 첫 악장의 격렬한 에너지와 두 번째 악장의 서정적인 대비가 인상적인 데요. 마치 폭풍우 치는 바다가 잔잔해지며 달빛을 비추는 것처럼 두 악장의 대비 속에서 20세기 현대음악만의 독특한 아름다움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이어지는 M. Ravel <Gaspard de la nuit M. 55>는 라벨의 작곡 기법을 집약적으로 보여드릴 수 있는 곡이라 생각합니다. 첫 번째 악장 ‘옹딘’은 아름답기만한 물의 요정보다는 그리스 신화 속 아름다운 세이렌이 점점 집착과 광기를 드러내는 듯한 모습을, 두 번째 악장 ‘교수대’는 교수대에 매달린 시체와 음울한 종소리를, 세 번째 악장 ‘스카르보’에서는 한밤중 방을 돌아다니며 장난치는 악마의 이미지를 상상하며 들어 보시면 보다 쉽게 공감하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마지막 대미를 장식할 F. Liszt <Piano Sonata in b minor S. 178>은 제가 그동안 여러 번 무대에서 연주했던 작품인데요. 호흡이 길고 어려운 난곡이라 한 번도 마음 깊이 만족한 경험이 없어서 더욱 해결해야 할 숙제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잘 치고 싶은 욕심이 생기는 작품입니다. 약 30분 동안 이어지는 하나의 거대한 서사시라고 할 수 있는데 한 악장 안에서 여러 주제가 살아 숨 쉬듯 변형되고 발전됩니다. 격렬한 감정과 서정성, 광기와 성스러움이 공존하는 이 작품에서 리스트가 그리고자 했던 인간 내면의 복잡한 여정을 함께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깊어진 음악, 단단해진 발걸음

피아니스트 김민재는 서울예고 졸업 후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유럽에서 수학하며 음악적 깊이를 더해왔다. 이에 그가 겪은 유학 생활은 어땠을지 궁금해졌다.

“2011년도 유럽으로 떠났을 때, 베를린을 첫목적지로 선택한 것은 프랑스 출신의 Pascal Devoyon 선생님께 배우고 싶어서였습니다. 처음 뵈었을 때부터 선생님은 정말 엄격하신 분이 셨는데요. 8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때로는 혹독 하게, 때로는 따뜻하게 저를 이끌어주셨습니다.

특히, 음악의 구조와 캐릭터, 음색에 중점을 둔 해석을 배울 수 있었는데 이는 지금도 제 연주의 근간이 되고 있어 제 음악 인생에서 가장 큰가르침을 주신 스승으로 늘 마음속에 남아 있을 것 같습니다. 긴 유학 생활 속에서 잊을 수 없는 순간들이 많지만 특별하게 기억에 남는 때가 있습니다. 최고연주자과정 중에 음악적으로 많은 고민을 하고 있을 때였는데요. 베를린에서 열린 한 페스티 벌에서 세계적인 지휘자였던 마리스 얀손스가 이끄는 콘서테보 오케스트라의 베토벤 <심포니 7번>을 듣게 되었습니다. 그 연주를 들으면서 마치 한 줄기 빛을 본 것처럼 큰 위안을 받았고 제가 가고 있는 길의 방향성에 대한 확신이 들었습 니다. 아직 그 길이 끝난 것은 아니지만 이날이제 유학 생활 중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음악의 본질을 찾아가는 여정

마지막으로 김민재는 이번 독주회 이후 앞으 로의 일정과 음악가로서의 목표를 공유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저는 항상 ‘음악의 본질이란 무엇일까?’에 대해서 고민하고 연구합니다. 고전음악의 발상지 라고 할 수 있는 유럽에서 공부한 이유도 그러한 궁금증에서 비롯된 것인데요, 이 물음표가 느낌표로 바뀔 때까지 다양한 레퍼토리를 통해 관객들과 소통하며 그 길을 찾아가고자 합니다.

이에 이번 귀국독주회 이후 2025년 3월 22일 (토) 망원동 콘서트홀 나누와 11월 2일(일) 금호 아트홀 연세에서 독일 낭만주의 음악을 중심으로 한 독주회를 선보일 예정인데요. 앞으로도 꾸준히 관객들과 마주하며 연주자다운 성찰을 더하고 따뜻한 음악을 들려드리는 피아니스트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테니 많은 기대와 응원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이영주 기자/musicnews@musiced.co.kr)

​

｜피아니스트 김민재｜

• 예원학교, 한예종 예비학교, 서울예고 졸업

• 베를린 국립예술대 디플롬 및 최고연주자과정 최우수 졸업, 파리 고등사범음악원(ENMP) 최고연주자과정과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음대, 피에솔레 음악원 최고연주자과정 졸업 

• 인터내셔널 피아노 콩쿠르, 소년한국일보 콩쿠르, Roberta Gallinari, Huesca, Ischia International Piano Competition, New York International Music Competition 등 유수의 콩쿠르 입상 

• Musikfestwoche Crescendo Berlin, Berlin Steinway Fördrpreiskonzert, Fete De La Musique Berlin, Jourfixe Konzert Instrumentenmuseum Berlin, Mosaiksaal Siemensstadt, Paris Salle Cortot, Temple de Port-Royal in Paris 등 다수의 독주회 개최

• 어수희, 박지은, 강충모, Pascal Devoyon, Rikako Murata, Lucas Blondeel, Anne Queffélec, Peter Lang, Eliso Virsaladze, Olivier Gardon 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