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교육신문

“이번 공연이 뜻깊은 이유는 저의 음악 인생을 함께해 온귀한 분들과 저의 발자취를 돌아보고 그 의미를 나누는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저의 연주는 한 사람을 마주하는 일인 동시에 ‘안희찬의 삶’ 그 자체를 만나는 일이기도 합니다. 데뷔한 이후, 33년 8개월 동안 트럼펫연주를 해오며 분명해진 것은 ‘멈추지 말고 끊임없이 나아갈 것’이란 점이고, 그것만이 제가 살아있다는 증거입니다. 본 무대에서 저의 삶이 듣고 싶은 음악이 되도록 안희찬만의 스토리를 연주해 나가 겠습니다. ‘에이징의 과정’에서 발견하게 될 음악과 삶의 상승작용을 기대해 주시기 바랍니다. 지금까지 응원해 주시고 앞으로도 응원해 주실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트럼페터 안희찬-

한국을 대표하는 트럼페터 안희찬이 1991년 6월, 예술의 전당에서 코리안 심포니(현 국립심포니)와 함께 말러 교향곡 5번으로 데뷔한 지 어느덧 33년이 흘렀다. ‘평생 트럼펫을 연주하며 살겠다’는 어릴 적 꿈을 향해 끊임없이 정진해온 그가 데뷔 33주년을 기념해 오는 3월 31일(월) 오후 8시 롯데콘서트홀에서 독주회 ‘Dream’을 개최하며 그의 음악 인생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진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그 의 첫 제자이자 춘천시향 상임 지휘자로 활약중인 송유진이 리움챔버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아들이자 바수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안석진이 협연자로 함께 무대에 오르며 특별한 호흡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에 사제(師弟)간, 부자(父子) 간의 예술적 교감이 기대되는 본 무대에 주목해보자.

공명하는 금관, 영혼을 울리는 선율

어두워진 객석을 한 줄기 빛처럼 가르며 금빛 소리로 가득 채울 첫 곡은 O. Ketting <Intrada(무반주 솔로)>이다. ‘입 장음악’ 혹은 ‘서곡’이라는 뜻의 제목대로 마치 연주자의 등장과 함께 시작하는 듯한 효과를 주는 이 작품은 선율이 절제되어 있으면서도 결연함이 스민 소리로 강렬한 인상을 준다. 트럼펫 특유의 맑고 또렷한 음색이 강조되는 가운데 음과 음 사이의 공백이 음악을 더욱 극적으로 만들어내는 이곡은 무반주로 진행되면서 다양한 음색과 다이내믹이 활용 되어 짧지만 강렬한 첫인상을 아로새길 예정이다.

 두 번째 무대를 장식할 P. Hindemith <트럼펫과 바순을 위한 Double Concerto>는 힌데미트 특유의 정교한 대위법과 독창적인 화성 구조가 돋보이는 걸작으로 미래를 향한 안희 찬의 소망이 담긴 작품이다. 맑고 날카로운 듯한 트럼펫의 음색과 부드럽고 깊은 울림을 지닌 바순의 목소리는 서로 다른 길을 향해 나아가면서도 하나의 유려한 음악적 흐름을 이루는데 때로는 반박하고 때로는 조화롭게 화합하며 생동감 넘치는 대화와 같은 진행을 보여준다. 대조적인 두 악기의 대화는 마침내 하나의 지점에서 만나 서로 어우러지는데 이는 마치 서로 다투고 부딪히면서도 결국 하나가 되는 가족 과도 같은 모습을 연상케 하며 실제 아들인 바수니스트 안석진과의 특별한 협연을 통해 더욱 깊은 음악적 호흡과 감동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1부의 마지막을 장식할 C. Hohne <Slavische Fantasie in g minor>는 트럼펫 레퍼토리에서 가장 빛나는 판타지 걸작중 하나이다. 슬라브 민속 음악의 정서가 깊이 스며든 이 작품은 화려하고 정열적인 선율로 듣는 이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는다. 화려한 테크닉과 역동적인 다이나믹 조절, 섬세한 감정 표현까지 연주자의 다양한 역량을 요구하는 작품이 기에 안희찬의 음악적 깊이와 기량이 한층 더 빛을 발할 것으로 기대된다.

장르의 경계를 오가는 트럼펫의 향연

트럼펫의 열정으로 심장이 고동쳤던 1부의 여운이 남아있는 가운데 2부는 G. Gershwin의 명작 <Rhapsody in Blue> 로 화려하게 막을 올린다. 피아노와 오케스트라를 위해 작곡된 원곡을 러시아의 전설적 트럼페터 티모페이 독쉬체르가 트럼펫 솔로로 재해석한 이 편곡은 블루스의 정서와 재즈 특유의 자유로운 리듬감으로 청중을 매혹시킬 것이다. 

 재즈바의 열기를 뒤로하고 이어지는 여정은 관객들을 활기차고 유쾌한 베니스의 축제 한가운데로 인도한다. J. B. Arban <Carnival of Venice>는 가면을 활용한 베니스 사육 제를 테마로 한 작품으로 경쾌한 이탈리아 민속 멜로디를 바탕으로 한 눈부신 변주와 기교가 돋보인다. 특히, 이 곡에 요구되는 고난도 테크닉과 화려하고 빠른 패시지는 안희찬의 섬세한 컨트롤 능력을 유감없이 드러내는 무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음악적 여정의 정점을 찍을 마지막 곡은 A. Arutunian <Trumpet Concerto in A-flat Major>는 장대한 서사시와도 같은 감동을 선사한다. 웅장한 도입부에서 서정적 중간 악장을 거쳐 압도적인 클라이맥스로 치닫는 이 협주곡에서 트럼 펫의 영웅적 음색은 리움챔버오케스트라의 풍성한 반주와 어우러져 더욱 강렬한 전율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클래식의 정교함, 재즈의 자유로움, 슬라브 음악의 정열, 그리고 현대적 감성까지 아우르는 이번 독주회는 트럼펫 레퍼토리의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한자리에서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가 될 것이기에 이 강렬하고도 섬세한 음악적 여정에 함께해보길 바란다.

트럼페터 안희찬

영남대와 네덜란트 로테르담 음악원에서 최고연주자과정을 수석으로 졸업한 안희찬은 음악적 지평을 넓히고자 러시아 그네신 음악원에서 지휘 석사학위까지 취득했다. KBS교 향악단, 아시아 필하모닉, 코리안 심포니(현 국립심포니) 수석과 나고야 필하모닉 객원수석을 역임하며 실력을 인정받은 그는 러시아 국제 금관악기 페스티벌, 뉴욕 레이크 플레 시드 관악기 세미나, 세계 트럼펫 협회 초청독주회 등 세계 무대에서 한국 트럼펫의 위상을 높였다. 예술의 전당 교향악 축제와 카자흐스탄 대통령궁 오케스트라, 일본 야마하 밴드 등과의 협연으로 솔리스트로서 면모를 발휘했으며, 중국 북경 중앙음악원과 하문대학 등에서 마스터클래스를 진행하고 프랑스 에릭오비에 국제콩쿠르와 중국 국제 트럼펫 콩쿠르 심사위원으로 활약했다. 2003년과 2005년 동아일보 선정 한국 최고 관악기 연주자로 선정된 안희찬은 KBS FM, 중국 환추 등 국내외 음반을 통해 독창적 음악 세계를 구축 했다. 추계예술대학 교수를 역임한 그는 현재 서울 심포닉 윈드 오케스트라 상임 지휘자, 서울 시민 윈드 콰이어 음악 감독 겸 상임지휘자, 코리안 브라스 앙상블 리더, 코리아 쳄버오케스트라 수석, Conn-Selmer의 공식 아티스트로서 연주와 지휘를 넘나들며 한국 관악 음악의 새 지평을 넓혀 가고 있다.

(이영주 기자/musicnews@musiced.co.kr)

​​​